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결과도 50대 50…최소 4차전 대혈투 예고 [PO 프리뷰]

시즌 전 꼴찌 후보에서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온 NC 다이노스, 그리고 한 달 가까이 꼴찌였다가 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룬 KT 위즈. 놀라운 기적을 만든 두 팀이 오늘부터 수원에서 5전 3선승제 플레이오프 맞대결을 펼친다.

2023-10-30     배지헌 기자
KT 위즈와 NC 다이노스 선수단(사진=KT, NC)

 

[스포츠춘추]

기적의 팀과 마법의 팀이 만났다. 기적의 팀은 NC 다이노스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전문가 사이에서 꼴찌 후보로 거론되던 NC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결과는 달랐다. 괴물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와 따발총 타선을 앞세운 NC는 초반부터 안정적인 상위권을 유지했고, 시즌 마지막 날까지 치열한 3위 싸움을 벌였다. 와일드카드에선 ‘두산에게 업셋당할 것’이란 사람들의 저주를 비웃듯 완승을 했고, 준플레이오프에선 디펜딩 챔피언을 3전 전승으로 깨부쉈다. 에이스 페디 카드는 아직 쓰지도 않았다. 1위 LG 트윈스 상대로 정규시즌 전적에서 앞선 팀은 NC가 유일하다(10승 6패).

KT 위즈는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5월 7일부터 6월 6일까지 한 달간은 리그 꼴찌로 추락한 기간도 있었다. 5월 15일까지 리그에서 유일하게 두 자리 승수를 못 거둔 팀이 KT였다. ‘이러다 꼴찌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올 무렵, 그러나 KT는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갔다. 5월 16일 시즌 10승째를 거둔 뒤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나갔고, 결국 정규리그 2위로 시즌을 마쳤다. 5월 16일 이후 리그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올린 팀은 LG(0.598)가 아닌 KT(0.636)였다. 한때 꼴찌였던 팀 KT지만 이제 전문가들은 ‘LG를 잡을 유일한 대항마’로 꼽는다.

KT와 NC의 정규시즌 기대승률, 1경기 맞대결시 기대승률(표=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NC가 격파한 두산, SSG는 전력만 놓고 보면 NC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피타고리안 기대승률에서 NC는 0.544로 리그 2위였지만 두산은 0.496밖에 되지 않았고, SSG는 0.473으로 더 떨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구한 1경기 맞대결 시 기대승률은 NC가 두산 상대로 0.547, SSG 상대로는 0.571로 크게 앞섰다. ‘숫자’만 놓고 보면 NC가 4연승으로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온 건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 상대인 KT는 다르다. KT는 정규시즌 NC에 10승 6패로 확실한 우위를 보인 팀이며, 정규시즌 기대승률도 0.540으로 NC와 별 차이가 없다. 양 팀의 1경기 맞대결 시 기대승률은 NC가 0.502, KT가 0.498로 50대 50이나 마찬가지다. 누가 이겨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그래서 더 흥미진진한 플레이오프가 지금부터 시작이다.  

강인권 감독과 이용찬(사진=NC)

 

2023 신한은행 SOL KBO 플레이오프 일정

1차전: NC 대 KT, 30일 오후 6시 30분, 수원KT위즈파크
2차전: NC 대 KT, 31일 오후 6시 30분, 수원KT위즈파크
3차전: KT 대 NC, 2일 오후 6시 30분, 창원NC파크
4차전: KT 대 NC, 3일 오후 6시 30분, 창원NC파크
5차전: NC 대 KT, 5일 오후 2시, 수원KT위즈파크

양팀의 전력 비교(통계=스탯티즈)

 

선발투수 매치업

NC: 에릭 페디-신민혁(예상)-태너 털리(예상)-송명기(예상)
KT: 윌리엄 쿠에바스-웨스 벤자민(예상)-고영표(예상)-배제성(예상)

선발진의 무게감은 KT 쪽이 좀 더 앞선다. NC는 20승 투수 페디 외엔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다. 팀 내 최다승 2위가 10승도 9승도 아닌 ‘5승’이다. 반면 KT는 윌리엄 쿠에바스-웨스 벤자민-고영표라는 10승 트리오를 보유했다. 배제성이라는 준수한 선발 자원도 있다. 그러나 NC는 저 페디 없이 와일드카드와 준플레이오프를 이기고 올라온 팀이며, 그 과정에서 신민혁이라는 우완 선발을 재발견했다. KT 상대로도 정규시즌 5경기 등판해 2승(2패) 평균자책 3.70으로 I am 신뢰가 가는 성적이다. 외국인 좌완 태너도 1경기지만 나쁘지 않았다.

