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흐름 바꾼 고영표 역투, KS에서 다시 한번?…벼랑 끝 KT의 마지막 희망 [KS5 프리뷰]
우승에 1승만을 남겨둔 LG 트윈스와 1패만 당하면 시리즈가 끝나는 KT 위즈가 13일 잠실에서 한국시리즈 5차전을 벌인다. 오늘 시리즈를 끝내고 싶은 LG와 5차전만 이기면 쿠에바스-벤자민 카드가 기다리는 KT의 대결. 과연 승리는 어느 쪽일까.
[스포츠춘추]
LG 트윈스는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제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2차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3차전에선 ‘역대급’ 명승부 끝에 승리를 거뒀고 4차전에서 무자비한 대승을 기록하며 시리즈 3승 1패가 됐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 팀이 우승하지 못한 사례는 2013년 두산 베어스 한 팀뿐. 그만큼 뒤집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상대 KT 위즈는 앞서 플레이오프에서 기적을 연출한 팀이다. 역대 두 번밖에 나오지 않았던 2패 뒤 3연승 리버스 스윕을 NC 다이노스 상대로 이뤘다. 당시 대역전극의 선봉에 섰던 투수는 고영표. 고영표는 팀이 2패로 몰린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등판, 무실점 역투로 3대 0 승리에 앞장섰다. 이후 KT는 4차전과 5차전을 잇달아 잡아내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 고영표가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5차전 선발로 나온다. 타자들도 지치고 투수들도 그로기 상태인 KT로선 고영표가 마지막 희망이다.
선발 매치업
1차전의 리턴매치다. 당시 6.1이닝을 던졌던 케이시 켈리와 6이닝을 소화했던 고영표가 다시 맞대결한다. 둘 다 5일 휴식 후 등판이라 컨디션엔 큰 문제가 없을 전망. 다만 낮 경기로 열린 4차전에서도 투수들을 괴롭혔던 강추위가 여전한 가운데, 밤에 열리는 경기라는 점이 변수다.
켈리는 초반 한 바퀴가 중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 전력투구로 KT의 초반 득점을 막아야 한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KT 상대로 초반에 ‘칠 수 없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타선이 선취점을 뽑으면 뜻밖에 손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정규시즌 LG 상대로 약했던 고영표는 지난 등판에서 초반 위기를 잘 넘긴 뒤 호투를 펼쳤다. 평소보다 구위나 공의 움직임이 좋지 않았는데도 최소실점으로 막아내는 운영 능력이 빛을 발했다. 1차전에서 한번 당한 LG 타자들이 두 번째 만남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지 지켜볼 대목.
라인업
LG는 4차전에서 17안타 3홈런으로 15점을 뽑아내는 타격쇼를 펼쳤다. 15득점은 2001 한국시리즈 두산의 18득점에 이은 역대 한국시리즈 한 경기 최다득점 2위 기록. 이 흐름이 하루 휴식 뒤 열리는 5차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KT의 웬만한 투수로는 막기 어려울 정도로 LG는 라인업 전체가 맹공을 펼쳤다. 특히 시리즈 초반 아쉬웠던 홍창기, 김현수까지 살아나자 그야말로 거를 곳 없는 타선이 완성됐다. 고영표에게 초반 2득점 뒤 끌려다닌 지난 1차전과는 다른 흐름이 예상된다. 다만 수원이 아닌 잠실에서 열리는 경기라 3, 4차전처럼 많은 홈런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
한편 KT는 야수들이 체력적으로 점차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배정대가 이번 시리즈 들어 첫 무안타를 기록했고 3차전에서 반등 기미를 보였던 박병호도 침묵했다. 구위형과는 거리가 있는 김윤식의 공에 완전히 말리면서 타선 전체가 심리적으로 쫓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찬스에서 아쉬운 주루 실수, 상대 호수비로 경기가 꼬이는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다. 잠실 경기이긴 하지만 큰 것 한 방이 나와야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듯하다. 이번 시리즈 LG가 홈런 8개를 때릴 동안 KT는 1개에 그쳤다.
불펜
LG는 이정용-함덕주-정우영-김진성-백승현-유영찬-고우석으로 이어지는 ‘7 쌍둥이 불펜’으로 2차전에서 재미를 봤다. 그러나 3차전, 4차전에서는 LG 불펜도 허점을 드러냈다. 고우석의 부진으로 마무리에 구멍이 뚫린 가운데 정우영, 함덕주도 클러치 상황에 믿고 내긴 뭔가 아쉽다. 유영찬, 이정용, 김진성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데 선발투수가 너무 일찍 내려가면 이 셋만 갖고는 한계가 있다. 한편 KT는 불펜이 초토화된 상황. 4차전에서 김재윤 조기투입이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김영현-김민-주권-배제성은 남은 시리즈에서 기용하기 어렵게 됐다. 사실상 손동현-박영현과 이상동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3차전 이후 이틀간 쉬긴 했지만 이번 포스트시즌 기간 워낙 많이 던져서 체력적-심리적으로 얼마나 회복했을지는 미지수다.
예상
그 어느 경기보다도 초반 분위기가 중요하다. 이미 그로기 상태인 KT는 3, 4차전처럼 초반에 실점하고 끌려가면 이 경기 내에서 회복하기 어렵다. 4차전처럼 와르르 무너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다시 원정경기인 만큼 선공에서 점수를 내고 고영표가 막으면서 침체된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바꿔 말하면 고영표가 막지 못하면 KT의 한국시리즈는 그대로 끝이다. 앞서 KT는 플레이오프 3차전을 고영표의 힘으로 잡은 뒤 4차전 윌리엄 쿠에바스, 5차전 웨스 벤자민이 올라와 리버스 스윕을 이뤘다. 오늘 고영표가 팀을 구하면 6차전에 쿠에바스가, 7차전에는 벤자민이 대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