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세대교체 없다” 천명한 SSG 이숭용 감독, ‘신구조화’ 중책 맡았다 [춘추 인터뷰]
ㅣSSG가 11월 17일 오전 이숭용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이에 스포츠춘추가 SSG 제9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 감독의 얘길 자세히 들어봤다.
[스포츠춘추]
‘숭캡’이 인천에 돌아온다. SSG 랜더스는 11월 17일 이숭용 前 KT 위즈 육성총괄을 제9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날 SSG는 이숭용 감독과 함께 ‘소통형 리더십’과 ‘팀 리모델링’을 목표로 나아갈 것을 발표했다. 덧붙여 “(이 감독은) 개방적 소통과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코치진과 선수 개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번트형 리더십’을 갖췄다”고 평가를 내린 SSG는 “선수 중심의 사고와 강한 신뢰관계를 형성해 하나된 팀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로 판단했다”며 선임 배경을 밝혔다.
다음은 17일 오전 부임 발표 후 “하루 종일 정신이 없다”며 혀를 내두른 이숭용 SSG 신임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이숭용 SSG 감독 “팬들 기만하는 인위적 세대교체 없을 것”
SSG 감독 부임 과정은?
한국시리즈 도중 김성용 단장님께 연락이 왔고, 11월 8일 면접을 봤다. 그 뒤로는 어제(16일) 저녁 집 근처로 단장님이 직접 오셔서 대화를 또 나눴다. 그리고 오늘(17일) 아침에 민경삼 사장님께 인사드리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감독 면접에서는 어떤 대화를 나눴나.
구단이 나아갈 방향성 관련해서 주로 얘기했다. 그간 프런트 생활을 통해 나름대로 쌓인 경험, 또 선수 때부터 정립해 놓은 나만의 생각들을 마음 편히 말씀드렸다. 거기서 김성용 단장님과 서로 잘 통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의견이 일치하는 게 많았다.
가령, 어느 부분에서 의견이 일치했나.
SSG의 미래는 ‘리빌딩’이 아니라 ‘리모델링’에 있다는 점이다. 이 둘이 엇비슷한 것처럼 보여도 꽤 다르다. 세대교체는 인위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 단순히 나이가 어리다고 1군 주전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건 팬들을 기만하는 것과 같다. 1군 선수의 자격은 경쟁력 싸움이다.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없다’고 했다.
당연하다. 반대로 실력 있는 유망주라면 과감하게 쓸 생각이다. 다만 어린 선수들에게는 끊임없이 ‘내가 잘하면 주전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심어주고 싶다. 한편으론 신예와 베테랑 모두 케어가 참 중요하다. 선수들이 동기부여를 잃지 않도록 계속 목표 의식을 심어주는 게 벤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이 신경 쓸 예정이다.
이전까지 바깥에서 바라본 SSG는 어떤 팀이었나.
당장 1년 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명문 구단 아닌가. 특히 경험 많은 선수들이 많다는 게 가장 돋보인다. 그건 SSG가 가진 장점인 동시에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다. 이 선수들이 계속 팀 기둥을 맡아줄 수는 없다. 탄탄한 베테랑들을 중용하면서도 어린 선수들을 하나둘 발굴해 조화로운 팀을 만들어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감독은 그 역할을 해내야 하는 자리다. 훌륭한 코치진과 프런트, 그리고 선수들과 신뢰와 존중으로 뭉쳐 잘 헤쳐 가겠다.
향후 프런트와의 케미를 기대해 봐도 좋을까.
물론이다.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 하나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관계다. 내 귀는 항상 열려있을 것이다. 감독 첫해에 첫 초심으로 ‘소통, 협업, 존중’ 3가지를 안고 가려고 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언젠가는 변할지 모른다(웃음). 다만 내가 한 말은 지켜야지 않겠나. 앞선 말들을 지키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선수·해설위원·코치·단장 등 다양한 길을 걸어왔다. ‘감독’ 이숭용의 야구를 보여줄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그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웃음). 하지만 나보다는 선수들과 팀이 우선이다. 어떤 야구를 펼쳐나갈지는 팬들께 차차 보여드릴 기회가 생길 것이다. ‘감독 이숭용’의 야구를 뽐내려는 마음은 없다. 다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프로 의식’이다. 필드에 섰을 때만큼은 SSG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모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팀에 해를 끼치는 모습은 어떤 선수라도 용납하지 않는다.
인천 연고지 팀인 태평양 돌핀스에서 데뷔했다. 그 시작점으로 돌아와 감독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도 그냥 마음이 벅차오른다. 나를 응원해 주셨던 인천 야구팬들은 여전히 기억이 또렷하다. 팬들께서도 선수 시절 이숭용을 기억해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책임감이 더 막중하다. 팬들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다.
내년부터는 감독으로 데뷔를 앞뒀다. 창단 때부터 10년 넘게 함께한 KT와도 맞붙을 예정이다.
기분이 묘하다. 일단 그 상황에 실제로 놓여봐야 이 느낌이 정확히 뭔지 알 듯싶다. 비단 KT뿐만 아니라 맞대결이 기대되는 팀이 많다. 그간 동고동락했던 분들이 다 사령탑을 맡고 있다. LG 염경엽 감독님부터, 삼성 박진만 감독, 키움 홍원기 감독, 한화 최원호 감독 등 모두 선수 때부터 인연이 깊다. 그런 부분에서 재밌을 것 같긴 하다. 또 막상 경기장에서 가면 그런 생각이 하나도 안 들겠지만(웃음).
1년차 감독으로 ‘선배’ 감독들에게 배워가겠다는 생각도 있나.
(단호하게) 전혀 없다. 승부 세계에서 ‘배워간다’는 마인드는 결코 성립할 수 없다. 배워서는 이길 수 없다. SSG의 유니폼을 입고 필드에 나가는 순간은 최선을 다해 상대를 이길 생각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