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스·카스타노·하트·맥키논…새 외국인 선수를 소개합니다 1.0 [춘추 집중분석]

좋은 외국인 선수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요즘, 온갖 난관 속에서도 구단들이 용케 찾아낸 8명의 새 외국인 선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2023-12-21     배지헌 기자
KBO리그에 새로 합류한 8명의 외국인 선수들.

 

[스포츠춘추]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농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시즌 전문가들이 하위권 후보로 꼽았던 NC 다이노스는 에릭 페디라는 울트라 슈퍼 하이퍼 하이엔드급 에이스를 앞세워 한국시리즈 입구 바로 앞까지 진출했다. 반면 롯데, 한화는 FA 시장에 거액을 쏟아붓고도 외국인 농사 실패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렇듯 외국인 선수의 성적은 팀 성적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유난히 외국인 선수 구하기가 어렵다는 올겨울. 온갖 난관 속에서도 구단들은 용케도 새 외국인 선수를 찾아냈고 계약 합의를 이끌어 냈다. 현재까지 계약이 확정된 새 외국인 선수는 총 8명. 이 가운데 누가 내년 시즌 팀의 페디로, 쿠에바스로, 오스틴으로 활약할까. 

 

LG 새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사진=LG)

디트릭 엔스(Dietrich Enns) | LG 트윈스

2012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9라운드 지명으로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빅리그에서 두 시즌을 뛰고 일본프로야구로 무대를 옮겨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활약했다. 평균구속 151에 최고 157km/h까지 던지는 좌완 강속구 투수다. 신인 시절엔 구위보다 로케이션에 의존하는 투수였지만, 구속이 빨라지고 커터를 장착하면서 수준급 투수로 올라섰다.

엔스의 포심은 수준 높은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상당히 높은 구종가치를 지녔다. 여기에 날카로운 움직임의 커터도 고품질 구종으로 평가받는다. 엔스의 커터는 2021년 빅리그에서도 피안타율 0.171을 기록했을 정도. 삼진/볼넷 비율과 강한 타구를 억제하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여기에 익스텐션도 좋은 투수로, 이미 일본야구를 경험한 만큼 한국 무대 적응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계약서에 사인한 더거(사진=SSG)

로버트 더거(Robert Dugger) | SSG 랜더스

대학 시절엔 불펜 투수였고 프로 입단 당시 계약금이 5천 달러에 불과할 만큼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투수. 그러나 프로 입단 뒤 마이너리그에서 준수한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빅리그 기준 속구 평균구속 144.2에 최고 151km/h를 던졌다. 대신 포심, 싱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좌타자 상대용 체인지업과 낙차 큰 커브의 구종가치가 높은 편이다.

더거의 장점은 제구력이다. 투구폼을 반복하는 능력이 좋고 꾸준하게 존 낮은 쪽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안다는 평가. 내년 도입 예정인 로봇심판(ABS)에 잘 맞는 스타일의 투수다. 다만 구위가 아주 뛰어나진 않다. 또 아주 정교한 컨트롤을 구사하는 투수라고 하기도 어렵다. 가운데 몰리거나 실투가 되면 장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전체적인 수준이 높아진 KBO리그 타자들 상대로 통할지는 미지수다.

 

다니엘 카스타노(사진=NC)

다니엘 카스타노(Daniel Castano) | NC 다이노스

2016 신인드래프트 19라운드 지명으로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했고 2020년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빅리그에선 구위로 압도하는 유형이 아니었지만, KBO리그 기준에선 평균 이상의 빠른 볼을 던진다. 속구 평균구속이 146, 최고구속은 153km/h까지 나온다. 주무기는 커터. 빅리그에선 포심보다 커터와 투심 구사율이 훨씬 높았다. 자주 던지는 슬라이더도 커리어 내내 1할대 피안타율을 유지한 필살기다.

카스타노의 장점은 제구력과 투구에 대한 감각이다. 모든 구종이 평균 이상 컨트롤을 보여준다는 평가. 타자와 싸울 줄 알고 피칭 감각이 좋은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구위가 압도적이진 않지만 공격적으로 존을 공략하며, ‘볼질’을 하지 않는 유형이다. 페디와는 또 다른 타입의 에이스로 내년 NC 마운드를 지킬 것이다.

 

카일 하트의 계약서 사인 순간(사진=NC)

카일 하트(Kyle Hart) | NC 다이노스

대학교에서 4년간 31승을 거둔 에이스 출신. 3학년 때 받은 팔꿈치 인대 수술(토미존)로 1년을 날린 탓에 프로 지명이 늦어졌다. 다행히 건강할 때 보여준 투구능력을 높이 산 보스턴 레드삭스가 2016년 지명, 2019년 빅리그 데뷔까지 이뤘다.

