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MVP’ LG, 감격의 한국시리즈 우승…29년 만에 V3 [KS5]
LG 트윈스가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위업을 세웠다. KT 위즈를 4승 1패로 꺾고 1990년, 1994년 이후 프랜차이즈 세 번째 우승을 이룬 LG다. 한국시리즈 MVP는 오지환에게 주어졌다.
[스포츠춘추=잠실]
1994년에 멈춰있던 LG 트윈스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낸 LG가 KT 위즈를 4승 1패로 꺾고 감격의 프랜차이즈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뤘다.
LG는 11월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케이시 켈리의 호투와 박해민의 환상적인 공수 활약에 힘입어 KT에 6대 2로 승리했다. 이로써 LG는 1차전 패배 뒤 2차전부터 내리 4연승을 달리면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됐다.
켈리와 고영표의 선발 맞대결로 시작한 경기는 지난 1차전과는 다른 흐름으로 전개됐다. KT도 LG도 1회 선취점 찬스를 잡았지만 살리지 못했다. LG는 1회말 홍창기가 1루수 실책으로 출루했지만 2루 도루 실패로 찬스가 무산됐고, 2회에는 1사 1, 3루에서 박동원이 병살타로 물러나 득점하지 못했다.
3회 다시 한번 기회가 왔다. 문성주의 선두타자 안타와 신민재의 볼넷으로 잡은 무사 1, 2루. 여기서 홍창기가 차분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득점권으로 주자를 보냈다. 그리고 박해민이 우익선상 깊숙한 곳으로 굴러가는 2루타를 날려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LG의 3경기 연속 선취득점.
LG의 공세는 계속됐다. 박해민이 곧바로 3루 도루를 성공시켜 1사 3루 찬스. 여기서 김현수의 1루 땅볼 때 박병호의 실책이 나오면서 박해민이 홈을 밟아 한 점을 추가했다. LG가 3대 0으로 초반 승기를 잡았다.
KT도 4회초 반격에 나섰다. 문상철의 안타와 박경수의 볼넷으로 만든 2사 1, 2루 찬스. 여기서 KT는 경기 후반 쓰려고 아껴둔 김민혁 대타 카드를 조기에 꺼내는 승부수를 띄웠다. KT 벤치의 강수는 초구 커브를 받아친 김민혁의 타구가 좌중간을 향해 날아가면서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중견수 박해민이 전력 질주한 뒤 몸을 날려 타구를 잡아내면서 이닝종료. 박해민의 믿기 힘든 '슈퍼캐치'가 KT의 승부수를 무위로 만들고, 자칫 KT쪽으로 넘어갈 뻔한 흐름을 다시 LG 쪽으로 붙들었다.
LG는 5회초 켈리의 폭투로 1점을 내줬지만 5회말 공격에서 바로 2점을 달아났다. 홍창기-박해민의 연속안타로 고영표를 끌어내린 뒤 바뀐 투수 이상동을 상대로 김현수가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 5대 1로 격차를 벌렸다. 사실상 LG쪽으로 완전히 승기가 넘어간 장면이다. 기세를 탄 LG는 6회말 문보경의 2루타와 희생번트, 문성주의 적시타로 1점을 더해 완전히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7회 유영찬의 폭투로 한 점을 내준 LG는 2사 1루 박병호 타석에서 함덕주를 투입해 급한 불을 껐고, 함덕주가 8회까지 실점 없이 막으면서 리드를 유지했다. 9회엔 마무리 고우석이 올라와 무실점, 지난 3차전의 악몽을 깨끗이 씻어내고 '헹가래 투수'가 됐다.
이로써 LG는 시리즈 4승 1패로 KT를 제압하고 1990년, 1994년에 이어 프랜차이즈 세 번째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5이닝을 5피안타 1실점으로 잘 던진 켈리가 승리투수. 6회부터 유영찬(1.2이닝)-함덕주(1.1이닝)-고우석(1이닝)이 승리를 끝까지 지켰다. 박해민은 2안타 2타점 2득점에 슈퍼캐치까지 최고의 활약으로 데일리 MVP를 수상했고 문성주는 3안타 경기. 홍창기와 문보경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MVP는 캡틴 오지환에게 돌아갔다. 오지환은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268에 3홈런 8타점 맹타로 팀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활약했다. 2차전에선 추격의 솔로포를 날려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고 3차전에선 8회말 극적인 역전 3점포로 드라마를 연출했다. 여기에 매 경기 화려하면서도 안정적인 유격수 수비로 KT의 공격 흐름을 끊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