변수는 부상이다. 페디는 시즌 최종전에서 오른팔에 타구를 맞은 뒤 아직 실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준PO에선 본의 아니게 ‘죽은 공명’ 역할을 해야 했다. 현재는 몸 상태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길어진 실전 공백이 걸린다. KT 역시 벤자민이 시즌 막판 팔꿈치 통증으로 나오지 못했고 고영표도 오른쪽 팔뚝 타박상으로 휴식기를 가졌다. 현재는 완벽하게 회복했다고 하지만 실전에서 어떨지는 보기 전엔 모른다. 만약 이들 중의 하나라도 흔들리는 투수가 나오면 감독의 계산은 엉망이 된다. 지난해 LG 아담 플럿코나 메이저리그의 맥스 슈어저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기를 기도해야 하는 두 팀이다.

이강철 감독(사진=KT)

 

불펜 조합

NC: 이용찬-류진욱-김영규-임정호-이재학-최성영-이용준
KT: 김재윤-박영현-손동현-주권-이상동-김민-김영현-엄상백

NC는 와일드카드와 준PO를 통해 강력한 승리조를 구축했다. 와일드카드에선 류진욱을 건졌고 준PO에선 김영규를 얻었다. 불안했던 마무리 이용찬도 강인권 감독이 믿고 기용한 결과 마지막 순간 믿음에 보답했다. 7-8-9회를 책임질 확실한 승리조를 완성한 NC다. 문제는 선발과 셋업을 잇는 연결고리다. NC 선발진에서 페디 외엔 5이닝이 보장된 투수가 없다. 그만큼 선발 바로 뒤에 붙어 나오는 두 번째 투수의 역할이 중요한데, KT 전에 좋지 않은 기억이 많은 이재학에게 이 역할을 맡기긴 어렵다. 최성영, 이용준 등 길게 던지는 투수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 

KT는 마무리 김재윤-셋업맨 박영현의 리그 최고 필승카드를 보유한 팀이다. 여기서 손동현이 확실한 7회 셋업 역할을 해준다면 더 완벽한 뒷문 단속을 기대할 수 있다. 손동현은 올해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 김재윤, 박영현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남긴 투수다. 잘 활용하면 가을야구 무대에서 큰 힘이 될 것이다. KT 불펜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이자 시즌 후반 괜찮은 활약을 펼친 김민의 활용도 눈여겨볼 대목. 그리고 이번 시리즈에서 KT 마운드의 ‘조커’로 활약할 엄상백이 있는데, 이건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자.

KT 간판타자 박병호(사진=KT)

 

라인업

NC 타자들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원래 잘하는 타자들은 물론 김형준, 서호철 등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면서 거를 데가 없는 타선이 됐다. 4경기 6홈런의 홈런 파워는 물론 7도루(0 실패)로 뛰는 야구까지 선보였다. KT는 올해 도루 저지율 16.8%로 리그 꼴찌 팀이다. KT가 뭔가 묘책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이번 시리즈에도 NC 주자들은 나갔다 하면 2루로 3루로 정신없이 뛰어다닐 것이다. 여기에 좌완투수가 벤자민 하나뿐이란 것도 KT 투수진의 약점 아닌 약점이다. 물론 KT 우완들이 좌타자를 곧잘 잡아내긴 하지만, 아무래도 좌투수에 약점이 있는 타자들은 좌완보단 우완과 상대하는 게 심리적으로 편안하다. 지난 시리즈에서 잠잠했던 오영수의 한 방이 이번 시리즈에선 터질지 주목된다. 정규시즌 KT 투수들에게 아주 강했던 박건우의 활약도 기대된다. 

