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팍 홈런 ‘흑자 전환’ 프로젝트, 삼성의 마지막 퍼즐은 새 외인 맥키논 [춘추 이슈분석]

-삼성, 새 외국인 타자로 내야수 데이비드 맥키논 영입 -맥키논, 전 소속팀 세이부가 붙잡을 정도로 매력 넘쳐 -총액 100만 달러 꽉 채워 영입한 삼성, 그만큼 기대치 높다 -‘공·수 고른 활약 기대’ 맥키논, 2024시즌 삼성 타선 핵심

2023-12-18     김종원 기자
삼성 새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논(사진=MiLB.com, 삼성)

[스포츠춘추]

사자군단의 변혁은 마운드를 손질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3년간 외야 한 자리를 책임진 호세 피렐라와의 이별도 그 일환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새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논의 합류로 타선의 활로를 찾고자 한다.

삼성은 12월 15일 오후 내야수 데이비드 맥키논의 영입을 발표했다. 1994년생으로 미국 국적인 맥키논은 메이저리그(MLB) 경험이 많지는 않다. 2022년 LA 에인절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뛰며 한 시즌 총합 22경기, 57타석을 소화한 게 전부다. 지난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는 79경기 15홈런 타율 0.318, 출루율 0.416, 장타율 0.585 맹타를 휘두른 바 있다.

그 뒤 맥키논의 행선지는 일본이었다. 일본프로야구(NPB) 세이부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맥키논은 올 시즌 풀타임으로 활약했고, 127경기 120안타 15홈런 50타점 타율 0.259, 출루율 0.327, 장타율 0.401을 기록했다. 참고로 맥키논이 뛴 퍼시픽리그는 ‘투고타저’ 성향으로 올해 야수 평균 타율이 0.241에 해당한다. 맥키논의 OPS(출루율+장타율)는 0.728로 리그 평균(0.664)보다 높은 편이다.

이에 삼성은 맥키논을 영입하면서 신규 외인 계약 금액 상한선(연봉, 계약금, 이적료 총합) 100만 달러를 꽉 채웠다. 계약금 10만에 연봉 90만 달러를 수령하는 조건이다. 삼성의 기대가 그만큼 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행’ 맥키논, 전 소속팀 세이부가 붙잡을 정도로 매력 넘쳐

삼성 새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논(사진=MLB.com 캡쳐)

삼성의 이번 스토브리그는 불펜 보강 비중이 컸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 개장 후 속전속결로 김재윤을 잡았고, 11월 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좌완 최성훈, 우완 언더핸드 양현을 지명한 까닭이다. 그 외에는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유틸리티 전병우까지 데려오며 내실을 챙겼다.

사실 삼성이 직면한 ‘타격’ 문제는 불펜 못지 않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는 올 시즌 삼성의 야수 wRC+(조정득점생산력)로 94.7을 매겼다. 이는 KBO리그 10팀 가운데 8위로 그 밑에는 키움 히어로즈(94.2), 한화 이글스(90.7)만이 있다. ‘타격 친화’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를 2016년부터 홈 구장으로 쓰고 있는 삼성에는 꽤 치명적인 대목이다.

삼성의 최근 10시즌 팀 홈런 및 피홈런 기록(표=스포츠춘추)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은 ‘홈런 마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5년간 플러스 마진을 기록한 건 2021년(133홈런-131피홈런)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3년 전부터 외국인 타자로 뛴 피렐라는 매 시즌 팀 내 최다 홈런(29-28-16)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앞선 두 시즌 활약에 미치지 못했다. 주루·수비보다 타격으로 팀에 공헌하는 유형인 피렐라가 거의 모든 타격 지표에서 커리어 로우에 그쳤다. 이에 삼성은 대안으로 맥키논을 선택했다.

