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직 몬스터’ 내년에도 그대로 유지한다 [춘추 집중분석]

롯데 자이언츠 홈구장의 명물 ‘사직몬스터’는 내년에도 그대로다. 신임 김태형 감독은 두산 시절과 달라진 구장 환경에서 어떤 야구를 펼쳐 보일까.

2023-10-27     배지헌 기자
마무리훈련을 지휘하는 김태형 감독(사진=롯데)

 

[스포츠춘추]

롯데 자이언츠는 10월 25일부터 김해 상동 퓨처스 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진행 중이다. 예년에는 홈 사직야구장도 함께 사용했지만 올해는 그라운드 및 잔디 개·보수 작업 관계로 상동에서만 훈련한다. 

롯데 관계자는 “야구장 개보수 작업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천연잔디 구장이다 보니 시즌 뒤엔 그라운드 상태와 잔디를 관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외야 펜스나 기타 구장 시설을 손보는 작업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른바 ‘사직 몬스터’로 불리는 외야 펜스도 그대로 유지한다.

김태형 감독(사진=롯데)

 

롯데는 2년 전인 2021년 겨울 사직야구장 외야를 넓히고 펜스를 높이는 대공사를 했다. 홈플레이트를 뒤로 물리고 외야를 넓혔다.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펜스까지 거리가 95m에서 95.8m로 길어졌고, 가운데 담장까지 거리도 118m에서 120.5m가 됐다. 펜스 높이도 4.8m에서 6m로 높였다. 담장 위에 철제 그물망을 설치했다. 높아진 사직 담장을 본 사람들은 펜웨이 파크의 ‘그린 몬스터’에 빗대 ‘사직 몬스터’라는 별명을 붙였다. 혹은 작업을 주도한 성민규 전 단장의 이름을 따 ‘성담장’이라고도 불렀다.

이유가 있었다. 2021년 롯데 투수들은 홈에서 가장 많은 홈런(72개)을 맞았고 홈구장 평균자책도 5.73으로 꼴찌였다. 이에 구장을 넓혀 투수들의 부담을 줄이고, 기동력과 수비력 중심의 야구를 하는 게 팀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이었다. 땅볼 투수 중심이었던 롯데 투수진이 점진적으로 뜬공 투수 위주로 물갈이된 것도 외야 공사의 명분이 됐다. 

최근 2년 롯데 타자 홈/원정 기록(기록=스탯티즈)

일단 지난 2년만 놓고 보면 롯데는 홈 구장 공사로 큰 이득을 보진 못했다. 홈에서 롯데는 76개의 홈런을 치고 73개 홈런을 허용했다. 롯데 타자들은 홈에서 장타율 0.371을 기록했고, 원정에서는 0.375를 기록했다. 홈보다 원정에서 많은 홈런(99개)을 날리긴 했지만 장타율과 득점 생산력 면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최근 2년 롯데 투수 홈/원정 기록(기록=스탯티즈)

투수들의 경우 원정보다 오히려 ‘투수친화’ 구장인 홈에서 고전한 경향이 있었다. 지난 2년간 롯데 투수진은 홈 평균자책 4.54를 기록한 반면 원정에선 4.06으로 한결 나은 기록을 남겼다. 피안타율도 홈이 0.281로 원정(0.262)보다 나빴고 피장타율도 홈 0.385 원정 0.373으로 홈에서 더 고전했다. 다른 구단 코치는 “외야가 넓어지면 그만큼 외야수들의 수비범위가 중요하다. 또 펜스가 높아진 만큼 펜스플레이가 까다로워지는데, 롯데 외야진의 수비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못해서 오히려 손해를 본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최근 4년 롯데의 홈 원정 성적(표=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실제 롯데의 2020~21 2년간 홈 승률은 0.518로 홈에서는 5할 이상을 기록했지만 지난 2년은 0.458로 저조했다. 그나마 올 시즌 38승 35패 승률 0.521로 지난해(0.391)의 부진을 만회해서 저 정도다. 원정 승률은 앞의 2년간 0.457, 최근 2년간 0.472로 오히려 원정 성적이 향상되는 결과가 있었다. 물론 이게 전부 담장 공사 때문이라 보긴 어렵다. 하지만 롯데가 지난 2년간 홈구장 파크팩터에 최적화된 야구를 하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내년 시즌부터는 두산에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세 차례 우승을 일군 김태형 감독이 롯데 지휘봉을 잡는다. 김 감독은 ‘사직 몬스터’가 있는 홈구장 환경에서 어떤 야구를 보여줄까. 일단 김 감독은 현재까지 사직 담장에 대해 이렇다 할 생각을 밝히지 않았다. 

롯데 관계자는 “감독님이 담장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으셨다. 구장 펜스를 (원상 복구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25일 상동 현장 취재하러 다녀온 기자도 “펜스에 대해선 특별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신경 쓸 게 많아서 그런지 아직 거기까지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김태형 감독은 밭을 탓하는 농부는 아니다. 그리고 2024시즌에도 사직몬스터는 계속 롯데 야구의 상수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일 년 72경기를 치르는 홈구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2024시즌 김태형호의 성공을 위해선 ‘사직 몬스터’에 최적화된 선수진을 구성하거나, 구장 특성을 잘 살린 야구를 할 필요가 있다. 국내 최고의 투수 구장인 잠실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뤘던 김 감독이 사직 홈에서 어떤 야구를 보여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