“재계약, 이보다 더 좋은 시기가 있을까요?” 가을야구 앞둔 KT, ‘강철 매직’에 제대로 힘 실었다 [춘추 이슈분석]
-‘정규시즌 2위’ KT, 10월 11일 “이강철 감독과 3년 연장 계약 체결” 발표 -KT “가을야구 앞두고 이 감독 중심으로 더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 될 것” -“리그 최하위에서 2위까지 반등한 비결? 사령탑 향한 선수들 신뢰 덕분” - ‘강철 매직’으로 하나 된 KT…20일 휴식 안고 올 가을, 큰 ‘도전’ 나선다
[스포츠춘추]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마법사 군단이 내부 결속력을 다졌다. 무엇보다, 가을 ‘대권’ 도전을 위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KT 위즈는 10월 11일 “이강철 감독과 3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전날 홈 수원에서 두산 베어스 상대로 짜릿한 5대 4 역전승을 거둬 정규시즌 최종전을 마친 직후다.
2019년 KT 사령탑으로 부임해 올해 5년차인 이 감독은 오는 2026년까지 지휘봉을 잡는다. 이번 계약 발표에 앞서 KT는 “올 시즌 초 팀을 괴롭힌 주전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 악재 속에서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그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낸 이 감독의 탁월한 리더십을 주목했다”고 전했다.
정규시즌을 마친 KT의 2023년은 아직 포스트시즌이 남았다. 최소 3경기는 치러야 시즌이 비로소 끝이 난다. 시즌 중 사령탑에게 재계약 선물을 안긴 또 하나의 사례다.
2020년 통합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가 이듬해 시즌 중인 5월 이동욱 감독과 연장 계약을 맺은 게 단적인 예다. 이외에도 두산이 2016년 올스타 브레이크 당시 김태형 감독과의 3년 재계약을 발표한 바 있다. 공통점은 ‘우승 감독’을 향한 존중과 신뢰에서 비롯된 재계약이다.
사실 멀리 갈 필요가 없다. KT 역시 3년 전 이맘때 창단 첫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이 감독과의 재계약 선물을 안긴 바 있다.
이 감독과의 재계약 발표 후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KT 관계자는 “이보다 더 좋은 발표 시기는 없다”며 밝혔다. 이어 “이번 계약 소식은 다가올 가을야구에서 선수단이 더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강조했다.
앞 관계자에 따르면, KT 내부에선 이미 전반기 종료 후 이 감독의 재계약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있었고, 후반기 들어 발표 시기를 조율 중이었다.
10위→2위 반등 비결? “이강철 감독 향한 선수단 신뢰 두터워”
KT는 2020년부터 지난 3년간 빠짐없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명실상부 KBO리그 대표 강팀으로 우뚝 섰다. 특히, 2021년엔 정규리그, 포스트시즌을 모두 석권하며 구단 사상 첫 통합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 시즌 정규시즌 2위 및 플레이오프 직행으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지 않았다. 몇 달 전만 해도 리그 최하위에 허덕이던 팀이 바로 KT다.
“매일이 부상 선수 브리핑이다. 힘든 상황은 맞지만, 포기하긴 이르다. 극복해야 한다.” 지난 5월 9일 수원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강철 KT 감독의 말이다. KT는 당시 28경기 동안 8승 2무 18패에 그치며 리그 맨 밑인 10위에 자리했다.
그도 그럴 것이, KT는 시즌 개막 전부터 필승조 불펜 주권, 김민수 등이 이탈하더니 개막 후에는 박병호, 황재균, 배정대, 소형준, 엄상백 등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그 뒤론 선수들의 동요가 우려될 정도로 핵심 선수들의 이탈, 그리고 접전 끝 패배가 계속됐다.