미국 시절 20-80 스케일에서 패스트볼은 40, 변화구는 50~55로 평가받았다. 그만큼 속구 구위가 빼어난 스타일은 아니다. 평균구속 144 정도에 최고구속은 149km/h 정도가 나온다. 대신 196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공의 각도와 준수한 익스텐션이 장점. 빅리그에선 포심보다 횡으로 휘는 슬라이더를 던져 재미를 봤다. 체인지업은 수직-수평 움직임이 좋은 편이다. KBO리그에선 그간 하트처럼 키 크고 공의 각이 좋은 좌투수가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2024시즌 롯데와 계약을 맺은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사진=롯데)

빅터 레이예스(Victor Reyes) | 롯데 자이언츠

마이너 유망주 시절 준수한 컨택 능력과 스피드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다. 2011년 16세 나이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계약했을 당시 무려 35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았다. 이후에도 탐내는 구단이 많아 애리조나, 디트로이트로 계속 팀을 옮겨 다녔다. 

어릴 때부터 맞히는 능력 하나는 기막히단 평가를 받았다. 간결하고 정확하게 배트 중심에 맞히는 스윙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 파워는 기대하기 어려워도 좀처럼 삼진을 당하지 않고, 높은 타율을 기대할 만한 타자란 평가. 빅리그에서도 2020년 강한 타구 비율 등에서 상위권 타격 지표를 보였다.

문제는 부상. 2021년엔 사타구니 부상으로, 지난해엔 두 차례 대퇴사두근 부상으로 애를 먹었다. 이 때문에 좋았던 스피드 지표가 하락했고 주루능력과 수비능력도 다소 감퇴했다는 평가. 하지만 롯데는 현재 몸 상태나 수비력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 빅리그에서 건강할 때는 중견수에 적합한 수비범위와 스피드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다. 어깨와 송구 능력도 수준급이다. 외야가 넓고 펜스가 높은 사직구장에 잘 어울리는 유형의 타자다.

 

누가 맥키논이고 누가 신더가드일까.

데이비드 맥키논(David MacKinnon) | 삼성 라이온즈

학창 시절 스포츠 천재로 불렸다. 야구와 축구 두 종목을 병행했고, 야구에선 타격과 투수를 오가며 활약했다. 고교 시절엔 골키퍼로 매사추세츠 주 대표로 뽑혔다. 대학에서도 야구, 축구를 오가며 뛰어난 활약을 펼쳐 하트퍼드대학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남았다. 그러나 소속 학교가 프로 구단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는 학교다 보니 3학년 때 지명받는 데 실패, 4학년 졸업 시즌 32라운드 지명으로 뒤늦게 프로에 입문했다.

지지리도 운이 없었다. 2019년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고 2020년엔 코로나19로 마이너리그 시즌이 취소되는 악재가 터졌다. 그러나 난관 속에서도 노력을 거듭해 빅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마이크 트라웃과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스윙을 연구하고 타격 자세를 조정해 높은 타율과 볼넷 비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아무 공에나 배트를 내지 않고, 끈질기게 자기 공을 기다렸다가 강한 스윙을 하는 스타일이다. 마이너리그는 물론 빅리그에서도 높은 볼넷율을 기록했다. 특히 좌완투수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주포지션은 1루수다. 마이너리그는 물론 빅리그에서도 주로 1루수로만 출전했다. 1루 수비는 평균 이상은 된다는 평가. 다만 3루 수비는 할 줄은 알지만 크게 기대할 정도는 아니다. 빅리그 시절 가끔 3루수로 나와서 보여준 수비는 불안 불안했다. 

 

한화 새 외국인 타자 페라자(사진=milb.com 화면)

요나단 페라자(Yonathan Perlaza) | 한화 이글스

베테수엘라 출신 1998년생 스위치히터 외야수. 빅리그 경험은 없지만 시카고 컵스 유망주 출신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선수다. 2015년 유격수로 입단할 당시 계약금만 130만 달러를 받았을 정도. 한화도 100만 달러를 꽉 채워 영입했다.

원래는 똑딱이 타자였지만 조금씩 힘을 키워 2021년 상위 싱글 A에서 한 시즌 15홈런을 기록했다. 올해는 트리플 A에서 121경기 타율 0.284에 23홈런 장타율 0.534를 기록하면서 완전히 파워히터로 변신한 모습을 보였다.?지난해보다 장타력, 선구안, 볼넷까지 모든 면에서 크게 향상된 모습에 빅리그 콜업 후보로도 거론됐을 정도.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은 젊은 선수인 만큼, 한화에서 잘만 적응하면 대형 타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엔마뉴엘 데 헤이수스(사진=키움)

엔마뉴엘 데 헤이수스(Enmanuel De Jesus) | 키움 히어로즈

큰 키에 탄탄한 신체조건이 돋보이는 좌완투수다. 스리쿼터 팔각도에 3루 쪽 플레이트를 밟고 대각을 활용해 투구하는 스타일. 팔 스윙이 짧게 나오는 스타일이라 타석에서 공을 보기 쉽지 않다. 처음 상대하는 타자들은 애 좀 먹을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볼 구속은 평균 150 정도, 불펜으로 나왔을 땐 156km/h까지도 던졌다. 선발로는 145km/h 안팎을 유지한다. 스트라이크, 특히 낮은 쪽 스트라이크를 꾸준하게 던지는 능력이 좋다. 주 무기는 체인지업으로 투심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여기에 회전이 좋은 슬로커브를 자주 던진다. 평균 이상의 구종은 없지만 모든 구종을 골고루 잘 던진다는 평가. 커리어 내내 선발로 나와 선발 경험이 풍부한 것도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