한편 KT는 개개인의 타격 성적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지만, 하나로 뭉쳐놓으면 좋을 결과를 내는 팀이다. 투수가 많은 공을 던지게 물고 늘어지면서, 찬스에서 응집력을 발휘하고 치고달리기 등 다양한 작전으로 득점력을 극대화한다. 박병호, 황재균 등 베테랑은 전성기보다 아쉬운 성적을 남겼지만 여전히 한 방이 있는 타자들이다. 특히 1차전에서 주목할 타자는 앤서니 알포드다. NC 선발 페디는 물론 굉장한 투수지만,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타자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다. 정규시즌 페디에게 8타수 5안타 2홈런을 기록한 알포드가 대표적이다. 몇 안 되는 KT 좌타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강백호의 부상 이탈로 사실상 KT에서 스타팅에 들어갈 만한 왼손타자는 김민혁, 조용호, 김준태 밖에 없는 상황. 중간중간 포진한 좌타자들이 위협적인 타격을 보여줘야 NC 벤치의 투수교체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동료에게 생각하는 플레이를 강조하는 박민우(사진=NC)

 

키플레이어: 박민우, 이용준, 문상철, 엄상백

앞선 4경기에선 후배들의 활약에 가렸지만, 박민우의 활약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끈질기게 볼을 골라내고 출루한 뒤 도루까지 해서 상대 내야진을 뒤집어 놓는 솜씨는 명불허전. 박민우는 좌완 우완 사이드암 가리지 않고 어떤 유형의 공이든 잘 때리는 타자이기도 하다. 이번 시리즈 출전 야수 가운데 최고의 도루 능력을 자랑하는 박민우는 뛰는 야구에 취약한 KT 배터리에게 경계 1호다.

투수로는 이용준을 주목할 만하다. 이용준은 속구-슬라이더 투 피치 투수다. 체인지업을 던질 줄은 알지만 아직 완성도가 떨어져서 좌타자 상대로 애를 먹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KT 라인업에는 좌타자가 많아야 2명이다. 이용준이 좀 더 편안하게 투구할 수 있는 환경이다. 실제 정규시즌 상대성적도 2경기 6이닝 1실점으로 좋았다.

엄상백의 역투(사진=KT)

KT 타자 중에선 문상철이 X-팩터다. 강백호가 빠지면서 장타력과 타선의 위압감이 크게 약해진 상황. 여기서 한번 제대로 공을 띄우면 담장을 넘길 파워가 있는 문상철이 제 몫을 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마침 NC 투수들 상대로도 좋은 기억이 많다. 페디, 신민혁, 이용찬 등 핵심 투수들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시리즈에서 의외의 한 방을 기대할 만하다 타자다.

마운드에선 엄상백이 키플레이어다. 이번 시리즈에선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나온다. KT는 좌완투수가 없지만, 대신 역스플릿 투수가 많은 게 특징이다. 체인지업이란 필살기를 보유한 엄상백이 대표적인 ‘우완 좌타자 킬러’다. 2, 3선발 투수가 막 부상에서 돌아온 KT는 엄상백을 불펜에 배치해 변수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플레이오프 시리즈 승리확률(표=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시뮬레이션 결과는 NC 승리 50.75%…최소 4차전 혈투 예고

스포츠춘추는 NC와 KT의 정규시즌 기대승률을 바탕으로 5전 3선승제 시리즈 승리 경우의 수를 구했다. 두 팀의 기대승률이 각각 0.544, 0.540으로 큰 차이가 없다 보니 시리즈 승리 확률도 막상막하로 나타난다.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는 NC의 3승 1패 승리로 19.05%, 다음은 NC의 3승 2패 승리로 18.90%다. 이어 KT의 3승 2패 승리가 18.60%, KT의 3승 1패 승리가 18.45%로 나타났다. 반면 3승 0패는 NC가 12.80%, KT가 12.20%로 확률이 높지 않았다. 이를 합한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NC가 50.75%, KT가 49.25%다. 사실상 50대 50이라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최소 4차전, 웬만해선 5차전까지 가는 혈투가 예상되는 이번 플레이오프. 어느 쪽이 승리하든 싱겁게 끝나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