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개점휴업? 엄상백+배제성…마법사 군단 ‘KS 히든카드’ 거듭날까 [춘추 이슈분석]
-한국시리즈 1차전 극적 승리 거둔 KT, 향후 시리즈 선발 계획은? -1~3차전 선발 고영표, 쿠에바스, 벤자민…닷새 휴식 뒤 5~7차전 등판 -이강철 KT 감독이 밝힌 시리즈 계획 “KS 4차전은 불펜 데이를 생각 중” - KT의 ‘히든카드’ 엄상백+배제성…PO 아쉬움 덜고 KS에서 날아오를까
[스포츠춘추=잠실]
KT 위즈가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한국시리즈 첫 경기에서 웃었다. 11월 7일 잠실 원정에서 펼쳐진 LG 트윈스 상대 한국시리즈 1차전을 3대 2 신승을 거둔 것. 이날 승리엔 모두가 인정하듯 선발 고영표의 눈부신 역투가 있었다.
올해 포스트시즌을 2연패로 시작한 마법사 군단은 어느새 지난 2일 플레이오프 3차전을 기점으로 4연승째다. 그런 KT는 8일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를, 이어 10일 3차전에서는 웨스 벤자민을 앞세워 상승세를 이어가고자 한다.
KT가 자랑하는 ‘쿠·벤·고’ 3선발은 올해 정규시즌에만 449이닝을 던져 39승 371탈삼진 평균자책 3.01을 기록할 정도로 강했다. 그 셋을 향한 사령탑의 신뢰가 깊은 까닭이다. 변수가 없다면, 이들은 다가올 한국시리즈 5~7차전에서도 선발 등판 중책을 맡을 예정.
그렇다면 남은 한 자리인 4차전은 누가 선발로 등판할까. 7일 경기 전 잠실 원정팀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KT 감독은 “불펜 데이를 생각 중”이라며 두 선수의 이름을 따로 언급했다.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선발 구상을 이미 마쳤다”고 밝힌 이 감독은 조심스럽게 “4차전 불펜데이에서는 (배제성보단) 엄상백이 먼저 나갈 듯싶다”고 말한 바 있다.
KT는 오는 11일 홈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예정된 한국시리즈 4차전 ‘첫 번째’ 투수로 우완 엄상백을 고려하고 있다. 배제성은 그 뒤에 등판해 마운드를 책임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 두고 이 감독은 “4차전을 불펜데이로 가면 고영표, 쿠에바스, 벤자민이 5일 휴식 후 차례대로 5~7차전에 등판할 수 있다. (일정을 당기고 그런 것 없이) 순리대로 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불펜 출신’ 엄상백 “역할 관련 어색함 없어…오히려 자신 있다”
KT는 앞서 5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NC 다이노스를 제압하고 플레이오프 리버스 스윕을 달성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엔트리에 든 엄상백, 배제성은 큰 역할을 맡지는 못했다. 오히려 아쉬움을 남긴 편이다.
먼저 엄상백은 올 시즌 20경기(19선발)에 등판해 111.2이닝을 던져 7승 6패 29볼넷 89탈삼진 평균자책 3.63을 기록했다. 팀 선발진 한 축을 책임지다 지난 8월 말 갈비뼈 미세 골절로 공백기를 한 달 넘게 겪어야 했다.
이후 재활을 거쳐 포스트시즌에 맞춰 돌아온 엄상백은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선발이 아닌 불펜 역할을 맡았다.
7일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기 전 스포츠춘추와 만난 엄상백은 “역할에 대한 어색함은 없다”며 “원래 불펜으로도 많이 뛰었고, 오히려 선발로 계속 활약했던 (배)제성이, (고)영표 형, (소)형준이보다는 내가 불펜 적응이 빨라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첫 퍼즐이 꼬였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 쿠에바스를 잇는 팀 두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0.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온 것. 이와 관련해 사령탑은 당시 “컨디션이 아직 제대로 올라오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에 엄상백은 “플레이오프 초반부터 볼 스피드가 안 올라왔다. 내 스타일상 볼 스피드가 떨어지면 강점을 살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걱정이 약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 등판에 오르기까지 캐치볼을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은 오래 하는 등 투구 감각을 회복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그 덕분이었을까. 엄상백은 그 뒤 9점 차가 벌어진 플레이오프 4차전 9회 말에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무실점 투구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냈다.
“시간이 갈수록 컨디션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플레이오프 때보다 확실히 좋아진 모습을 팬들께 보여드리고 싶다.” 엄상백의 시선은 더 이상 플레이오프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 또 한 번의 기회가 엄상백을 찾아온다. 이번에는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다. “단기전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며 강조한 엄상백은 “부상 회복 후 몸 상태에서 내가 얼마나 길게 던질 수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선발로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준비 중이다. 벤치가 원하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PO 등판 없었던 배제성 “동료들 활약에 자극…언제나 준비돼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아쉬움을 남긴 선수는 또 있다. 엄상백과 함께 한국시리즈 4차전 마운드를 책임질 것으로 보이는 배제성이다.
엄상백과 마찬가지로 올해 KT의 선발 한 자릴 맡아온 배제성은 정규시즌 26경기(24선발) 동안 130.1이닝을 소화해 8승 10패 77볼넷 79탈삼진 평균자책 4.49를 남겼다. 하지만, 배제성의 경우엔 아예 포스트시즌 출전이 없었다.
플레이오프 내내 잇따른 접전에 필승조 3인방(손동현·박영현·김재윤)이 주로 마운드에 오르면서 마땅한 등판 기회가 생기질 않았기 때문.
“비록 경기는 뛰지 못했지만, 플레이오프 내내 동료들의 활약을 하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한국시리즈를 앞둔 배제성의 말이다.
한편, 배제성의 결정구는 ‘각이 큰’ 슬라이더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구종가치에서는 배제성의 슬라이더는 플러스 구종으로 평가받는 게 연례행사일 정도. 변화무쌍한 움직임에 상대 타자들은 늘 예외 없이 어정쩡한 스윙을 내기 바쁘다.
배제성의 슬라이더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LG 타자들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선수 본인도 슬라이더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이에 관해 배제성은 “청백전부터 계속 체크하고 있는데, 던지는 감각이 한결 좋아졌다. 시즌 막판 때보다 슬라이더 각이 훨씬 날카로워진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배제성에게도 한국시리즈는 ‘증명의 장’이 될 전망이다. 사령탑은 엄상백과 함께 4차전에서 중용할 계획을 내비친 바 있다.
이를 두고 배제성은 “경기 출전 여부를 떠나 언제든 제대로 던질 수 있게 항상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래야 마운드에 올랐을 때 더 확실하게 내 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던질 기회가 있다면 그 임무에 맞게 수행할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