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에서 영웅으로...'문상철 결승타' KT, 1차전 잡고 한국시리즈 5연승 [KS1]

KT 위즈가 9회초 터진 문상철의 역전 결승 적시타에 힘입어 정규시즌 우승팀 LG 트윈스를 꺾고 한국시리즈 1차전을 잡았다. 

2023-11-07     배지헌 기자
KT 위즈의 1차전 영웅이 된 문상철(사진=KT)

 

[스포츠춘추=잠실]

역적에서 영웅이 되는 데는 딱 한 방으로 충분했다. KT 위즈가 9회초 터진 문상철의 역전 결승 적시타에 힘입어 정규시즌 우승팀 LG 트윈스를 꺾고 한국시리즈 1차전을 잡았다. 득점 찬스에서 나온 삼중살, LG의 잇따른 호수비에 여러 차례 기세가 꺾일 뻔했지만 굴하지 않고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연출했다. 

KT는 11월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LG에 3대 2로 이겼다. KT 고영표와 LG 케이시 켈리의 선발 대결은 무승부로 끝났다. 먼저 점수를 낸 쪽은 KT였다. KT는 1회초 공격에서 김상수의 리드오프 안타에 이은 도루와 실책을 묶어 무사 3루 찬스를 잡았다. 이어 황재균이 0-2에서 끈질긴 승부로 컨택에 성공, 내야 땅볼로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시즌 때 LG의 작전야구를 떠올리게 하는 선취득점 과정.

LG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LG는 1회말 1사후 박해민-김현수의 연속안타로 잡은 1, 3루에서 오스틴 딘의 2루 땅볼 때 나온 KT의 실책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1사 만루 찬스에서 문보경이 큼직한 외야플라이를 날려 2대 1로 경기를 뒤집었다. 

2회초에는 분위기를 완전히 LG 쪽으로 돌려놓는 삼중살이 나왔다. 문보경의 실책과 배정대의 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1, 2루 찬스. 여기서 KT 벤치가 문상철에게 번트를 지시했지만, 문상철의 번트가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 떨어진 뒤 멈추면서 포수 박동원이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타구가 됐다. 3루에 던져 2루 주자 아웃, 이어 1루에서 타자 주자까지 아웃. 1루 주자 배정대마저 3루로 뛰다가 태그 아웃당해 역대 한국시리즈 2호 삼중살이 완성됐다.

KT로서는 완전히 사기가 꺾일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선발 고영표는 1회 2점 외에는 더이상 추가점을 내주지 않고 잘 버텼다. 2회말 득점권 위기를 실점 없이 잘 막은 뒤 3회에는 삼자범퇴로 고영표다운 투구를 보였다. 

마운드가 안정되자 다시 KT 쪽에 찬스가 왔다. KT는 4회초 공격에서 황재균의 9구 승부 볼넷, 앤서니 알포드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장성우의 우중간 떨어지는 적시타로 2대 2 동점. 다만 여기서 알포드가 LG 수비 실책을 틈타 홈에 파고들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고, 뒤늦게 홈에 뛰어들다 아웃당해 역전까지는 하지 못하고 공격을 마쳤다.

이후 고영표와 켈리는 나란히 6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주고받았다. 고영표는 4회말 1사 1, 3루와 2사 2, 3루 위기를 실점 없이 넘어갔고 켈리도 야수들의 잇따른 수비 도움에 힘입어 KT에 달아나는 점수를 주지 않았다. 고영표는 6이닝 2실점 1자책, 켈리는 6.1이닝 2실점 1자책으로 각각 이날의 투구를 마감했다.

7회부터는 불펜 싸움. LG가 7회 1사 1루에서 이정용을 올려 불을 끄자 KT도 7회말 손동현을 기용해 LG 타격을 잠재웠다. 8회 LG가 함덕주 카드로 실점을 막자 KT는 손동현에게 멀티 이닝을 맡겨 8회를 막았다.

승부가 갈린 건 9회초. 홈팀인 LG가 마무리 고우석을 마운드에 올렸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배정대가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나갔고, 타석엔 이날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문상철이 등장했다. 

문상철은 2회초 삼중살, 7회에도 득점권에서 삼진으로 물러나 이날 경기 KT의 강력한 '워스트' 후보였다. 그러나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선 달랐다. 2스트라이크를 먹고 시작했지만 볼 2개를 잘 골라낸 뒤 5구째 빠른 볼을 파울로 걷어냈다. 그리고 6구째 들어온 커브를 정확하게 받아쳐 좌측 외야 쪽으로 날려보냈다. 펜스 상단에 맞고 떨어지는 2루타. 1루 주자 배정대가 홈을 밟으면서 KT가 이날 경기 처음으로 리드를 잡았다. 이전 세 타석에서의 부진을 한 방에 만회한 천금 같은 타점.

리드를 잡은 KT는 9회말 마무리 김재윤이 아닌 박영현을 올렸다. 문성주 투수땅볼, 신민재를 초구 2루 땅볼로 잡은 박영현은 리드오프 홍창기를 삼진으로 잡고 1-2-3로 승리를 매조졌다. KT의 3대 2 역전승. 2이닝을 틀어막은 손동현이 승리투수, 반면 LG 마무리 고우석은 1이닝 1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로써 1차전을 잡은 KT는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74.4%의 확률을 잡았다.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고영표(사진=KT)

*KT는 이날 승리로 포스트시즌 최근 4연승과 원정 3연승, 그리고 한국시리즈 5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2021년 한국시리즈 4승 무패로 우승을 차지했던 KT는 오늘 1차전까지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승률이 100%다. 반면 1차전을 내준 LG는 포스트시즌 연패가 4연패로 길어졌다. 

*KT 황재균은 한국시리즈 5경기 연속 타점 행진을 이어갔다. 또 장성우는 포스트시즌 7경기 연속 안타와 9경기 연속 출루 행진이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LG 케이시 켈리는 언제나처럼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6.1이닝 2실점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하며 통산 포스트시즌 5번째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다. 또 포스트시즌에서 등판한 7경기에서 모두 5이닝 2실점 이하를 기록하며 선발로서 제 몫을 다했다.

*LG 문보경은 포스트시즌 8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김현수는 한국시리즈 7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계속했다. 반면 5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홍창기는 지난해 포스트시즌부터 14타석 연속 무안타 늪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