그 어떤 강팀도 사소한 계기들이 모이고 모여 한순간 무너지기 십상이다. 시즌 초 부진을 떠올린 KT 관계자는 “잇따른 팀 부진에 혹시나 선수들이 흔들릴까봐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 결과적으론 쓸데 없는 ‘기우’였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이대로 무너질 팀이 아니”라던 베테랑 포수 장성우부터, “팀 모두가 초반 부진에 흔들리지 않고 반등을 위해 계속 준비하고 있었다”고 강조한 에이스 고영표까지, 그간 현장에서 지켜본 KT 선수들은 일종의 ‘패배 의식’과 전혀 거리가 멀었다.
앞 KT 관계자는 “답답한 상황에도 구단, 그리고 선수단 사이에선 한 가지 믿음이 있었다”며 “우리에게 ‘치고 올라갈 기회는 무조건 찾아온다’고. 그런 신뢰 구축은 이강철 감독님이 안 계셨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 감독님은 지난 5년간 팀을 이끄신 분이다. 감독님께서 포기하지 않는다면, 선수들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강철 매직’ 구심점으로 하나 된 KT…다가올 가을, 큰 ‘도전’ 앞뒀다
이강철 KT 감독은 부상 악령에도 굴하지 않고 답을 찾고자 했다. 시즌 초 깜짝 중용된 루키 외야수 정준영을 포함해 시즌 최종전까지 큰 부상 없이 1군 엔트리에 잔류한 우완 불펜 이상동, 신예 외야수 안치영 등이 대표적이다.
그 뒤 부상 선수들의 복귀를 받아든 KT가 한 가지 분기점을 또 맞이했다. ‘2020 통합 우승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의 재영입이다. 돌아온 쿠에바스는 무패 투수로 거듭나며 팀 후반기 상승세를 주도했다.
“우리 팀 모두가 팀 반등을 향한 감독님의 강력한 의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팀 내부에선 트레이드라든지, 외국인 선수 교체에 있어 더 재빠르게 움직였다.” KT 관계자의 말이다.
프런트의 신속한 지원을 등에 단 KT는 그야말로 ‘순풍’을 탄 채로 하늘을 날았다. 한때 꼴찌를 전전하던 팀이 명실상부 후반기 최강팀으로 정규리그 2위를 자력확정하는 등 반전 면모를 뽐낸 것. 참고로 KT의 후반기 승률(0.667, 64경기 42승 1무 21패)은 같은 기간 리그 으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5월 8일을 기점으로 보면, KT의 최종 승률(117경기 0.612)은 10개 팀 가운데 가장 높고, 현시점 정규시즌 3경기를 남겨둔 LG(112경기 0.609)보다 위다. 어쩌면 그런 팀이야말로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찍 확정한 LG의 대항마로 손색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KT는 주어진 앞만 바라본다. 한국시리즈에서 LG와 맞붙는 건 플레이오프에 먼저 집중한 다음의 얘기다.
앞서 취재에 응한 KT 관계자가 “한국시리즈를 향한 기대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LG는 정말 탄탄한 팀이고 우리가 아직 한 계단(플레이오프)이 더 남은 도전자다. 지금은 플레이오프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한 까닭이다.
한편, KT는 10일 시즌 최종전을 치른 뒤 플레이오프까지 약 20일간 휴식을 취한다. 보통 시즌 종료 후 플레이오프 진출 팀은 열흘 정도를 쉬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올해 연이은 비 소식에 일정이 늦춰졌다. 정규시즌을 빨리 마친 KT는 추가 휴식을 누리게 됐다.
흔히 ‘악재가 끝나면 호재가 기다린다’고 했다. KT의 강점은 웨스 벤자민, 쿠에바스, 고영표, 엄상백, 배제성 등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지만, 시즌 막판엔 잔부상으로 잠시 골머릴 앓기도 했다. KT는 넉넉한 휴식일을 통해 ‘완전체’ 팀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마법사 군단이 ‘강철 매직’을 구심점 삼아 팀 사상 두 번째 가을야구 정상에 도전한다. 꼴찌에서 2위까지, 선수들이 시즌 내내 포기하지 않았던 건 키를 잡은 선장의 뒷모습 덕분이었다. 그런 결속력이 이번 연장 계약 소식에 힘입어 다시 한번 빛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