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코치행 없다” 삼성 장필준·김헌곤·김동엽, 명예회복 노린다 [춘추 이슈분석]

-삼성, 베테랑 장필준·김헌곤·김동엽과 내년 시즌도 동행 의지 -이종열 삼성 단장 “셋 다 현역 의지 있고 코치진 요청도 있었다” -다만 그간 부침 많았던 삼성 베테랑 3인방, 주어진 시간 많지 않다 -1군 생존 쉽지 않을 전망…예년과 다른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

2023-11-29     김종원 기자
삼성 베테랑 우완 장필준(사진 왼쪽부터), 외야수 김헌곤, 김동엽(사진=삼성)

[스포츠춘추]

아직 눈이 펑펑 내린 것도 아닌데, KBO리그의 겨울은 차디차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삼성 라이온즈는 11월 25일 총 11명의 방출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삼성은 “현재 선수단 구성과 향후 육성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해 11명의 선수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이목을 끈 건 베테랑 선수들의 행보다. 특히 최근까지 부침을 겪었던 외야수 김헌곤·김동엽, 우완 장필준 등이 이번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

삼성은 이들과의 동행을 다시 한번 선택했다. 사자군단 베테랑 3인방은 다가오는 2024시즌에 현역 선수로 뛰며 명예 회복을 노릴 전망이다.


삼성 베테랑 장필준·김헌곤·김동엽, 명예회복 기회 생겼다

삼성 우완 베테랑 장필준(사진=삼성)

스토브리그가 열리는 겨울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으로 후끈하기만 한 건 아니다. 냉혹한 프로 무대에서는 제한된 선수단 구성을 고려해 보통 그해 신인 선수가 들어온 만큼, 혹은 그 이상 방출 선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올해는 4년 만에 부활한 2차 드래프트도 있었다. 2차 드래프트 지명 대상은 정규시즌 종료일 기준 보호선수 35명을 제외한 소속선수, 육성 선수, 군보류 선수, 육성 군보류 선수다. 입단 1~3년차, 당해 자유계약선수, 외국인 선수는 지명에서 자동으로 제외된다.

실제로 지난 22일 열린 ‘2023 KBO 2차 드래프트’에서는 총 22명이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그중 베테랑(30세 이상 기준) 선수 7명도 팀을 옮겼다. SSG 랜더스에서만 23년을 뛴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도 이날 4라운드 22순위에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기도 했다. 한편 이들은 타 팀에서 필요했기에 선택을 받았지만, 이외에도 팀 사정상 피치 못하게 35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베테랑들도 있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 사이 에이징커브와 부상 등으로 다소 아쉬운 활약을 남긴 베테랑들은 유독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심사숙고를 거친 삼성은 노장들과 내년 시즌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허리 부상 여파로 지난 시즌 1군 6경기 출전에 그친 1988년생 김헌곤부터 17경기(3선발) 등판에 평균자책 7.91을 남긴 1988년생 우완 장필준, 올해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지만 최종적으론 69경기 5홈런을 기록한 1990년생 김동엽까지, 그 어느 때보다 아쉬웠던 한 해를 보낸 베테랑 3인방도 방망이와 글러브를 놓지 않은 채 2024년을 바라본다.

지난 28일 오후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이종열 삼성 단장은 “지금 계획으로서는 해당 3명 모두 은퇴나 코치 변신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이 단장은 부임 후 줄곧 박진만 감독을 비롯해 현장의 의견을 중시해 왔다. 최근 종료된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 현장 방문이 대표적이다. 이 단장은 지난 한 달 내내 한국과 일본을 수차례 오가며 코칭스태프들과 소통했다.

