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A 트래커 3.0: “김선빈 협상 잘 하고 있는데…” 어리둥절한 KIA [춘추 집중분석]

한동안 잠잠하던 FA 시장이 다시 꿈틀대는 조짐이 보인다. 시장에 남은 11명의 FA 협상 진행 상황과 전망을 스포츠춘추가 집중 분석했다. 

2023-12-22     배지헌 기자
FA 시장에 남은 선수들(사진=각 구단 제공)

 

[스포츠춘추]

20일.

올겨울 5호 FA 계약과 6호 FA 계약 사이엔 무려 20일이란 긴 공백기가 있었다. 11월 30일 두산 양석환의 충격적인 4+2년 최대 78억 원 계약이 터진 뒤 잠시 개점휴업 상태였던 FA 시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12월 21일 오전 LG 임찬규의 4년 총액 50억 원 계약을 시작으로 오후엔 한화 장민재의 2+1년 총액 8억 원 계약 소식이 전해졌고, 이에 질세라 LG와 오지환의 약속된 6년 총액 124억 원 FA 계약이 나왔다. 20일 넘게 무소식이던 FA 시장에서 하루 만에 6호, 7호, 8호 계약이 잇따라 나온 것이다. 

이제 시장에 남은 FA 선수는 11명. 이 가운데는 구단과 상당 부분 합의에 도달해 계약을 앞둔 선수도 있고, 생각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평행선을 달리는 선수들도 있다. 업계에선 최소 2건의 계약은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남은 선수 중에 상당수가 해를 넘기는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다. 22일 서울의 아침 체감온도는 영하 22도다. 추운 겨울이다. 

2024 KBO FA 자격을 얻은 LG 좌완 함덕주(사진=LG)

함덕주
원소속팀: LG 트윈스
에이전시: 스포츠 인텔리전스
등급: B
내년 나이: 29

올겨울 FA 시장 좌완 최대어. 길었던 부상 터널을 빠져나와 2023시즌 반등에 성공했다. 20대 젊은 나이와 좌완이란 희소성 덕분에 미국 메이저리그 신분조회 요청까지 들어왔다. 일단은 LG 트윈스 잔류를 우선순위에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함덕주가 20일 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만큼 협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단 협상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차명석 LG 단장은 “선수 측 대리인과 계속 만나면서 차이를 좁혀가는 중”이라 했고, 선수 측도 “좋은 분위기로 얘기하는 것은 맞다. 여러 안을 갖고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계약기간 등 세부 조건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조금씩 타협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4년을 온전히 보장할 것인지, 내구성 관련 안전장치를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마련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 

 

베테랑 김민성(사진=LG)

김민성
원소속팀: LG 트윈스
에이전시: 브리온
등급: B
내년 나이: 36

2023시즌 LG 정규시즌 우승의 숨은 공신. 시즌 초반 오지환이 부상으로 빠졌을 땐 유격수로 서건창이 부진에 빠졌을 땐 2루수로 출전해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타격 성적도 112경기 8홈런 OPS 0.703으로 전혀 녹슬지 않은 모습이다. 모범적인 베테랑 선수로서 팀에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임찬규, 오지환 계약을 마친 LG는 김민성과도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했다. 20일 한 차례 만났고 이 자리에서 구단 측이 생각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석 단장은 “선수 입장도 들어보고, 그걸 토대로 대화하면서 차근차근 풀어갈 생각”이라 했다.  구단과 선수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만큼, 계속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며 최선의 묘수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KT 위즈 불펜의 버팀목 주권(사진=KT)

주권
원소속팀: KT 위즈
에이전시: MVP 스포츠
등급: A
내년 나이: 29

2023시즌 성적은 부진했지만, 20대 나이에 이만큼 풍부한 경험을 지닌 불펜투수도 없다. A등급 FA라 현실적으로 타 구단 이적은 쉽지 않다. KT와 계약하든 다른 묘수를 찾든 담판을 지어야 한다. 

KT는 FA 개장을 앞두고 한 차례 선수와 만났고, 개장 후엔 선수 측 대리인과 만나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에도 한 차례 만나 조건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계약기간, 규모 등에서 아직은 생각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상황. 구단 관계자는 “조금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신중한 반응을 전했다. 

 

SSG  FA 김민식(사진=SSG)

김민식
원소속팀: SSG 랜더스
에이전시: 브리온
등급: C
내년 나이: 35

FA 시장 개장 후 세 차례 구단과 선수 측이 만났지만 현격한 입장 차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이후 SSG의 단장 교체 등 내부 사정으로 협상이 중단된 상황. 마지막 협상 이후 보름 이상 구단과 선수 측의 소통이 없었고, 김재현 단장 취임 이후로도 (22일 기준) 현재까지 선수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측은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구단에서 제시한 조건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최선을 다했다”는 구단 측의 생각과는 꽤 차이가 크다. 

