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NO! 수비 YES! 롯데 레이예스, 공·수·주 3박자 YES! [춘추 집중분석]
-2024시즌 외인 구성 마무리한 롯데, 외야수 빅터 레이예스 영입 -롯데 새 외인 레이예스, 외야 전 포지션 소화 가능한 ‘스위치 히터’ -올해 AAA서 중견수 출전 없었던 레이예스, 부상 여파 때문 아니다 -‘중견수 수비 의문 X’ 롯데의 확신, 사직 외야 최적화 외야수 기대
[스포츠춘추]
롯데 자이언츠의 지난 한 해는 다사다난했다. 리그 선두로 시작해 포스트시즌 탈락으로 마침표를 찍었기에 더 그렇다. 특히 5월 초부터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이 겹친 게 가장 뼈아팠다. 외야수 잭 렉스의 무릎 부상 뒤 대체 외인으로 합류한 유틸리티 니코 구드럼은 공·수 어느 하나 제 역할을 보여주지 못하며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롯데의 2024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두고 많은 이목이 쏠린 까닭이다. 이에 롯데는 지난 12월 17일 외인 인선을 모두 마무리했다. 시즌 막판 마운드를 이끈 애런 윌커슨과 찰리 반즈를 눌러 앉힌 롯데는 새 외국인 타자로 빅터 레이예스를 영입했다. 레이예스는 총액 95만 달러(보장 금액 70만, 인센티브 25만)에 도장을 찍었다.
베네수엘라 국적의 1994년생 외야수 레이예스는 196cm·87kg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한다. 계약 후 롯데는 레이예스를 향해 “간결한 스윙을 토대로 컨택 능력과 강한 타구 생산이 돋보이는 선수”라며 “강한 어깨와 넓은 수비 범위 등 수비 능력이 뛰어나 외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박준혁 롯데 단장은 구단을 통해 “운동 능력과 야구에 집중하는 태도를 통해 KBO리그에 빠르게 적응하고, 팀 타선의 중심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 레이예스, 외야 전 포지션 소화 가능한 ‘스위치 히터’
롯데는 구드럼에 이어 또 한번 ‘스위치 히터’를 선택했다. 우완 투수를 상대할 때는 좌타석에, 좌완의 경우 우타석에 선다. KBO리그에서는 국가대표 유격수 김주원(NC 다이노스), ‘돌아온 MVP’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 등이 스위치 히터다. 참고로 레이예스의 메이저리그(MLB) 통산 좌타 기록은 타율 0.259, 출루율 0.287, 장타율 0.379에 해당한다. 우타석에서는 타율 0.280, 출루율 0.318, 장타율 0.378이다.
레이예스는 우투·양타로 2018년 MLB에 데뷔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서만 5시즌을 뛰었다. 통산 394경기에 출전해 16홈런 33도루 타율 0.264, 출루율 0.294, 장타율 0.379를 기록했다. 레이예스가 빅리그에서 번뜩인 활약을 선보인 건 불과 2년 전이다. 2021년 후반기(49경기) 동안 중견수와 우익수를 오가며 3할 타율과 함께 OPS(출루율+장타율) 0.864 맹활약을 펼친 것. 그런데, 9월에 발생한 사타구니 부상이 시즌 아웃으로 이어졌다.
악재는 이듬해에도 계속됐다. 레이예스는 지난해 4, 5월에만 대퇴사두근 부상을 두 차례 당한 바 있다. 6월 중순 부상에 돌아와 81경기를 더 소화했고, 빅리그 마지막 시즌이 됐다.
그 뒤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합류한 레이예스는 줄곧 마이너에서만 뛰었다. 팀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인 샬럿 나이츠 소속으로 2023시즌 128경기 20홈런 타율 0.279, 출루율 0.330, 장타율 0.462를 때려냈다. 그 뒤로는 베네수엘라 윈터리그에 참가하던 중에 롯데와의 계약을 맺었다.
많은 이가 주목하는 대목은 바로 2023시즌 AAA에서의 기록이다. 무엇보다, 이때 레이예스는 시즌 내내 중견수 수비를 한 차례도 소화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록을 근거로 “잦은 부상으로 인해 레이예스는 운동능력을 일정 부분 상실해 현시점 중견수 수비를 소화하지 못하는 몸 상태일지 모른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중견수 의문부호 없다’ 롯데의 확신, 사직 외야 최적화 외야수 기대
하지만 당시 레이예스가 중견수로 뛰지 못한 건 부상 여파가 아니었다. 18일 연락이 닿은 롯데 관계자는 “이적생인 레이예스가 팀 여건상 코너 외야수로 가야 했다”며 “당시 샬럿에는 MLB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 중견수가 둘이나 있었고, 화이트삭스에서 육성 중인 핵심 유망주도 좌익수와 중견수를 나눠 출전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된 1라운더 중견수들은 1996년생 애덤 해슬리(2017년 드래프트 1라운드, 필라델피아), 1994년생 클린트 프레이저(2013년 드래프트 1라운드, 클리블랜드) 얘기다. 둘은 올해 샬럿 중견수 수비 이닝 1, 2위에 해당한다. 후자 유망주의 경우는 일본프로야구(NPB)를 거쳐 MLB로 건너온 1998년생 오스카 콜라스다. MLB.com이 운영하는 ‘MLB 파이프라인’에서는 콜라스를 지난해 기준 화이트삭스 전체 유망주 2위로 평가한 바 있다.
‘중견수’ 레이예스의 차례는 이들 뒤로도 오지 않았다. MLB 통산 326도루 경력에 빛나는 베테랑 외야수 빌리 해밀턴, 마찬가지로 빅리그 11년 경력의 제이크 마리스닉 등이 다음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는 이를 두고 “레이예스는 강한 어깨와 훌륭한 수비 범위를 갖추고 있어 중견수로도 여전히 손색이 없다. 물론 어느 포지션으로 기용될지 여부는 현장의 영역이다. 다만 분명한 건 레이예스가 가진 수비 능력은 팀 외야 강화에 여러모로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레이예스는 올 시즌 트리플A에서 20홈런을 때려낸 바 있다. 다만 전 소속팀인 샬럿의 홈 트루이스트 필드는 대표적인 ‘타자 친화’ 구장이다. 이 때문에 레이예스의 홈런은 KBO리그에서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홈런을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사직에서는 더 그렇다.
롯데는 2년 전 홈 사직 야구장의 외야를 확장하고 펜스를 높이는 변화를 시도했다. 이는 다가오는 2024시즌에도 유효하다. 광활한 외야만큼이나 수비수들의 기만한 운동 능력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그렇기에 외야 전 포지션을 누빌 레이예스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앞 관계자 역시 이를 강조하며 “올겨울 여러 후보를 고려했고, 그 결과 레이예스가 팀에 가장 적합한 선수라고 판단했다. 2할 9푼, 15홈런 정도의 타격을 기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수비와 주루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많을 것”이라고 했다.
올 시즌 유독 외국인 타자들의 부상, 부진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롯데다. 그만큼 레이예스의 어깨가 무겁다. 선수 본인에게 붙은 ‘잔부상’ 꼬리표도 극복해야 한다. 거인군단의 새 일원이 된 레이예스가 ‘잘 치고, 잘 잡고, 잘 뛰는’ 만능열쇠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