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맞대결만큼 중요해” 류진욱 vs 박영현, 공룡-마법사 셋업맨 진검승부 [춘추 PO]

-30일부터 PO 시작…NC와 KT, 한국시리즈 진출 두고 자웅 겨뤄 -시리즈 1차전부터 에이스 카드 꺼낸 양 팀, 페디·쿠에바스 맞붙는다 -이동현 해설위원 “에이스 맞대결 이후 류진욱-박영현, 두 셋업맨이 관건” -이 위원 “체력적인 여파 무시할 수 없다…불펜 구도에선 KT가 다소 우위”

2023-10-30     김종원 기자
NC 셋업맨 류진욱(사진 왼쪽부터), KT 셋업맨 박영현(사진=NC, KT)

[스포츠춘추]

NC 다이노스와 KT 위즈가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자웅을 겨룬다. 10월 30일 수원 KT 위즈파크 경기를 앞두고 양 팀이 꺼낸 첫 카드부터 심상치 않다. NC는 ‘3관왕’ 에릭 페디를, KT는 ‘무패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를 1차전 선발 투수로 예고한 것.

하지만 모든 이의 시선이 선발에만 향한 건 아니다.

“플레이오프 1차전은 페디-쿠에바스 맞대결도 중요하지만, 그 둘이 내려간 다음이 관건이다.” KBO리그 통산 113홀드에 빛나는 이동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의 전망이다.

올 시즌 두 팀의 약진 비결로 “불펜진 기여가 컸다”고 손꼽은 이 위원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에이스들이 맞붙는 1차전은 불펜 투입 시점에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이 위원은 “7, 8회엔 양 팀 모두 가장 강력한 구위를 지닌 선수를 마운드 위로 내보낼 텐데, 류진욱과 박영현 두 셋업맨의 활약이 가장 핵심”이라고 밝혔다.


“페디-쿠에바스 맞대결만큼 중요하다” 류진욱-박영현, 두 셋업맨의 활약

NC 우완 류진욱(사진=NC)

류진욱은 1996년생 우완으로 189cm, 88kg의 건장한 체격 조건을 갖췄다. 지난 201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21순위로 공룡군단 일원이 됐다. 그 뒤 팔꿈치 부상으로 공백기를 거치면서 2020년에서야 1군 데뷔에 성공했다.

이듬해인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NC 불펜의 한 축으로 거듭난 류진욱은 올 시즌 커리어하이를 보냈다. 70경기를 출전해 1승 4패 22홀드 32볼넷 62탈삼진 평균자책 2.15를 기록한 것.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2.62로 NC 불펜진 내 최고 기여다. 리그 전체로 눈을 돌려도 불펜 6위에 해당할 정도.

이뿐만이 아니다. NC의 올가을엔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4경기를 모두 개근하며 4홀드 평균자책 1.80을 거둔 것. 그중 두 경기는 아웃카운트 4개 이상 책임졌다. 강인권 NC 감독은 그런 류진욱을 향해 “정규시즌엔 웬만하면 1이닝만 맡겼지만, 포스트시즌부터는 컨디션과 투구 내용 등을 고려해 마운드에서 가능한 한 길게 가는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류진욱은 준플레이오프 MVP 김영규와 더불어 현시점 NC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선수다. 타자들이 쉽게 대응할 수 없는 공을 던진다. 속구 제구가 잡혀있고, 거기에 더해 포크볼이 상당히 빠르게 잘 떨어진다.”

최근 NC의 가을야구를 줄곧 지켜본 이동현 해설위원의 평가다.

필승조의 역할을 거듭 강조한 이 위원은 “류진욱, 그리고 반대편 KT 셋업맨 박영현이 이번 시리즈에서 차지할 비중은 상당할 것”이라며 “두 선수 모두 멀티이닝 소화가 가능한 선수이기 때문에 벤치의 활용 방안에 따라 경기 양상이 확 바뀔 수밖에 없다”고 했다.

KT 우완 박영현(사진=KT)

NC에 류진욱이 있다면 KT엔 박영현이 있다. 지난 10월 류중일호에 합류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확에 공헌한 우완 박영현은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을 잇는 KBO리그 차세대 ‘돌직구’ 투수다.

박영현은 올 시즌 68경기에 구원 등판해 3승 3패 32홀드 4세이브 23볼넷 79탈삼진 평균자책 2.75를 기록했다. 프로 데뷔 2년 만에 홀드왕을 차지했다. WAR의 경우, 류진욱보다 두 계단 앞인 리그 불펜 4위.

