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대항마로 손색없다” 평가에도 ‘정중동’ KT,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 [춘추 이슈분석]
-정규시즌 종료 후 사흘 휴식 취한 KT, 14일부터 PS 준비 훈련 나서 -플레이오프 시작 예정일은 오는 30일, 장장 19일에 이르는 준비 기간 -KT “부상 선수들, 순조롭게 회복 중…건강하게 복귀하는 걸 우선시할 것” -부상 회복에 달린 KT의 포스트시즌, ‘완전체’라면 LG 대항마로 손색없어
[스포츠춘추]
정규시즌 10위에서 2위까지, 이보다 극적인 반등이 있을까. ‘역대급’ 시즌을 보낸 KT가 본격적인 가을야구 준비에 나섰다.
KT는 10월 14일을 기점으로 포스트시즌 대비 훈련을 실시 중이다. 지난 10일 홈 수원에서 두산 베어스 상대로 정규시즌 144번째 경기를 치른 지 사흘 휴식 만에 다시 시동을 건 것.
예정대로라면, 플레이오프 시작은 오는 30일부터다. 이로써 KT는 장장 19일에 이르는 준비 기간을 보낸다. 3일 턴(3일 훈련-1일 휴식) 일정으로 구슬땀을 흘리는 중인 KT는 올 시즌 최종 리허설 도우미 없이 플레이오프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2년 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한화 이글스가 연습경기 파트너로 도움을 준 바 있다”며 “하지만, 올해는 정규시즌이 늦게 끝나면서 상황상 팀들끼리 일정을 맞추는 게 현실적으로 참 어렵게 됐다. 자체 청백전도 있고 다양한 훈련을 통해 실전 감각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KT의 온 신경은 실전 감각 유지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쏠려 있다. 바로 ‘부상 선수 회복’이다.
PO 준비 들어간 KT “부상 선수들 순조롭게 회복 중…‘건강한’ 복귀 최우선”
KT는 시즌 막판 선발진의 잇따른 부상에 골머리를 앓았다. 그중 좌완 에이스 웨스 벤자민은 물론이고, 토종 1선발 고영표에 감초 엄상백까지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핵심 외야수 김민혁마저 부상으로 이탈한 것.
“모두 순조롭게 회복 중이다. 무엇보다, 조급한 상황이 아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란 말도 있다. 주축 선수들이라 더욱더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하는 게 최우선이다.” KT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 시즌 외야 전 포지션을 오가며 다재다능을 뽐낸 외야수 김민혁은 9월 말 허벅지 근육 파열을 겪었다. 회복 자체는 원활하게 진행 중이지만, KT는 선수의 부상 부위를 고려해 복귀 단계를 조심스럽게 밟아가고 있다.
가장 회복세가 빠른 건 8월 말 갈비뼈 미세 골절로 한 달 넘게 공백기를 겪은 엄상백이다. 최근엔 투구 훈련도 소화 중이며, 포스트시즌에 들어가기 전 몸과 컨디션을 완벽히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런 엄상백이 KT 불펜의 가을야구 ‘히든카드’가 될 가능성이 있다. KT는 이미 고영표(2021 한국시리즈), 벤자민(2022 와일드카드) 등 선발 투수의 구원 등판을 몇 차례 시도한 바 있다. 후반기 보여준 활약(6경기 4승 0패 평균자책 3.29)을 감안하면 건강한 엄상백의 복귀는 KT에 천군만마가 될 전망.
좌·우 에이스인 벤자민과 고영표의 회복세도 나쁘지 않다. 시즌 막바지 누적된 피로와 팔 통증에 신음한 벤자민은 최근 들어 선수 본인이 계속 “괜찮다”고 어필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아졌다. 또 앞 KT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고영표의 경우, 지난 경기(10월 3일 KIA전)에서 타구에 팔을 맞은 뒤라 훈련 참여는 아직이다. 타박상이란 게 무리하면 또 덧난다. 그렇기 때문에 이강철 감독님께서도 고영표에게 ‘푹 쉬고 돌아오라’고 전달하셨다. 플레이오프 전까진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 회복에 달린 KT의 가을, ‘완전체’라면 LG 대항마로 손색없다
3주에 가까운 긴 시간이 주어진 만큼, 부상 선수 복귀는 허황된 얘기가 아니다. 이에 KT는 가을야구 ‘완전체’ 전력을 꿈꾼다. 특히 벤자민과 고영표까지 무사 복귀하면, 정규시즌 12승 무패로 승률왕에 오른 윌리엄 쿠에바스에 더해 막강한 ‘원투쓰리’ 펀치로 가을을 맞이하는 셈.
최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SPOTV 양상문 야구 해설위원 역시 “KT의 가을야구는 부상 선수 복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KT는 플레이오프를 넘어 한국시리즈까지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며 말을 이어 나간 양 위원은 “부상 선수 회복에 흐름까지 제대로 탄다면, 정규시즌 우승팀인 LG 트윈스의 최대 호적수로 거듭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때마침 부는 바람도 순풍이다. 3주 가까운 휴식기가 부상 선수를 포함해 선수단의 과부하를 풀어주고 있다. 시즌 내내 잔부상에 시달린 베테랑 선수들부터 팀이 무너지지 않게 기둥 역할을 도맡은 필승조 트리오(김재윤·박영현·손동현)까지, 지친 선수들을 향해 말 그대로 ‘단비’가 내려온다.
“KT는 지난 144경기를 숨 가쁘게 달려온 팀이다. 리그 최하위에서 2위까지 올라오면서 조금씩 알게 모르게 쌓인 피로가 있을 수밖에 없다. 19일은 결코 짧은 게 아니다. 긴 준비기간 덕분에 KT가 그런 문제를 어느 정도 마음 편히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양 위원의 전망이다.
한편 한국시리즈 직행팀 LG는 물론, KT 역시 제법 긴 시간을 팀 자체 훈련만으로 보내야 한다. 이 때문에 실전 감각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 이를 두고 “긴장감의 영역”이라고 힘줘 말한 양 위원은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문제다. 심지어 날씨가 더 추워질 텐데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건 이전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양 위원은 “하지만, 두 팀 모두 코칭스태프들은 잔뼈가 제법 굵다. 선수들이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는 역할은 코치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올가을을 앞둔 KT의 자세는 고요하다. ‘정중동(靜中動)’의 마음으로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그 너머 한국시리즈를 꿈꾼다. 그 어느 때보다 ‘마법’ 같은 한 해를 보낸 KT이기에 그 마지막 결말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