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내 뿌리를 찾았다” SSG 이숭용 감독의 감격…‘숭캡’이 돌아왔다 [춘추 현장]
SSG가 11월 21일 제9대 사령탑 이숭용 신임 감독 취임식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스포츠춘추=송도]
“마침내 내 뿌리를 찾은 것 같다. 나는 인천 SSG 랜더스 감독 이숭용이다.”
인천에 돌아온 숭캡은 감격에 찬 눈빛과 함께 ‘뿌리’를 외쳤다.
SSG는 11월 21일 인천 연수구에서 제9대 이숭용 감독 취임식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민경감 대표이사, 김성용 단장, 주장 오태곤, 김광현, 최정, 노경은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감독’ 이숭용 “내 야구관은 ‘감독’ 야구 아닌 ‘선수’가 하는 야구”
취임 소감은?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자리가 바로 감독이다. 그런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신 구단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벅차오른다. 내 프로 무대 첫 시작점이 인천이었다. 시간이 흘러 이 자리로 돌아와 감독이 된 게 정말 뜻깊다.
외부에서 본 SSG는 어떤 팀이었나.
SSG는 우승도 여러 차례 해본 명문 구단이다. 베테랑 선수들 비중이 큰 게 우리 팀의 장점이면서 단점이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더딘 부분이 있다. 앞으로는 그런 부분을 면밀히 체크해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마련하고, 고참 선수들에게는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주면서 팀을 이끌어 가보려고 한다.
단장을 거쳐 감독이 됐다. 그 경험이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KT 위즈 단장을 했던 건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그 경험을 통해 한 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라든지 많은 부분을 돌아볼 수 있었고,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구단 전체적인 운영에 대해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지금은 초보 감독이지만, 과거에 단장을 해봤던 게 간접 경험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선수, 코치, 단장을 경험하면서 많은 사령탑과 함께했다. 앞으로 이숭용 감독이 롤모델로 삼고자 하는 ‘선배’ 감독이 있을까.
딱히 한 분을 손꼽기에는 어려울 듯싶다. 그간 수많은 감독님과 함께했는데, 그분들의 장점을 내게 맞게 참조하면서 가볼 생각이다.
등번호 71번의 의미가 따로 있을까. 또 코칭스태프 최종 인선 계획은?
내가 1971년생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71번을 택했다. 코치진은 여전히 심사숙고 중이다. 프런트와 상의하고 있는 과정인데, 조만간 발표가 날 것이다.
선수 육성에 있어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퓨처스팀과의 호흡도 중요한데, 손시헌 퓨처스팀 감독과는 어떤 대화를 나눴나.
그간 단장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이 육성은 비로소 ‘1군에서 기용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퓨처스팀에서 잘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도 1군 무대는 또 수준이 다르다. (젊은 선수들이) 가능한 한 1군에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겠다. 손시헌 감독과는 최근 통화로 그런 대화를 나눴다. 손 감독과 계속 소통하면서 추천받은 퓨처스팀 선수를 1군에서도 적극적으로 출전시킬 계획이다. 보다 더 폭넓은 기용이 목표다.
‘리모델링’을 통한 세대교체를 말했다.
성적과 육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나 혼자라면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선수들과의 소통 및 신뢰, 그리고 코칭 스태프와 프런트의 도움과 함께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추신수, 김강민 등 베테랑 선수들의 향후 행보, 역할이 궁금하다.
두 선수와 아직 만나거나 통화를 하진 않았다. 두 선수가 어떤 판단을 내리든 무조건 존중할 생각이다. 구단과 상의해 선수들이 원하는 쪽으로 갈 계획이다. 두 선수 모두 존중받아 마땅하다. 특히 추신수는 메이저리그(MLB) 경험도 있고 선수단 리더 아닌가. 또 베테랑 선수들 기용 관련해서는 나 역시 선수 생활을 41살까지 했다. 그 경험을 살려 베테랑들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생각이다. 베테랑들과의 소통만큼이나 체력 관리도 중요한데, 많이 신경 써야 할 듯싶다.
창단 멤버로 시작해 코치, 단장, 육성총괄 등 10년 넘게 활약했던 KT 위즈와도 내년에 맞대결을 펼친다. SSG는 유독 올해 정규시즌 KT 상대(5승 1무 10패)로 약했는데.
우리 팀이 올 시즌 KT 상대로 약한 건 알고 있다. 내년 시즌에는 승률을 높이겠다. 다만 KT를 상대한다고 특별히 신경을 더 쓰는 건 없다. 특정 팀 상관없이 더 많이 이기는 데 집중하겠다.
내년 시즌 SSG의 목표는 무엇인지. 또 ‘감독 이숭용’의 야구는 어떤 스타일인가.
선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고, 내 야구관은 ‘감독이 하는’ 야구가 아니라 ‘선수 중심’이다. 선수들에게는 딱 두 가지 원칙만 지켜달라고 강하게 말해두고 싶다. 첫 번째로는 ‘원 팀(One Team)’이다. 현역 때부터 많이 강조해 왔다. 팀에 해를 끼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두 번째는 ‘프로 의식’이다. 그라운드에 들어섰을 때만큼은 야구계 선후배를 떠나 모두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이숭용 감독 “SSG에 부임하면서 마침내 내 ‘뿌리’를 찾았다”
내년부터는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KT 이강철 감독과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과 맞대결을 치른다. 이 감독과는 단장 때 통합 우승을 합작했고, 염 감독과는 현역 시절 팀 동료였는데.