물론 시장 상황이 선수에게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SSG 역시 김민식이 없으면 통산 경기 수가 합계 426경기에 불과한 어린 포수들(조형우+박대온+신범수)을 데리고 한 시즌을 치러야 한다. ‘나나랜드 시즌 2’를 겪지 않으려면, 베테랑 주전 포수와 계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두산 투수 홍건희(사진=두산)

홍건희
원소속팀: 두산 베어스
에이전시: 조찬희
등급: A
내년 나이: 32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강속구 투수. 매력적인 조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지만, A등급 FA라는 신분 탓에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잘하면 B등급이 될 수도 있었는데 일 잘하는 두산의 계산이 맞아떨어져 아슬아슬하게 A등급에 걸렸다는 후문. FA 개장 초반엔 타 구단에서 관심이 있다는 얘기도 들렸지만, 관심이 구체적인 접근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산과 홍건희 측은 11월 말 한 차례 만났고, 이 자리에서 선수 측이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구단에서 생각하는 조건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후로는 만남이 없는 상황.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자 홍건희는 에이전트 교체로 출구를 찾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에이전트가 바뀌면서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아직 만나거나 만날 약속을 정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새 에이전트는 과거 정수빈, 민병헌, 강민호 등의 계약을 따낸 인물로 업계에선 경쟁 구단을 활용하는 협상 전략을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선빈은 KIA의 프랜차이즈 선수다(사진=KIA)

김선빈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
에이전시: 스포츠 인텔리전스
등급: B
내년 나이: 35

순조롭고 원만하게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다. 큰 틀에서의 계약기간과 금액엔 합의가 이뤄졌고, 보장기간과 옵션 등 세부 사항을 놓고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일종의 ‘불화설’이 제기된 21일에도 구단과 선수 측은 유선상으로 협상을 진행했고,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통화에서 구단은 선수 측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한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측에서도 상의해본 뒤 다시 연락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단과 선수 측 모두 일각에서 나오는 불화설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KIA 관계자는 “원클럽맨으로서 선수의 자존심을 지켜줄 만한 수정안을 제시했다”면서 “정말로 협상이 잘 안 되고 있으면 모르겠는데, 잘 되고 있는 상황에서 왜 다른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선수 측에서도 “김선빈은 팀을 떠난다고 얘기한 일이 없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를 맞이한 우완 잠수함 김대우(사진=삼성)

김대우
원소속팀: 삼성 라이온즈
에이전시: 없음
등급: C
내년 나이: 36

2023시즌 성적은 다소 아쉬웠지만 수년간 선발-불펜을 오가며 팀에 공헌한 베테랑이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와 훈련 태도, 팀 동료와의 관계, 팬서비스 등 선수를 떠나 인간으로서 좋은 평판을 받고 있다. 삼성도 김대우의 잔류를 바라고 있다. 이미 구단 측 조건은 전달했고, 현재는 선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김대우는 올겨울 FA 중에 에이전트가 없는 유일한 선수다. 

 

삼성에서만 13시즌을 뛴 마무리 오승환(사진=삼성)

오승환
원소속팀: 삼성 라이온즈
에이전시: 스포츠 인텔리전스
등급: C
내년 나이: 42

이른바 ‘본인 피셜’이 나왔다. 오승환은 최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궁금해하시는 재계약 협상은 잘 진행되고 있다. 구단을 믿고, 계약보다는 운동에 더 집중하면서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사실, 예외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올해의 부진은 나이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운동을 해오는 동안 좋지 못했던 여러 시즌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며 내년 시즌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행간에서 2024시즌이 반드시 은퇴 시즌은 아닐 수도 있다는 뉘앙스가 묻어난다.

오승환은 에이전트 도움을 받으면서 직접 협상 테이블에도 나올 정도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최근엔 선수가 원하는 조건을 구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은 계약조건, 금액 등을 놓고 차이를 좁혀가는 중이라고. 삼성 관계자는 “이종열 단장, 운영팀장과 만나면서 계속 좁혀가고 있다. 현재 선수가 여행 중이라, 돌아오면 다시 만나 얘기를 나눌 것”이라 했다. 

 

상무야구단 제대 뒤 달라진 활약상을 보여준 강한울(사진=삼성)

강한울
원소속팀: 삼성 라이온즈
에이전시: 브리온
등급: C
내년 나이: 33

삼성은 강한울에게도 오퍼를 건넸다. 선수 측은 타 구단 상황을 주시하면서, 삼성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선수만 결심하면 협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충분하다. 

 

베테랑 투수 임창민(사진=스포츠춘추 DB)

임창민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
에이전시: 리코스포츠
등급: C
내년 나이: 39

내년 39세가 되는 베테랑 투수지만 올겨울 여러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취재 결과 3개 구단이 직간접적으로 관심을 표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기간이나 조건 등에서 아직 완벽하게 딱 맞는 핏을 찾진 못한 단계. 적지 않은 나이와 샐러리캡 등의 변수로 구단들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현재 임창민은 매년 개인 운동을 해온 트레이닝 센터에서 몸을 만들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원소속팀 키움과는 FA 신청 이후로 왕래가 끊긴 상황이다. 구단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임창민에게 오퍼를 한 건 맞는데 그 시기가 FA 신청 마감 직전이었다”고 했다. 야구계에서 임창민의 키움 복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이유다.

 

리그 최고의 철인 포수 이지영(사진=스포츠춘추 DB)

이지영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
에이전시: 팀퓨처스
등급: B
내년 나이: 38

비록 2023시즌엔 부진했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포스트시즌 전 경기에 출전하면서 키움 돌풍을 이끌었던 철인이다. 아직 체력이나 기량에는 자신 있다는 게 선수 측 입장. 

그러나 B등급 FA인데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다. ‘포수 최대어’ 김민식의 행선지가 정해져야 이지영의 앞길도 뚫릴 가능성이 크다. 원소속팀 키움과는 전혀 왕래가 없다. FA 신청을 앞두고도 구단에선 잔류를 위한 별다른 ‘액션’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