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 관리? 더 신경 써야죠” 정민태가 그리는 2024 삼성 마운드 [춘추 이슈분석]
-삼성의 2024시즌 준비, 기존 ‘순혈주의’ 노선 탈피 돋보여 -그간 인연 없던 코치 대거 영입…삼성, 투수코치로 정민태 낙점 -정민태 코치 “1군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를 마련하는 게 내 역할” -정 코치 “2024시즌, 원태인의 무거웠던 어깨 덜어줄 필요 있다”
[스포츠춘추]
2년 연속 ‘가을야구 탈락’의 아픔을 겪은 사자군단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겨울을 나고 있다. 올해 정규시즌을 8위로 마친 삼성 라이온즈는 10월 27일 일본 오키나와로 향해 25일간 마무리 캠프를 소화했다. 또 그사이 삼성은 11월 초에는 신규 코치진 영입 소식과 함께 2024시즌 재도약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특히 기존 ‘순혈주의’ 노선에서 탈피해 그간 삼성과 인연이 없던 코치들이 대거 합류했다. 그중 한 명이 정민태 신임 1군 투수코치다. 현역 시절 현대 유니콘스에서 활약한 정 코치는 통산 124승을 올리는 등 자타공인 KBO리그 대표 에이스 출신 지도자다.
정 코치는 코치 선임 직후 곧장 일본으로 건너가 삼성 마무리 훈련에 참여했다. 마무리 캠프 종료까지 하루 앞둔 지난 11월 19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정 코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삼성은 올 시즌 투수진에서 아쉬움이 컸다. 그렇기에 내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 우리는 많이 변해야 할 것 같다.”
정민태 코치 “내 역할, ‘1군에서 싸울 수 있는’ 선수 만드는 것”
정민태 코치는 현역 시절 현대에서 박진만 삼성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다. 마운드 위 정민태가 던지면 ‘국민 유격수’ 박진만이 귀신처럼 공을 낚아채 아웃카운트를 만들곤 했다. 둘의 인연은 돌고 돌아 삼성에서 다시 이어지게 됐다.
그런 반가움을 뒤로 하고, 둘은 오키나와에서 줄곧 야구 관련 대화만 나눴다. 정 코치는 지난 1년간 해설위원으로 외부에서 본 삼성 마운드의 문제를, 박 감독 역시 그동안 팀 마운드를 괴롭힌 이슈들을 찬찬히 살펴봤다.
삼성 마운드의 당면과제는 결국 불펜이다. 삼성 불펜진은 올 시즌 KBO리그 10개 팀 가운데 팀 평균자책이 5.16으로 최하위에 그쳤다. 불펜의 팀 기여를 따질 때, 주로 언급되는 WPA(추가한 승리 확률)에서도 팀 불펜 총합이 -8.43으로 리그 최하위다.
이에 정 코치는 “그 이유엔 여러 아쉬움이 있겠지만, 단적인 예시로는 구종 레파토리가 단조로운 측면이 아쉬웠다. 가령 수싸움에서 ‘나 이거만 던질 수 있어’식의 변화구 선택이 너무 잦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 코치는 “스플리터 던지는 선수들은 스플리터에만 의존하고, 또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선수들은 주구장창 슬라이더만 던진다. 그렇다고 그 구종이 한 시즌을 온전히 버틸 정도로 예리한 것도 아니다. 상대 팀 입장에선 대응하기가 편한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앞서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한 정 코치가 열흘간 선수들에게 강조한 대목이다. 또 정 코치는 “냉정하게 보면, 이 짧은 기간에도 아쉬운 점이 많이 보였다”면서도 “하지만 가능성을 충분히 엿봤고, 내가 아직 모든 걸 다 파악한 것도 아니다. 휴식 중인 1군 주축 선수들과 만남도 기대된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삼성이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팀 뒷문 보강을 위해 외부 수혈에 나설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이종열 삼성 단장 또한 “외부 FA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묻자, 정 코치는 “그건 단장님과 프런트의 역할이고, 현장에 있는 우리는 우리대로 역할이 있다. 일단 내 역할은 ‘당장 1군에서 싸울 수 있는’ 선수들을 찾아내 잘 던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것에만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정민태 코치 “2024시즌, 원태인의 무거운 어깨 덜어줄 필요 있다”
한편 다가오는 2024시즌, 삼성에 선발진을 향한 숙제가 없는 건 아니다. 바로 5선발 옥석 고르기다. 삼성은 올 시즌 내내 하위 선발 한 자릴 놓고 오디션을 펼쳤다. 황동재, 김대우, 양창섭, 장필준, 이호성, 최하늘 등이 참여했지만,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삼성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난 6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좌완 최채흥이 해결해 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최채흥은 복귀 후 15경기(14선발)에서 평균자책 6.68로 크게 부진하며 아쉬움을 진하게 남겼다.
“5선발 공백도 앞으로 채워야 할 영역이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꽤 있다. 가능한 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새로운 인식을 많이 심어주고 싶다.” 정 코치의 말이다.
프로 무대에서 떠나 지난 3년간 아마추어 선수들을 지도하고, 또 2023년 한 해 동안 해설위원을 했던 건 정 코치에게 큰 도움이 됐다. ‘투구 수’를 줄곧 강조하고 있는 것도 그 영향이다.
이를 두고 정 코치는 “아마추어 때 전도유망했던 선수들이 프로 와서 체력 문제를 겪는 건 다 이유가 있다”며 “여기서 체력은 ‘1군에서 한 시즌을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다. 어린 선수들을 조급하게 1군에 올리는 건 욕심이다. 준비 안 된 상태에서는 시즌 도중 구속이 떨어지고, 부상을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 코치는 ‘투구 수 늘리기’를 거듭 강조한다. 정 코치가 “이제부터라도 그러한 준비 과정을 거친 선수들을 1군에서 써야 한다”고 힘줘 말한 까닭이다.
끝으로 정 코치는 2024시즌 삼성 마운드 키 플레이어로 ‘푸른 피 에이스’ 원태인을 언급했다. “원태인의 경우에는 그간 팀 사정상 너무 많이 던졌다”고 콕 짚어낸 정 코치는 “삼성의 내년 시즌은 원태인이 짊어진 부담을 가능한 한 많이 덜어주는 것에 달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태인은 2019년에 데뷔해 지난 5년간 매 시즌 100이닝을 넘게 소화 중이다. 또 2021년 이후로는 3년 연속 규정이닝(144)을 넘겼다. 또 올 시즌에만 국가대표 일정을 총 3차례(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아시안게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쉽) 소화했다. 그렇기에 과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 팀의 귀중한 에이스다. 그만큼 더 관리를 해줘야 할 듯싶다. 무리하게 당겨쓰거나 한계 투구 수를 넘겨 한 이닝을 더 맡기는 일이 없어지려면, 앞서 말한 숙제를 하나둘 해결해야 한다. 내가 더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사자군단 마운드 재건 특명을 받은 정 코치의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