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 5할대-기대승률 3위’ KIA의 허탈한 가을야구 탈락 [춘추 집중분석]
* KIA 타이거즈, 6위로 정규시즌 마감…5할대 승률로 가을야구 실패 * 9월 한때 9연승 질주…상위권 판도 흔들었지만 부상자 속출로 내림세 * LG와 맞먹을 강력한 타선, 그러나 외국인 투수들의 잇따른 부진에 발목 * 전임 단장 뒷수습으로 보낸 한 해, 해결할 과제 많은 이번 오프시즌이 중요하다
[스포츠춘추]
결국 올해도 빛고을에 가을야구는 없었다. KIA 타이거즈가 2023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까지 두산 베어스가 KIA의 앞을 가로막았다. 10월 14일 두산은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3대 2로 승리해 최소 5위를 확보했다. 남은 2경기에서 전승하고 두산이 남은 4경기에서 전패해서 ‘5위 결정전’을 치르는 게 마지막 희망이었던 KIA의 바람도 두산의 승리와 함께 소멸했다.
승률 5할대, 기대승률은 리그 3위…하지만 결과는 6위
시즌 후반 뜨거웠던 기세를 생각하면 허무한 결말이다. 9월 초까지만 해도 KIA는 리그에서 가장 ‘핫’한 구단이었다. 9월 6일 잠실 두산전 승리로 2013년 이후 10년 만에 9연승을 질주했고 3위 팀과 1경기 차, 2위 팀과도 3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완전체’를 이룬 KIA 타선은 9연승 기간 78득점(경기당 8.67점)을 뽑는 화력을 뽐냈다. 같은 기간 마운드도 26실점(평균 2.89점)으로 선전했다. KIA의 선수진이 지닌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화끈하게 보여준 기간이었다.
이후 33경기에서 14승 19패(0.424)로 내리막을 탔지만 여전히 KIA는 5할 이상의 승률(0.507)을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와일드카드 막차를 탔던 지난해 KIA는 0.490의 승률로도 5강에 진출한 바 있다. 꼴찌 경쟁을 벌이는 못난이 세 팀 덕분에 생긴 승률 인플레를 감안해도 6위로 끝나긴 아쉬운 성적이다. 득점과 실점으로 구한 KIA의 기대승률은 0.546으로 LG와 NC에 이은 전체 3위다. KIA는 정규시즌 우승팀 LG에 상대전적 우위(9승 7패)를 기록한 유이한 팀이기도 하다(NC 10승 6패).
KIA 타선의 파괴력은 LG와 맞먹는 수준이다. 715득점으로 LG(762득점)와 함께 시즌 700득점을 돌파한 유이한 팀이고, 팀 OPS도 0.735로 LG(0.756)에 이은 2위다. 그 외 팀 홈런 101개로 SSG(123개)에 이은 2위, 팀 wRC+(조정 득점창출력)도 107.2로 LG(114.1) 바로 다음이다. 도루 개수는 122개로 3위지만 도루 실패가 적어(32회) 도루를 통한 득점 생산이 압도적 리그 1위인 KIA다. 파워와 기동력의 조화 면에서 LG가 부럽지 않은 라인업을 보유했다.
그러나 이 좋은 타선이 100% 완전체로 돌아간 적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KIA는 시즌 초반부터 나성범-김도영의 부상 이탈로 어려움을 겪었다. 9연승으로 한창 분위기가 좋았던 9월 중순엔 리드오프 박찬호가 부상을 당했고, 중심타자 나성범-최형우가 차례로 시즌 아웃됐다. 박찬호가 다시 라인업에 가세했지만 이것도 잠시, 몸에 맞는 볼로 손목이 골절돼 시즌 아웃. 이우성, 고종욱 등의 활약으로 막판까지 분전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마운드에선 선발진, 특히 수준 떨어지는 외국인 투수가 문제였다. KIA는 선발진의 RAA(평균 대비 실점 방어)가 -36.72로 10개 구단 꼴찌였다.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 등 국내 좌완 선발 3인은 그런대로 제 몫을 했지만 4명의 외국인 선발은 시즌 내내 기대 이하였다. 5강 진출 팀의 외국인 투수를 보면 SSG 랜더스만 빼고 나머지 4팀은 강력한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KIA 외국인 투수들은 대체선발 김건국, 황동하보다도 생산성이 떨어졌다. 괜찮은 국내 투수 뎁스를 보유했음에도 선수를 적재적소에 고르게 활용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전임자 뒷수습으로 보낸 올 시즌, 오프시즌 과제 수두룩
돌아보면 KIA의 올 시즌은 시작부터 어수선했다. 단장이 비리 의혹으로 해고당하는 초유의 사태 속에 개막일을 맞았고, 전반기 내내 전임자가 벌여놓은 일들을 뒷수습하는데 시간을 허비했다. 한 KIA 관계자는 “내년 스프링캠프 장소조차 준비가 안 돼 있어서 부랴부랴 캠프지를 섭외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전임자의 유산인 포수 문제,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은 시즌 내내 KIA의 발목을 붙들었다. ‘역대급’이라 평가받은 신인드래프트에선 2라운드 지명권을 다른 팀이 사용하는 걸 그저 바라봐야 했다.
시즌 내내 전임자 뒷수습에 애를 먹은 심재학 단장에겐 올 겨울이 스토브리그 데뷔전이다. 이번 오프시즌에도 해결 과제가 산더미다. 프랜차이즈 스타 김선빈, 류지혁을 주고 데려온 포수 김태군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둘 다 KIA가 꼭 잡아야 할 이유가 있는 선수들이다. 새 외국인 투수 영입도 중요하다.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재계약도 중요한 선택이 될 전망이다.
부임 2년간 가을야구 ‘1경기’에 그친 김종국 감독에게도 올겨울은 중요하다. 지난해엔 초보 감독이라는 점이, 올해는 부상 악령 탓이 가능했지만 계약기간 마지막 해인 내년엔 더는 변명이나 정상 참작은 없다. 김 감독은 최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젊은 1루수들의 경쟁 구도에 관한 질문을 받고 “시즌 끝난 뒤 가을 캠프부터 단단하게 다듬어야 할 것 같다”고 내년 시즌을 향해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KIA를 둘러싼 야구인들의 의견은 둘로 나뉜다. 부상 도미노와 외국인 투수 문제를 감독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구단의 투자와 전문가 평가에 비해 5위-6위가 아쉬운 결과라는 평가도 만만찮다. 일각에선 ‘시즌 뒤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하는 상황. 이에 관해 KIA 관계자는 “현재까지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