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오지환의 ‘이유 있는 긴장’…내년 최고 유격수 경쟁은 더 치열하다 [춘추 이슈분석]
-최고 유격수 자리 놓고 치열한 경쟁 펼친 오지환(LG), 박찬호(KIA) -KBO 초대 수비상은 공동 수상...GG 승자는 오지환(154표, 52.9%) -“후배들 활약에 자극받아” 오지환-박찬호, 내년 향한 각오부터 다졌다 -오는 2024시즌 KBO 최고 유격수 경쟁, 3파전 그 이상도 가능하다?
[스포츠춘추]
2023 KBO리그 골든글러브 최고 격전지는 단연 유격수 부문이었다. 12월 11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시상식, 승자는 총 유효표 291표 중 154표(52.9%)를 얻은 LG 트윈스 오지환이 됐다. 올해 LG의 통합우승을 견인하며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오지환은 말 그대로 ‘화룡점정’의 순간을 누렸다.
120표(41.2%)를 받은 KIA 타이거즈 박찬호를 제친 오지환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유격수 황금장갑을 거머쥐었다. 득표율 차이는 단 11.7%로 치열했던 표심의 향방이 그대로 묻어났다. 두 선수는 지난달 27일 진행된 KBO리그 초대 유격수 수비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이에 시상식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두 선수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서로를 향한 ‘존중’을 가감 없이 표현하기도 했다.
이날 오지환과 박찬호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언급한 대목이 더 있다. 바로 신예들의 추격이다. 먼저 오지환은 “유격수 자리 경쟁이 치열했다는 건 그만큼 출중한 선수들이 많았다는 의미”라며 “박찬호나 나도 그렇고 박성한(SSG 랜더스), 이재현(삼성 라이온즈) 선수 등도 마찬가지다. 김혜성(키움 히어로즈)도 다시 유격수로 온다고 하는데, 많은 선수가 유격수 자리에서 경쟁한다고 하니까 더 자극된다”고 했다.
“언젠가는 꼭 받고 싶다”며 골든글러브를 향한 열망을 드러낸 박찬호도 “내가 오지환 선배를 쫓아가는 것보다 나를 쫓아오는 후배들이 너무 빠르다”고 미소 지은 까닭이다.
“후배들 활약, 자극된다” 오지환-박찬호의 이구동성
올해 프로 데뷔 15년차를 맞이한 오지환은 팀 동료들과 함께 시즌 내내 맹활약하며 LG의 숙원 사업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도달했다. 정규시즌 기록은 126경기 113안타 8홈런 62타점 16도루 타율 0.268, 출루율 0.371, 장타율 0.396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오지환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서도 빛났다. 수비 지표를 제외한 WAR*에서 3.89로 유격수 으뜸을 차지한 것. 이뿐만이 아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물론이고, wRC+(조정득점생산력)도 121.9로 리그 유격수 포지션 1위다.
‘3할 유격수’ 박찬호는 올해가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 지난 2014년 프로 입단 후 10년 만이다. 올 시즌 130경기에 출전해 136안타 3홈런 52타점 30도루 타율 0.301, 출루율 0.356, 장타율 0.378을 기록했다. 박찬호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14명뿐인 규정타석 3할 타자 가운데 하나다. 올해 신설된 KBO 수비상 선발 과정에서 SSG 박성한과 함께 유격수 수비 점수 최고점(20.83)을 받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시즌을 장식한 두 선수 모두 ‘올해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오지환은 “어린 친구들이 치고 올라온다.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또 한 번 상을 목표로 하면서, 팀 성적도 함께 잘 준비해서 실력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박찬호는 리그 유격수 경쟁을 두고 “기량이 출중한 선수가 많다”며 “앞으로도 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내년에는 키움 김혜성이 2루수가 아닌 유격수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메이저리그(MLB) 도전까지 염두한 선택이다. 선수는 마음을 굳혔고, 구단의 결정이 남은 상황. 김혜성은 2년 전 유격수 자리에 맹활약하며 그해 리그 최고 유격수로 우뚝 섰다. 당연히 2021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 수상도 김혜성의 몫이었다.
야구계 관계자 사이에서도 “내년 KBO리그 유격수 경쟁은 올해처럼 '2파전'으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지난해 현역 은퇴 후 방망이 대신 마이크를 잡은 나지완 KBSN 스포츠 해설위원 역시 그중 한 명이다.
이에 나 위원은 12일 오후 스포츠춘추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혜성의 복귀로 내년 최고 유격수 경쟁은 3파전은 기본이고, 그걸 넘어서는 구도가 나올지 모른다.”
2024 KBO리그 최고 유격수 경쟁, 3파전 그 이상까지?
나지완 해설위원은 2023시즌을 복기하며 오지환의 활약을 크게 칭찬했다. “순수 기량에 노련함까지 갖췄다”며 오지환을 언급한 뒤 “현시점 KBO리그 최고 선수”라고 말할 정도. 그 외에도 나 위원은 과거 현역 시절을 회상하며 전 소속팀 동료였던 박찬호가 보여준 성장에 주목했다.
“주변에서는 아무리 늦더라도 언젠가는 꼭 만개할 거라고 다들 생각했다. 그간 아쉬움들이 있었기에 (박)찬호의 올해 활약이 돋보인다. 여기서 그칠 선수가 아니고 더 보여줄 게 많을 것이다. 내년에도 탑독인 오지환과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또 나 위원은 미래 세대 유격수들의 등장을 주목했다. 올해 두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NC 다이노스 김주원(2002년생), 삼성 이재현(2003년생) 얘기다. 올해 두 차례나 류중일호에 승선하며 국가대표로 거듭난 김주원은 127경기에서 94안타 10홈런 54타점 15도루 타율 0.233, 출루율 0.328, 장타율 0.340을 기록했다. 사자군단 유격수 이재현 역시 143경기에 출전해 114안타 12홈런 60타점 5도루 타율 0.249, 출루율 0.330, 장타율 0.378로 빼어난 활약을 남겼다.
나 위원은 그 둘을 언급하며 “어린 나이에 파워까지 갖춘 선수들이다. 슈퍼스타가 될 재능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SSG 박성한은 ‘다크호스’에 해당한다. 2021년부터 SSG의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한 박성한은 동료 외야수 최지훈과 함께 팀의 센터라인을 책임지고 있다. 무엇보다, 3년 연속 규정타석(446) 소화만큼 값진 훈장이 없다. 나 위원이 그런 박성한을 향해 “한 단계 올라섰다”면서 “이제는 더 이상 신예로 묶어두기엔 어려울 것 같다. 그간 꾸준하게 활약하지 않았나. 팀 입장에선 이보다 든든할 수 없다”고 한 이유다.
끝으로 나 위원은 “오지환, 박찬호는 오랜 시간 프로 무대에서 뛴 베테랑들이다. 그들만이 갖고 있는 ‘세포’가 있다. 잇따른 경쟁자 등장에도 방심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준비하는 자세만 봐도 그렇다. 기존 강자인 둘이 보여줄 내년 시즌도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다가오는 2024시즌, 베테랑과 신예들이 어우러져 최고 유격수를 두고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점쳐진다. 치열했던 올해의 2파전을 뛰어넘는 경쟁 구도가 과연 나올지 많은 이목이 벌써부터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