두 분 모두 ‘우승 사령탑’ 아닌가. 반면에 난 초짜 감독이다. 맞붙었을 때는 온 힘을 다해야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서로서로 잘 아는 사이다(웃음). 염경엽 감독님하고는 선수 때부터 룸메이트로 동고동락했고, 이강철 감독님은 단장 시절 수없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승부는 붙어봐야 알겠지만, 꼭 많이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가오는 2024시즌, 구체적인 목표가 있나.
팀의 내실을 다지는 게 필요한 상황이다. 베테랑 선수들이 팀의 주축인데,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올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신예들의 성장이 뒷받침된다면 리그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야수 출신 감독인데, 투수 교체 타이밍에 대한 고민도 있을 듯싶다.
맞다. 내가 야수 출신이기에 고민이 많았던 대목이다. 그래서 투수 출신 수석코치를 생각 중이다. 또한 (시즌 운영에 있어) 투수 파트를 믿고 가려고 한다. 투수 파트에는 큰 틀만 전달할 계획이고, 세부적인 건 항상 투수 파트와 상의하면서 갈 것이다.
그간 외부에서 SSG를 봤을 때 눈길이 가는 유망주가 있었나.
선수 이름을 하나하나 손꼽기는 어려울 것 같다. 거론되지 않은 선수들이 서운해할 수도 있다(웃음). 일단은 제로 베이스에서 본다. 또 앞으로는 손시헌 퓨처스팀 감독의 추천을 많이 참고할 것이다. 손시헌 감독은 우리 팀 젊은 선수들을 그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서 볼 사람이기 때문이다.
스토브리그가 한창 진행 중이다. FA나 2차 드래프트 구상도 들려줄 수 있을까.
프런트와 계속 의논하고 있다. 프런트의 역할과 현장의 역할을 나눠 분업하려고 한다. 단, 모든 결정은 소통과 협업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 스토브리그에서는 감독보다도 프런트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팀 프런트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프런트 지원에 맞춰서 팀을 꾸려갈 생각이다.
2024시즌 외국인 선수 구상은?
아직 결정된 건 없다. 내년부터는 로봇 심판이 도입되는 걸 고려해야 한다. 스트라이크존 좌우 폭이 생각보다 좁아질 듯싶다. KT에서 육성총괄을 하면서 느낀 대목이다. 스트라이크 위아래를 활용할 수 있는 투수가 유리해질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의논을 진행하고 있다.
정용진 구단주가 야구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정 구단주와 따로 나눈 대화가 있나.
구단주님과는 어제 만났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야구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무척 많으시더라. 이와 관련해서 긍정적이다. 비단 구단주님뿐만 아니라 프런트에서 야구에 대해 대화를 요청한다면, 언제든지 경청할 것이다.
정 구단주가 특별히 당부한 게 있을까.
상당히 어려운 숙제를 주셨다. 성적과 육성을 함께 잡아달라고 요청하셨다. 하지만 그 역할을 해내기 위해 내가 감독으로 온 것이다. 팀에서 성적만 생각했다면 내가 아닌 다른 인물을 찾았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선수·코치·해설·프런트 등 경험을 적극 활용해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끔 최대한 노력하겠다.
감독 취임 직후 구단을 통해 선수단·프런트 합동 토론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가 뭔가.
화합이 중시했기 때문이다. 코치진의 불화는 선수들이 가장 먼저 눈치챈다. 앞으로 팀 방향성을 잡기 전에 팀 전체가 적극적으로 합심해 우리의 장·단점을 진단해 볼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감독 자리에서 권위 의식을 많이 없애려고 노력 중이다. 선수들과 더 편안하게 대화하고자 한다. 선수들과 장난치는 것도 많이 좋아한다(웃음).
면접을 본 뒤 감독 선임 발표까지 열흘 가까운 시간이 있었다. 어떻게 보냈나.
그 10일이 한 10년처럼 느껴졌다(웃음). 내가 감독 면접을 본 걸 주변 사람들한테는 거의 알리지 않았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긴 했다. 아내가 귀신을 잡는 꿈을 꾼 것이다. 그게 알고 보니 성공을 뜻한다고 하더라. 부인 말을 늘 잘 새겨듣는 편인데, ‘그 꿈 덕분에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돌고 돌아 인천에 감독으로 복귀한 소감을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비록 서울 출신이지만 때로는 인천이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진다.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해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히어로즈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되돌아보면, 내 ‘뿌리’가 없더라. 한 팀에만 계속 있었지만, 구단 이름이 계속 바뀌었다. 프로야구선수로 줄곧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번에 SSG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마침내 내 뿌리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어딜 가도 ‘인천 SSG 랜더스의 감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실이 너무 행복할 따름이다.
작년 통합 우승 이후 SSG가 올 시즌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팬들에게 내년 시즌을 향한 자신감을 전한다면?
베테랑 선수들 기용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 그 안에서도 유망주들을 성장시키는 게 내 역할이다. SSG는 기본 전력이 굉장히 좋은 팀이다. 팬분들이 이제는 걱정 안 하시게끔 해야 한다. SSG가 팬들한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팬들이 언제든지 야구장을 찾아 스트레스를 풀고 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