비록 2003년생 새싹이지만, 묵직한 구위는 물론이고 멘탈은 전혀 신예답지 않다. 한때 리그 최하위로 추락했던 KT가 올 시즌 무너지지 않고 끝내 리그 2위로 올라선 건 온갖 궂은일을 도맡았던 박영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는 사령탑인 이강철 KT 감독도 시즌 내내 언급한 대목. 체력적인 우려도 지난 3주간 휴식 덕분에 멀끔히 덜어낼 수 있었다.

이 위원 역시 고갤 끄덕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KT는 정규시즌을 일찍 마감하면서 3주 가까이 숨을 고르는 시간을 보냈다. 누적된 피로를 어느 정도 해결하긴 충분하다. 박영현이 시즌 내내 보여줬던 괴력투를 올가을에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비해 NC 불펜은 정반대 입장이다.”


바쁘게 달려온 NC, 숨 고른 KT의 차이…’겨울야구’ 변수도 관건

KT 마무리 김재윤(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KT는 지난 10일 홈 수원에서 두산 상대로 정규시즌 최종전을 치른 뒤 한동안 실전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푹 쉰 만큼 ‘실전 감각’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반면 시즌 막바지 3위 경쟁에 이어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를 모두 소화한 NC는 ‘체력’ 문제를 안고 있다. 그 가운데 필승조인 김영규, 류진욱, 그리고 마무리 투수인 이용찬은 포스트시즌 4경기를 모두 등판한 상황.

이동현 해설위원은 이를 두고 “전자(경기 감각)보다는 후자(체력)가 더 무시하기 어렵다”“NC 필승조들은 지난 4경기를 모두 등판했다. 이에 반해 KT는 선발 투수 엄상백을 불펜으로 쓸 예정이다.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도 그렇고, 돌발적인 위기 상황도 KT가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T는 시즌 내내 손동현, 박영현, 김재윤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팀을 지탱했다. 그렇기에 앞선 휴식기는 말 그대로 ‘단비’ 같다.

다만 이 위원은 NC가 최근 경험한 ‘터닝 포인트’를 주목했다. 바로 마무리 이용찬의 반등이다. NC의 ‘9회’ 불안은 정규시즌 막판부터 계속된 바 있다. 참고로 이용찬의 10월 8경기 기록은 피안타율 0.320, 피OPS 0.913에 달한다.

이용찬의 부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졌다. 앞선 3차례 등판에서 두산, SSG 타선 상대로 3.1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등으로 평균자책 13.50으로 크게 부진했던 것. 하지만 사령탑의 신뢰엔 흔들림이 없었다.

강인권 NC 감독은 포스트시즌 내내 취재진과 만남에서 “이용찬을 더 믿고 가보려고 한다”며 일관된 입장을 고수했다. 그 신뢰가 마침내 빛을 발했다. 이용찬은 가장 최근 등판인 25일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회 초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로 경기를 매조졌다.

이 위원은 이와 관련해 “그때만큼은 이용찬의 공이 이전과 달랐다. 이른바, ‘공이 박힌다’고 해야 할까. 우리가 알던 이용찬의 구위가 돌아온 모습이었다. 팀과 선수 모두 그 경기에서 얻어간 것이 많다”고 했다.

NC 마무리 이용찬(사진 왼쪽부터), NC 사령탑 강인권 감독(사진=NC)

한편, 30일 1차전이 끝나면 양 팀의 승부는 11월로 넘어간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이젠 ‘겨울야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위원은 그런 포스트시즌을 직접 경험해 본 이다. 무려 21년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이 위원은 정규시즌 리그 최다 등판(78) 및 124.2이닝 활약에 더해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그해 가을야구에서 10경기를 등판해 3승 0패 2홀드 평균자책 1.99로 팀 주축 역할을 맡았다.

“(2002년을 떠올리며) 소속 팀 LG가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다. 그 시절 플레이오프도 이맘때였는데, 이상훈 선배는 그 날씨에도 늘 반팔을 입었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다.” 이 위원이 들려준 추억이다.

21년 전처럼, NC와 KT는 여느 때와 다른 환경에서 맞붙을 전망. 매 경기 등판 대기를 앞둔 불펜진은 보다 더 타이트한 난이도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 위원은 “비단 불펜을 떠나, 날씨가 추워지면 대기하는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중요해진다. 여기서부터는 코치들의 영역이다. 어느 쪽이 먼저 상황을 재빠르게 판단하느냐가 경기 흐름을 결정할 듯싶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