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 잡는 게 최선”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데…여전히 복잡한 SSG ‘포수’ 셈법 [춘추 이슈분석]

-SSG, 22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포수 둘(박대온, 신범수) 보강 -이날 지명 행사 종료 후 SSG “FA 김민식과 곧 협상에 들어갈 예정” -‘샐러리캡’ 고민 남은 SSG “김민식,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 하지만...” -SSG의 2024시즌 성패, 로스터 내 ‘베테랑 포수’ 유무 중요

2023-11-23     김종원 기자
2차 드래프트를 마친 SSG가 FA 김민식 재계약 협상에 나선다(사진=SSG)

[스포츠춘추]

SSG 랜더스가 그 어느 때보다 긴 하루를 보냈다. SSG는 11월 22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2023 KBO 2차 드래프트’에서 포수 2명을 보강했다. 동시에 피지명 선수만 팀당 최대치인 4명을 채웠고, 그 중에 ‘원클럽맨’ 외야수 김강민의 한화 이글스 행이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2024시즌을 향한 SSG의 스토브리그는 날이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깔끔히 마무리된 사안 없이 계속 밀려오는 파도를 맞으며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런 SSG의 과제 가운데 하나는 역시 2차 드래프트 전부터 예고된 FA(자유계약선수) 포수 김민식과의 협상이다.

이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박대온(전 NC), 신범수(전 KIA) 등 포수 2명을 영입한 SSG는 이날 오후 “구단 샐러리캡이 꽉 찬 상황에서 2차 드래프트 전에 FA와 관련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민식 측에 별도로 연락해 구단 상황을 설명했었고, 2차 드래프트 후에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 김민식과 이제 곧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SSG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 고민을 덜어내고자 했지만, 썩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진 못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도 김강민 사태 등 온갖 잡음으로 팀에 생채기만 났다. SSG의 2024시즌 포수 계획에 김민식은 존재한다. 하지만 상황이 제법 녹록지 않다.


SSG “김민식은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 하지만...”

2023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SG 유니폼을 입게 된 포수 박대온(사진 왼쪽부터), 신범수(사진=NC, KIA)

22일 지명 행사 종료 후 연락이 닿은 김성용 SSG 단장은 시종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SSG는 박대온, 신범수 등 20대 중후반 군필 포수 자원이 팀에 새롭게 합류하면서 기존 백업 포수진의 거취가 주목받기도 했다. SSG의 올 시즌 3, 4번째 포수를 맡았던 이재원, 이흥련이 해당한다.

두 베테랑은 올 시즌 1군 출전 비중이 크게 줄었고, 내년을 기점으로 각각 36, 35세 시즌을 맞이하는 상황. 이에 김 단장은 향후 팀 포수 노선 정리 관련해 “이흥련과 이재원의 경우, 지금 거취가 확정된 게 아니다”라며 “둘 모두 23일 오전 개별적으로 구단과 만날 예정이고, 그 자리에서 내년 시즌 계획을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수는 어느 포지션보다 경험치가 중요한 자리다. 젊은 포수들만으로 한 시즌을 끌고 가기엔 불안 요소가 적지 않다. SSG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는 기대주 조형우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선수다. FA 시장으로 나간 기존 주전 포수 김민식을 향해 자연스럽게 이목이 쏠린다.

올해로 프로 데뷔 12년차를 맞은 김민식은 2022시즌 트레이드(↔KIA)를 통해 친정 SSG로 돌아와 통합우승을 이끈 바 있다. 타격보다는 무난한 수비로 팀에 보탬이 되는 포수다. 올 시즌은 SSG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 조형우의 도전에도 주전 자릴 지켜내며 팀에서 가장 많은 포수 수비이닝(786.1)을 소화했다.

그런 김민식을 두고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이고 잔류가 우선”이라고 말한 김 단장은 “다만 팀 샐러리캡 문제가 크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 고민 안에서 김민식과의 협상도 진행될 듯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단장은 조심스럽게 “협상 테이블을 이제야 차리는 시점이다. 팀 현재 상황도 있고, 선수가 원하는 조건도 있을 테니 양측이 한 번 생각을 나눠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SSG ‘과제 산적’ 스토브리그, 내년 포수진 구상에 이목 쏠린다

SSG 포수 김민식(사진=SSG)

팀 사령탑의 생각은 어떨까. 이숭용 SSG 신임 감독은 취임 당시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신예 포수 조형우를 ‘키 플레이어’로 손꼽은 바 있다. 그러면서도 베테랑을 홀대할 생각은 없다고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감독 취임식 및 기자회견에서도 언급한 내용이다.

22일 2차 드래프트 종료 후 이 감독은 스포츠춘추와의 통화에서 “한 시즌을 운영하는 감독 입장에서 포수는 많을수록 좋다. ‘1군 전력감’ 포수가 팀에 5명까지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포수 보강은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어 이 감독은 내년 포수 구상을 언급하며 ‘제로베이스’ 경쟁을 예고했다.

“선수들을 편견 없이 보고 싶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보다는 파트별로 코치진 의견을 많이 참고하려고 한다. 내년 선수 구성이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포수진 역시 한 명 한 명 면밀히 체크해 봐야 할 것 같다.” 이 감독의 차기 시즌 계획이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박경완(현 LG 1군 배터리코치)을 예시로 들며 “경험 많은 포수가 있다는 건 그 존재만으로 든든하다”면서도 “김민식 잔류와 관련해선 프런트의 역할이 있다. 나 역시 프런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잘 안다. 팀을 믿고, 또 여러 상황에 맞춰 내년 시즌 운영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SSG가 이번에 박대온와 신범수를 영입했지만, 그걸로 마냥 마음을 놓기에는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KBO리그 추세만 봐도 주전 포수 없이 ‘무한 경쟁’으로 한 시즌을 보내는 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올해 FA 시장에는 김민식을 포함해 베테랑 이지영까지 포수는 총 2명이다. SSG는 ‘플랜 B’도 생각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김성용 단장은 고갤 저으며 “지금은 없다. 우리는 김민식 잔류가 최우선”이라고 답했다.

모의고사는 이제 끝났다. 본 시험대에 오른 SSG 앞에는 ‘킬러 문항’이 가득하다. 그중에는 ‘FA 김민식’ 고차방정식도 있다. 올겨울 SSG가 받아들 스토브리그 성적표가 궁금해지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