이와 관련해 이 단장은 “셋 다 현역 의지가 있고 현장 코칭스태프의 요청도 있었다. 여러 상황을 고려했고, 우리는 장필준·김헌곤·김동엽과 내년에도 함께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침 많았던 삼성 베테랑 3인방, 주어진 시간 많지 않다

삼성 베테랑 외야수 김헌곤(사진=삼성)

다만 세 선수가 내년 시즌 1군을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이는 베테랑 트리오가 실력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먼저 삼성 불펜은 2023시즌 팀 평균자책이 5.16으로 KBO리그 10팀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WPA(추가한 승리 확률)에서 삼성 불펜 총합은 -8.43이다. 이는 불펜의 팀 기여를 따질 때 주로 언급되는 지표로, 삼성 불펜진이 기록한 팀 WPA는 올 시즌 리그 최악에 해당한다. 삼성이 이번 FA 시장에서 마무리 김재윤을 영입하고, 2차 드래프트에서 최성훈, 양현을 차례대로 데려온 까닭이다.

삼성 불펜의 난조에는 한때 사자군단의 뒷문을 책임졌던 장필준의 부진도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삼성 불펜의 불안으로 이어졌다. 2015 KBO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2차 1라운드 9순위로 삼성에 합류한 장필준은 입단 5년차인 2019년까지 236경기를 등판해 16승 22패 40홀드 42세이브 평균자책 4.61 활약을 펼친 바 있다. 팀 주축으로 우뚝 섰던 2016~2019년 사이 장필준(271.2)보다 더 많은 구원 등판 이닝을 선보인 건 원종현(275) 하나였을 정도.

그 뒤 장필준은 최근 4시즌 내내 부진에 시달리며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선발 투수로도 깜짝 변신했지만, 큰 족적을 남긴 건 아니었다. 앞 4시즌 동안 해마다 65이닝 이상 던진 장필준은 최근 4시즌 평균 30이닝 소화에 그쳤다.

하지만 장필준은 여전히 빠른 공을 던진다. 2022시즌 속구 평균 147.1km/h에 2023시즌 145.4km/h를 기록한 것. 이는 그해 리그 평균(144.2, 143.8km/h)을 상회하는 수치. 매년 파이어볼러가 늘어나고 있는 KBO리그지만, 장필준의 경우는 경쟁력이 아직 남아있다. 전성기에 비해 들쭉날쭉해진 제구를 잡는 게 반등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편 삼성의 2024시즌 외야진 구성 또한 변수가 많다. 지난 2021년부터 3년간 삼성 주전 좌익수로 활약한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의 잔류 여부 때문. 이종열 삼성 단장은 “외국인 타자 교체도 검토 중이다. 다만 시장에 나오는 선수들 상황이 어제 다르고 또 오늘 다르다. 속단하기 이르지만, 1루 혹은 3루 포지션이 가능한 내야수를 찾고 있다”고 했다.

삼성 외야에는 핵심 기대주 김현준과 간판 선수 구자욱이 주전으로 서 있다. 여기에 군제대 후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한 ‘작은 거인’ 김성윤도 더해졌다. 하지만 이들 외 백업 자원들이 자신만의 강점을 확실히 입증한 건 매우 드물다. 2000년생 특급 수비수 박승규는 상무에서 군복무 중으로 내년 7월 중순에나 돌아온다.

정규시즌 144경기 체제에서 1군 백업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이 경우 산전수전 다 겪어본 김헌곤과 김동엽의 경험이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비록 각자 타격과 수비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1군 무대에서는 그 하나라도 명확하게 갖춘 선수가 필요할 때가 잦다.

물론 녹록지는 않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세대교체 기조에도 점진적인 단계가 있다. 내년 시즌 3군까지도 운영할 계획인데, 그런 뎁스를 유지하는 건 단기간 안에 가능하지 않다. 또 신예 선수들로만 팀을 채우기는 어렵다. 베테랑들의 역할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필준과 김헌곤, 김동엽 모두 1군 생존을 위해서 예년과 다른 활약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들은 내년이면 차례대로 36세, 36세, 34세를 맞이한다. 2024시즌 반등에 나설 베테랑 3인방을 향해 많은 이목이 쏠린다.

삼성 베테랑 외야수 김동엽(사진=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