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불펜대장’ SSG 김태훈 은퇴…“모든 순간이 행복했습니다” [춘추 현장]
SSG 랜더스의 1차 지명 출신 좌완투수 김태훈이 15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17일 시즌 최종전이 끝난 뒤 열린 은퇴식에서 김태훈은 “최고의 명문구단에서 최고의 팬들과 함께해서 영광이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스포츠춘추=인천]
“행복했습니다. 이 팀에 뽑힌 것이, 이 팀의 일원이었던 것이, 이 팀에서 뛰었던 것이. 이 팀 최고의 선수들과 그라운드에서 울고 웃고 했던 것이. 15년 동안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받았고 그 모든 순간이 행복했습니다.”
SSG 랜더스의 ‘불펜대장’ 김태훈이 15년 현역 생활을 접고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다음은 김태훈 은퇴식 뒷이야기다:
* 김태훈은 지난 9월 28일 현역 은퇴 소식을 전했다. SSG 구단은 10월 17일 인천 홈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상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김태훈 은퇴식을 거행했다.
* 이날 김태훈은 경기 전 팬 100명 대상 팬 사인회를 진행했다. 시구자로 나서 팬들 앞에서 마지막 피칭을 선보였고, 시포자로는 오랜 동료 서진용이 나섰다.
* SSG가 5대 0으로 승리한 경기 후엔 기념 선물 및 꽃다발 수여, 선수단 영상 편지 상영, 은퇴 소감문 낭독 순으로 은퇴 행사가 열렸다.
김태훈은 누구인가
김태훈은 SK 시절인 2009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올해까지 15년간 SSG 한 팀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선수다. 1990년생으로 동구초-구리인창중-구리인창고를 거쳤고 2010년 9월 17일 LG전에서 구원투수로 1군 무대에 데뷔했다.
15시즌 동안 김태훈은 통산 302경기에 출전해 18승 64홀드 326탈삼진을 기록했다. 불펜 투수진의 주축으로 발돋움한 2018년에는 평균자책 3.83 9승 10홀드의 성적과 팀 내 불펜 투수 최다 이닝인 94이닝을 소화하며 필승조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2018년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8경기에 등판해 11이닝 동안 단 1실점만 허용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쳐 팀의 네 번째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SSG 팬들은 그를 ‘불펜대장’이란 별명으로 부른다.
33세 나이에 이른 은퇴, 왜?
야구선수에게 33세는 은퇴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다. 특히 선수 수명이 긴 좌완투수 중에는 30대 후반은 물론 40대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SSG만 봐도 좌완 고효준, 우완 노경은 등 40대에 접어든 선수들이 여전히 쌩쌩한 현역으로 뛰고 있다.
이에 관해 김태훈은 “팔 상태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아서”라고 은퇴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2년 동안 2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좋은 후배들도 많고 이제는 경쟁력이 떨어지겠다 싶어서 좀 일찌감치 결정했다”면서 “팔 상태가 안 돌아오더라. 예전 같으면 그냥 던지면 되는데 이제는 풀타임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의 은퇴경기는 9월 23일 열린 퓨처스리그 한화전. 1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한 이날 경기에서 김태훈은 “진짜 한번 죽어보자. 팔 생각 안 하고 전력으로 던졌다”며 “그런데 구속이 너무 잘 나왔다. 145km/h까지 나오더라. (번복해야 하나) 살짝 고민하긴 했는데, 애들이 (은퇴 세리머니)준비를 다 해놨더라”고 활짝 웃었다.
이른 은퇴지만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이 크다. 그는 “야구하면서 프로야구 선수로서 할 건 다 해본 것 같다고 생각하기에 후련하다. 아쉬운 건 없다”며 “시즌 준비도 열심히 해봤고 다 해봤는데 이제 벽에 부딪혔다. 깔끔하게 그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딱 하나, “경기 내용이 꾸준하지 못했던 점” 외에는 없다고.
은퇴 이후엔 인천에서 야구 레슨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태훈은 “어느 정도 구상은 해놓고 있었는데, 올 시즌 2군에서 풀타임으로 보내면서 생각을 굳혔다. 한국 야구를 위해 인천에서 후배들을 양성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원형 감독과 동료들의 반응
김원형 감독은 “김태훈이 이렇게 은퇴할 줄은 몰랐다. 아직 은퇴할 나이는 아닌데, 사실은 좀 미안하기도 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 감독은 “성격이 너무 좋아도 문제다. 자기 것을 못 챙기니까, 그런 점이 아쉽다. 함께 선수 생활도 했었고, 지금은 감독과 선수지만 그전에는 선후배 관계였는데 은퇴한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태훈이한테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전해주고 싶다. 첫 좌완 후배로서 오랫동안 함께 팀에서 추억도 많이 쌓았고, 여러 가지 장점이 많은 선수인데 이렇게 은퇴하게 되어 아쉽다”면서 “앞으로 제2의 인생에도 좋은 일만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덕담을 전했다.
김태훈이 낭독한 은퇴 소감문
김태훈은 은퇴식에서 미리 준비한 은퇴 소감문을 읽어 내려갔다. 새벽 1시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새벽 감성으로 쓴 글이라고 했다. 그의 진심이 담긴 은퇴사는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팬 여러분. SSG투수 김태훈 입니다.
2009년 입단 후 프로야구에서 15년이라는 시간을 SK 와이번스와 SSG 랜더스라는 최고의 명문팀에서 보낼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1차 지명이라는 과분한 관심을 받으며 입단 했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팬분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기나긴 2군 생활을 보냈습니다.
그 후 9년이 지난 2017년, 9년 만에 첫 데뷔 승을 올렸고, 2018년 우승과 함께 제 이름 석 자를 알릴 수 있었습니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후 2019년 팬분들께 많은 모습을 보여 드렸던 71경기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이후 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꾸준한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최고의 명문구단에서 최고의 팬분들과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이제 자랑스러웠던 프로야구 선수의 삶에 마침표를 찍고자 합니다. 행복했습니다. 이 팀에 뽑힌 것이, 이 팀의 일원이었던 것이, 이 팀에서 뛰었던 것이. 이 팀 최고의 선수들과 그라운드에서 울고 웃고 했던 것이. 15년 동안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받았고 그 모든 순간이 행복했습니다.
지금까지 야구장에서 받았던 응원과 함성을 잊지 않고 마음에 새겨두며 감사한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겠습니다. 그동안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랜더스의 영원한 좌완 불펜 투수 김태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