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내세운 SSG, 첫 시험대는 추신수 문제 해결 [춘추 이슈분석]

김원형 감독을 경질하면서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내세운 SSG 앞엔 40대 베테랑 추신수 문제가 놓여 있다.

2023-11-03     배지헌 기자
SSG의 최고참 추신수(사진=SSG)

 

[스포츠춘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스트시즌 기간 이슈의 중심은 SSG 랜더스다. 지난 시즌엔 통합 우승과 초유의 한국시리즈 기간 감독 재계약, 우승 단장의 퇴진과 비선실세 의혹 등으로 뉴스를 점령했다. 올해는 가을야구에선 ‘광탈’했지만 김원형 감독의 경질과 차기 감독 문제로 여전히 뉴스와 게시판 지분을 독차지하고 있다. 

SSG는 10월 31일 김원형 감독의 계약해지, 사실상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팀을 프로야구 최초의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이끌었고 올해도 정규시즌 3위로 이끈 감독이 재계약 1주년이 되기도 전에 잘렸다. 준플레이오프에서 3패로 무기력한 업셋을 당하긴 했지만 ‘성적 부진’ 운운할 정도는 아니다. 이에 SSG는 세대교체, 지속적 발전, 변화, 혁신 등의 키워드로 계약기간이 2년이나 남은 감독을 자른 명분을 만들었다. 구성원들이 시즌을 리뷰하는 과정에서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과 감독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상향식’ 의사결정을 통해 계약해지로 이어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야구계에서 “구단주 지시는 없었다”는 SSG의 주장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방 구단 한 단장은 “3년 22억원에 계약한 감독을 1년 만에 자르는 결정은 단장, 사장 선에서 건의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반면 SSG는 “다른 구단은 어떤지 몰라도 우리는 그렇게 했다”고 주장한다. 

김성용 단장은 스포츠춘추와 통화에서 이 주제가 언급되자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우리 신세계는 구단 자율성을 중요시한다. 구단 자체적으로 방향성을 갖고 결정해서 최종 보고를 하지, 그룹에서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게 절대 아니다. 보통은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안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설명해도 다들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반응하는데 자신있게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SSG 관계자도 “내가 실제 (시즌 리뷰) 회의에 참석해서 과정 전부를 지켜봤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구단의 결정이라고 강변했다.

내년 시즌 현역 연장 의사가 있는 추신수(사진=SSG)

 

추신수 현역 연장 의사 있어…구단과 원만한 조율 필요

진짜 이유야 어떻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다른 이유가 아닌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니 이제 좋든싫든 그 방향으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 그래야 감독을 자른 구단의 결정이 조금이라도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리고 세대교체 구호를 실천하는 출발점은 추신수 문제를 푸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1982년생 추신수는 40대 노장이지만 리그 최정상급인 17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올해 성적은 112경기 타율 0.251 OPS 0.772 12홈런으로 나쁘지는 않지만 최고 연봉자의 성적이라기엔 아쉬웠다.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 기준으로는 1.96승으로 KIA 이우성(1.99승)보다 못했고 한화 이진영(1.93승)보다 살짝 나은 정도였다. 메이저리그나 외국인 선수 기준으로 보면 이 정도 성적을 내는 선수가 이 정도 대우를 받으며 현역 생활을 계속하긴 어렵다. 말 그대로 추신수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봐야 한다.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감독까지 자른 구단이 계속 안고가기엔 부담스러운 존재. 이미 꽉 찬 샐러리캡 문제도 걸려 있다. 하지만 워낙 거물이고 SSG ‘로얄패밀리’에 속하는 인물이다보니 구단에서도 함부로 손대기 쉽지 않다. 구단주와 직접 만나고 소통하며 말만 하면 뭔가가 뚝딱 생기는 프로야구 선수는 추신수 외에 잘 떠오르지 않는다. 김원형 감독 경질과 함께 야구계에서 ‘추신수 감독설’ ‘추신수 플레잉감독설’ 같은 야구만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이유다. 

김성용 단장은 우선 ‘추신수 감독설’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앞으로 후보군에 들어갈 가능성도 없다는 입장. 김 단장은 “추신수는 앞으로 선수 생활을 더 할지 말지가 고민할 문제지 감독직을 놓고 고민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김 단장은 김원형 감독 계약해지 이후 추신수, 김강민과 한 차례 만남을 가졌다. “거취를 정하는 자리는 아니고, 편하게 만나서 올 한해 여러가지 느낀 점을 얘기하는 자리였다”는 설명이다. 이 자리에서 내년 시즌 거취를 놓고 탐색전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측근들에 따르면 추신수는 내년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갈 의사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올해처럼 특별대우를 받으면서 야구하긴 어렵다. 김 단장은 “물론 구단에서도 생각하는 바는 있지만 선수 생각을 들어보는 게 먼저다. 그 이후 내부 회의를 거쳐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단과 선수 간에 충분한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가 만족할 만한 타협점을 찾는 게 현역 연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사실 SSG의 ‘세대교체’ 문제는 김원형 전 감독보다 구단의 책임이 크다. 추신수 외에도 유독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노장이 많은 SSG다. 다른  구단에 비해 노장과 신예 사이의 중간층이 부족하고, 당장 1군에서 통할 만한 유망주도 많지 않다. 구단이 그동안 ‘윈나우’로 달리느라 선수 육성에 소홀했던 결과다. 스카우트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2군에선 특급 유망주보다 이런저런 일로 징계받는 선수가 더 많이 나왔다. 그렇다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노장을 정리하고 신예에게 기회를 주는 인위적 리빌딩을 할 것도 아니다. 일단 슈퍼스타 최정-김광현이 현역으로 있는 동안에는 계속 달려야 한다. 당장 내년 시즌에도 SSG는 선수단 연봉 총액 1위 팀일 가능성이 크다.

김성용 단장도 “세대교체란 게 한번에 되는 건 아니다. 신구 조화를 잘 이루기 위해 세대교체를 하려는 것이지 고참들을 정리하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팀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쳐선 안 된다. 성적도 내야 하고 미래도 봐야 한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원칙을 이야기했다. 노장들을 인위적으로 정리하지는 않겠다는 뉘앙스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