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빈이 오해할라” 곁눈질도 안 하는 KIA의 일편단심 [춘추 이슈분석]

KIA 타이거즈와 김선빈의 FA 잔류 협상은 언제쯤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KIA는 다른 FA 내야수나 방출 내야수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고, 김선빈 협상에 임하고 있다. 

2023-12-04     배지헌 기자
KIA의 원클럽맨 김선빈(사진=KIA)

 

[스포츠춘추]

KIA 타이거즈는 올겨울 이슈의 중심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다. 물론 구단 내부에선 데이터 파트와 트레이닝 파트 강화, 국제 스카우트 영입, 바이오메카닉스 도입 등 구단 선진화 작업이 한창이지만 당장 팬들의 눈을 확 사로잡는 뉴스는 아니다.

다른 구단은 연일 감독 교체와 코치진 개편, 외부 FA(프리에이전트) 영입 소식으로 포털 메인을 장식하는데 KIA는 고종욱 계약 외에 아직 이렇다 할 영입 뉴스가 없었다. 재결합 여부로 기대를 모았던 안치홍이나 거포 양석환 영입전에도 뛰어들지 않았다. 내부 FA 김선빈의 잔류가 최우선이란 기조 때문이었다.

국내 최고 컨택 능력을 자랑하는 김선빈(사진=KIA)

 

구단-선수 상호 조건 교환…KIA “선수 대답 기다리는 중”

KIA는 FA 공시 전부터 김선빈과 꾸준히 만남을 갖고 대화를 나눴다. 심재학 단장은 김선빈 부부와 한 차례, 김선빈과 일대일로 한 차례씩 만남을 가졌다. 구단 운영팀장과 선수 대리인도 따로 만났고,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뜻을 전달했다.

FA 자격을 신청한 뒤에도 계속 협상을 진행했고, 구단과 선수가 서로의 조건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도 선수 대리인도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어서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긴 어렵다. 구단에선 처음 제안을 수정해서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선수 측에서도 크게 무리한 조건을 요구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KIA 관계자는 “선수가 고민해본 뒤에 답을 주기로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1차 FA 당시 구단 친화적 계약을 맺었던 김선빈은 이번 2차 FA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미 안치홍(4+2년 최대 72억)과 양석환(4+2년 최대 78억) 등 야수들이 잭팟을 터뜨린 상황이다. 리그에서 가장 컨택 능력이 뛰어난(컨택율 94.3%로 1위) 타자이자 제일 삼진 잡기 어려운(타석당 삼진 5.5%로 최소 2위) 타자가 김선빈이다. 프랜차이즈 원클럽맨이자 캡틴 출신이란 상징성도 있다. KIA 2루에 당장 김선빈을 대체할 선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안치홍, 양석환 수준의 계약을 기대하긴 무리가 따른다. 내년 35세인 김선빈은 안치홍보다 1살이, 양석환보다는 2살이 많은 노장이다. 두 자릿수 홈런이 보장된 안치홍이나 20홈런이 확실한 양석환과 달리 김선빈의 연평균 홈런은 2개 꼴이다(16시즌 통산 32홈런). 1루수로 변신한 안치홍과 달리 2루수만 가능해 정근우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 상황도 선수에게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는 조짐이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 2루수 보강이 필요한 팀은 손에 꼽을 정도. LG, 두산, 키움, 한화, 삼성, NC는 확실한 주전 2루수를 보유한 팀이다. SSG 랜더스는 세대교체가 한창이라 외부 영입에 관심이 없다. KT도 외부 FA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한 상황. 안치홍을 잃은 롯데는 마운드 강화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김선빈은 KIA의 프랜차이즈 선수다(사진=KIA)

 

FA 내야수, 방출 내야수에 눈길 주지 않는 KIA

이런 흐름과 별개로 KIA는 김선빈 계약을 최우선 순위로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 나온 다른 FA 내야수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선빈이 아닌 다른 내야수 FA라면 차라리 내부 자원을 쓰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소속팀에서 방출당한 베테랑 내야수도 영입 시도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IA 관계자는 “김선빈과 협상 중인데 다른 내야수와 연결되면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김선빈 잔류에 진심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야구계에선 시장 상황과 여러 조건으로 볼 때 결국 KIA와 김선빈이 계약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조건의 차이가 도저히 좁힐 수 없을 정도로 크지 않다면, 타협점을 찾기가 어렵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KIA가 긴 겨울 침묵을 끝내고 팬들에게 기쁜 빅뉴스를 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