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 지배하는 ‘미친’ 선수…NC-SSG “우리 팀에서 나올 겁니다” [춘추 비하인드]

-KBO리그 단기전에 항상 ‘깜짝 활약’ 선수 등장 -단 두 경기뿐이지만... NC의 가을엔 ‘미친’ 선수들이 가득하다 -NC의 WC, 내야수 서호철이 있었다...준PO 1차전엔 김성욱의 대타 투런 -준PO 관전 포인트… 오영수 향한 기대 vs 최지훈·박성한 향한 기대

2023-10-23     김종원 기자
NC 내야수 오영수(사진 왼쪽부터), SSG 외야수 최지훈(사진=NC, SSG)

[스포츠춘추=인천]

“단기전은 정말 ‘미쳐야’ 이길 수 있다.” 

1994 LG 트윈스 마지막 우승의 주역, 이상훈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말이다.

“역사가 말해주지 않나. 예상치도 못했던 선수가 압도적인 활약을 펼쳐 시리즈를 주도한다.” 

144경기 마라톤인 정규시즌과 달리 단거리 경주인 포스트시즌에선 늘 의외의 활약이 나온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가 이른바 ‘깜짝 활약’을 통해 팀을 승리로 이끌곤 한다. 시즌 내내 부진했던 스타가 화려한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신인 선수가 불꽃을 뿜어내는 경우도 나온다.  

최근 가을야구에서 두 경기 연속으로 ‘미친’ 선수가 나온 NC 다이노스가 대표적이다.


서호철, 김성욱, 신민혁…NC의 가을엔 ‘미친’ 선수들이 가득

경기후 취재진과 만난 김형준과 서호철(사진=스포츠춘추 DB)

지난 10월 19일 창원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NC 다이노스는 두산 베어스 상대로 14대 9 대승을 거두며 준플레이오프로 진출했다.

이날 NC의 총득점 가운데 10타점을 쓸어 담은 건 하위 타선 듀오인 서호철·김형준이었다. 그중 큰 타구를 만들어 중요한 순간을 만들어 낸 내야수 서호철의 역할이 무척 컸다.

이날 경기 초반부터 3실점으로 끌려다니던 NC는 4회 말 서호철의 만루 홈런으로 넘어간 기세를 다시 가져왔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강인권 NC 감독이 “서호철 덕분에 선수단 분위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한 까닭이다.

2019년 NC에 입단한 서호철은 올 시즌 전까진 1군 91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런 서호철이 2년 전 군 복무(상무) 시절 퓨처스리그 타격왕을 차지하더니, 그 뒤 1년의 담금질을 거쳐 마침내 올해 주전으로 거듭났다. 올 시즌 서호철은 주전 3루수를 꿰차며 114경기 동안 5홈런 타율 0.287, 출루율 0.331, 장타율 0.383을 기록했다.

서호철의 강점은 ‘두려움 없는’ 선수라는 것에 있다. 몸쪽 공 승부를 결코 피하지 않는다. 이에 서호철은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몸쪽 공에 대응하는 것에 자신이 있었고, 그런 걸 원래 두려워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빛날 수 있었다. 이날 서호철은 두산 선발 곽빈의 계속된 몸쪽 승부에도 주춤하지 않고 자신만의 타격을 이어갔다. 다음은 경기 후 서호철의 설명이다.

“잇따른 몸쪽 승부에 파울 타구가 거듭 나와서 ‘오늘 내 컨디션이 괜찮구나’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몸쪽 승부를 워낙 좋아한다. 비록 내가 소위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만루 홈런 당시엔 넘어간 걸 직감했다. 팀 승리에 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어 기쁘다.”

NC 외야수 김성욱(사진 왼쪽부터), 우완 신민혁(사진=스포츠춘추 DB)

서호철뿐만이 아니다. NC가 SSG 랜더스를 인천 원정에서 4대 3으로 꺾은 22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깜짝 활약’은 계속됐다. 8회 초 ‘난공불락’이었던 상대 선발인 요에니스 엘리아스 상대로 대타 결승 투런을 친 외야수 김성욱 얘기다.

김성욱은 NC의 창단 멤버로 그간 굵직한 큰 경기를 함께 한 이다. NC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내로라하는 외국인 에이스 상대로 늘 강했던 선수가 바로 김성욱이기도 하다. 2016년만 해도 조쉬 린드블럼(당시 롯데 자이언츠 소속) 상대로 13타수 3홈런 OPS 1.615로 강했다. 그해 포스트시즌에선 LG 좌완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의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2일 경기 종료 후 취재진이 이와 관련해 묻자, 김성욱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게 그런 장면들이 많이 나왔는데, (권)희동이 형은 ‘한국과 안 맞으니, 메이저리그에 가야 한다’고 농담하더라. 큰 경기에 나서거나 에이스를 상대할 때면, 중압감에 시달리기보단 나 자신을 멘탈적으로 가다듬고, 타석에서 ‘설레는 감정’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어 김성욱은 ‘설레는 감정’을 두고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언제 또 야구를 해보겠나’ 싶더라. 그런 마음가짐이 타석에선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듯싶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성욱은 “군 제대 후 팀에 합류했는데, 가을야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다. 팀에 있어 내가 ‘행운의 상징’인 것 같다. 경기가 아직 많이 남았으니 더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준PO 관전 포인트… 오영수 향한 기대 vs 최지훈·박성한 향한 기대

NC 내야수 오영수(사진=NC)

한편, 지난 22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 양 팀 선수단은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우리 팀에서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NC 사령탑인 강인권 감독은 1루수 오영수를 언급하며 “최근 타격감이 좋다. 오영수가 1루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 타선 득점력이라든지 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오영수는 올해로 입단 6년차를 맞이한 좌타 거포 기대주다. 정규시즌 통산 167경기 10홈런 타율 0.232, 출루율 0.300, 장타율 0.346을 기록해 아직까진 ‘미완의 대기’로 남았다.