맥키논이 올 시즌 활약한 세이부의 홈은 베루나 돔이다. 구장 크기는 라이온즈파크에 비해 투수 친화적이다. 펜스(4.37m)도 라이온즈파크(3.6m)보다 높다. 맥키논은 베루나 돔에서만 61경기 9홈런 OPS 0.659를 기록했다. 그런데, 원정에서는 OPS 0.805로 펄펄 날았다. 올 시즌 전체만 놓고 봐도 세이부 팀 내 안타·홈런·타점 모두 2위를 기록한 맥키논이다. 퍼시픽리그 팀 OPS 최하위(0.636)로 타격 부진에 시달린 세이부는 그런 맥키논을 잡고자 했지만, 삼성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KBO리그 팀이 외인 선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운이 참 좋았다. 가장 눈여겨본 건 역시 타격이다.”

맥키논과의 계약 직후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이종열 단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전한 말이다.


‘공·수 고른 활약 기대’ 맥키논, 2024시즌 삼성 타선 핵심

삼성 새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논(사진=MLB.com 캡쳐)

이어 이종열 단장은 맥키논을 영입한 이유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시점 삼성 타선이 내·외야를 가리면서 선택할 여건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수비 포지션 상관없이 타격이 좋은 선수를 보강해 팀 공격력을 보다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또 일발장타에 의존하는 선수가 아니다. 정확성을 어느 정도 갖춘 맥키논이 라팍에 오면 더 많은 장타 타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만 맥키논의 가세는 삼성 타선에 유연성을 가져다 줄 전망이다. 기존 1루수 및 4번 타자 역할을 맡았던 베테랑 오재일이 부침을 겪으면서 삼성 타선 또한 시즌 내내 크게 흔들린 바 있다. 스탯티즈가 제공하는 수비 제외 WAR(WAR*)에서 삼성 1루 총합은 올해 0.33으로 NC 다이노스(-0.07), 키움(-1.16) 앞 8위에 그쳤다.

반면 외야는 간판선수 구자욱이 골든글러브 활약을 펼치며 반등했고, 중견수로는 3년차 신예 김현준이 부상에서 돌아와 2년 연속 센터라인을 책임졌다.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한 ‘예비역’ 김성윤까지 힘을 보탰다. 덕분에 3년 동안 외야 한 자릴 맡아온 피렐라와의 이별을 과감하게 택할 수 있었다.

또 맥키논은 올 시즌 NPB 일정을 큰 부상 없이 치렀다. 무엇보다, 전반기 OPS(0.734)와 후반기(0.708)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흔히 아시아 야구 무대를 처음 밟은 외국인 선수들이 겪곤 하는 ‘전·후반기 기복’도 맥키논과는 먼 이야기였다. 이를 주목한 이 단장은 “우리 팀에 필요한 스타일이 꾸준함이다. 일본프로야구 경험이 KBO리그 적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키논은 2023시즌 NPB 필딩 바이블 어워즈에서 최고 1루수로 선정됐다(사진=스포츠 인포 솔루션스 SNS)

맥키논의 강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로 뛰어난 수비 능력에 있다. 미국 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 ‘스포츠 인포 솔루션스(SIS)’가 2023시즌 NPB 필딩 바이블 어워즈를 발표하며 맥키논을 올해 NPB 최고 1루 수비수로 선정했을 정도다. 올해 시즌 초에 만난 삼성 2루수 김지찬은 “거의 모든 아웃카운트가 1루에서 발생한다. 그만큼 내야수들이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1루수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은 젊은 기대주들이 내야에 많다. 명수비수인 오재일과 맥키논의 존재감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커리어 대부분을 1루에서 보낸 맥키논은 3루 경험이 비교적 적다. 일본에서는 올해 33경기(1루수 88경기)를 소화했고, 마이너리그 경력을 통틀어 3루수 출전은 15경기뿐이다. 선수 본인 역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으로 1루수를 손꼽았다. 이와 관련해 묻자, 이 단장은 “1루 수비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워낙 훌륭하다”며 “맥키논이 3루까지 일정 부분 소화할 수 있다면 타선 운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비 포지션은 박진만 감독이 판단하실 영역”이라고 했다.

올겨울 새로운 ‘갈기’를 계속해서 이식 중인 사자군단이다. 새 얼굴인 맥키논이 맡게 될 중책은 4번·1루수가 유력하다. 삼성에는 이미 훌륭한 롤모델이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그 역할을 맡았던 다린 러프가 이에 해당한다. 맥키논이 러프의 뒤를 이어 ‘라팍 거포’로 거듭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