SSG 내야수 박성한(사진 왼쪽부터), 외야수 최지훈(사진=스포츠춘추 DB)

SSG 간판 내야수 최정은 ‘다른 유형’의 이름을 들려주었다. 다음은 최정의 설명이다.

“최지훈, 박성한 둘이 포스트시즌에서 ‘미쳤으면’ 좋겠다. 둘 다 올 시즌 관련해서 스트레스가 좀 있는 것 같더라. 이번 가을야구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줘서 중압감이라든지, 품고 있는 아쉬움을 모두 떨쳐냈으면 한다.”

최지훈과 박성한은 소속 팀 SSG의 2022시즌 통합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지난해만큼의 퍼포먼스를 이어가진 못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둘의 올해 정규시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총합은 4.83으로 지난해(9.00)보단 다소 떨어졌다.

양 팀의 기대와 달리, 1차전에선 이들의 활약은 그리 크지 않았다. 오영수는 22일 SSG전 8회 초 대타 김성욱과 교체됐다. 앞선 두 타석에서 출루 없이 1삼진으로 부진했다. 오영수 대신 타석에 선 김성욱은 투런을 때려내며 이날 NC 승리 일등공신이 됐다. SSG의 두 선수는 타석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시리즈는 이제야 막을 올린 상황. 이대로 좌절하긴 이르다. 남은 4차전, 혹은 그 너머에서 오영수나 최지훈, 박성한의 깜짝 맹활약이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다. 적어도 KBO리그에선 그런 경우가 잦았다. 다음은 세 선수와 비슷한 상황에서 ‘단기전 깜짝 스타’로 거듭난 이름들이다.

NC 소속 당시 노진혁(사진=NC)

먼저, 지난겨울 FA(자유계약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전 NC 내야수 노진혁이 대표적이다. 노진혁은 2012년에 입단해 2017년까지 212경기에 출전해 4홈런에 OPS(출루율+장타율)가 0.569에 불과했다. 누적된 WAR(-0.38)는 음수에 달할 정도.

그런 노진혁이 빛나기 시작한 건 2017년 가을부터다. 참고로 당시 정규시즌 기록은 단 4경기에 그쳤다. 하지만, 노진혁은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8경기 2홈런 OPS 1.175 활약을 펼쳐 남다른 존재감을 제대로 알렸다.

특히 현 소속 팀 롯데와 맞붙은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가장 빛났다. 이때 선발 3루수인 박석민을 대신해 경기 도중 투입된 노진혁은 4타수 4안타 2홈런 3타점을 기록하며 롯데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2017년 노진혁 또한 입단 6년차로 지금의 오영수와 같았다. 전혀 늦지 않았다. 오영수가 남은 시리즈에서 6년 전 노진혁처럼 맹타를 휘둘러 본인의 진가를 증명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SG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사진=SSG)

한편, ‘가을 명가’ SSG엔 본받을 교과서가 너무 많다. 팀의 전신 SK 와이번스 때부터 유독 단기전에서 강한 선수들이 수시로 나왔다. 대표적으로는 ‘미스터 옥토버’ 박정권(현 SSG 1군 타격보조코치)가 있다. 통산 OPS에서 보여지듯, 박 코치는 현역 시절 정규시즌(0.807)에도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포스트시즌(0.926)에선 더 압도적인 타격을 선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9년 포수 정상호 역시 정규시즌(OPS 0.846)보다 포스트시즌(1.078)에서 방망이를 더 매섭게 휘두른 이다. 사실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최지훈, 박성한과 아직도 선수 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 ‘맏형’ 김강민보다 극적인 가을을 보낸 이를 찾기 어렵기 때문.

김강민의 가을은 늘 찬란했다. 2018년이 그랬고, 불혹을 맞이한 2022년마저 눈부셨다. 특히 역경을 이겨내고 팀 우승에 크게 기여한 2018년은 최지훈, 박성한에게도 큰 귀감이 될 만하다.

김강민은 지난 2018년 정규시즌에서 6월까지 16경기에서 35타석만을 소화해 타율 0.194로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가을이 다가오자, 그랬던 김강민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강민의 그해 정규시즌 기록은 80경기 14홈런 타율 0.298, 출루율 0.370, 장타율 0.536.

이게 끝이 아니었다. 김강민의 활약은 그해 포스트시즌(11경기 OPS 0.987)부터 본격적이었다. 무엇보다, 넥센 히어로즈(키움의 전신) 마운드를 초토화한 플레이오프 활약이 백미였다. 5경기 동안 9안타 3홈런 활약으로 시리즈 MVP까지 수상했다.

팀 고참인 최정은 이번 가을 활약을 계기로 삼아 최지훈, 박성한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길 바랐다. 누구보다 팀 선배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둘이다. 남은 시리즈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