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원해서” 9개 팀은 미국·일본·호주…KT만 국내 캠프 하는 이유 [춘추 이슈분석]

KBO리그 10개 구단의 2024년 스프링캠프 장소가 다변화한다. 미국, 일본, 호주, 타이완, 괌 등 세계 각지에 캠프를 차릴 예정. 이런 가운데 KT 위즈만 유일하게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는데, 이유가 무엇일까.

2023-12-26     배지헌 기자
2021 기장 스프링캠프 당시 장면. 배제성이 PFP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KT)

 

[스포츠춘추]

한때 KBO리그 구단들의 스프링캠프 명소로 각광받았던 미국의 인기가 저물고 호주가 새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기후재앙 여파와 긴 이동시간, 고물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KBO리그 10개 팀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1~2022 2년간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국외 캠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에서 구단별 홈구장과 2군 구장, 지방 시설을 활용해 겨울을 보냈다. 그러다 팬데믹이 한풀 꺾인 올해 초부터다시 전 구단이 국외로 방향을 돌렸다.

세계적인 이상기후는 미국 애리조나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사진은 비 내린 애리조나 야구장(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그래도 미국파: LG, NC, 키움, SSG

2023 스프링캠프는 미국이 대세였다. 10개 구단 가운데 키움 히어로즈·LG 트윈스·KT 위즈·KIA 타이거즈·NC 다이노스·한화 이글스까지 6개 팀은 물론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도 미국 애리조나에 캠프를 꾸렸다. 통합 우승팀 SSG 랜더스는미국 플로리다에, 롯데 자이언츠는 미국령 괌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그러나 2024시즌을 앞둔 올겨울엔 미국으로 가는 팀이 크게 줄었다. 미국 캠프를 포기한 한 구단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로 애리조나 날씨가 예전처럼 캠프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올해만 해도 강추위와 폭설로 제대로 훈련을 못 한 날이 많았다. 긴 비행시간, 현지의 높은 물가, 캠프 뒤 시차 적응 문제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내년 초엔 LG, SSG, NC, 키움까지 4개 팀만 미국 본토에서 캠프를 진행할 예정이다.

애리조나의 맑은 하늘(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챔피언’ LG와 3위 NC는 1-2차 구분 없이 미국 애리조나에서 캠프 전체 일정을 소화한다. LG는 스콧데일에서 3월 2일까지, NC는 애리조나 남부의 투손에서 3월 5일까지 훈련할 예정이다. 

SSG는 단골 캠프지인 플로리다 베로비치에서 1차 캠프를 진행한다. 2월 22일까지 미국에서 몸을 만든 뒤 일본으로 이동해 실전을 치르는 루틴이다. 

키움은 2월 15일까지 애리조나 스캇데일 소재 솔트리버 필즈앳 토킹스틱에서 훈련한다. 키움은 솔트리버 필즈 주인인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다. 메이저리거가 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훈련 기간 키움 캠프에 방문할지도 주목된다. 이정후의 새 소속팀 자이언츠는 키움과 같은 스콧데일에서 스프링트레이닝을 진행한다(스캇데일 스타디움).

한편 롯데는 올해와 같이 미국령 괌에서 1차 캠프를 진행할 예정. 롯데의 1차 캠프는 2월 20일까지다.

호주 시드니 블루삭스 홈구장(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호주로 가는 KIA와 한화, 일본으로 가는 삼성

미국을 떠나 남반구 호주를 선택한 팀들도 있다. 호주는 한겨울인 현재도 프로리그가 진행 중일 정도로 일 년 내내 따뜻한 기후를 자랑한다. 주요 도시마다 프로팀들이 사용하는 구장과 훈련 시설이 있고, 주거환경이 쾌적한 것도 장점.

KIA 타이거즈는 호주 캔버라를, 한화 이글스는 호주 멜버른을 각각 새 캠프 장소로 정했다.

KIA는 2월 20일까지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 캠프를 차린다. 올해까지는 미국 캠프를 진행했지만 전임 단장 체제에서 캠프 세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심재학 단장이 부랴부랴 새 캠프지를 섭외했다. 심 단장은 캠프 섭외 과정에서 호주프로야구 캔버라 캐벌리 구단주를 설득해 유망주 파견 합의를 이끌어내는가 하면, 현지 한인단체의 적극 지원 약속을 받아내는 등 부수적 성과도 챙겼다.

호주는 한겨울에도 날씨가 맑고 따뜻해 새로운 스프링캠프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한편 연습경기 위주로 진행되는 2차 캠프 장소로는 일본의 인기가 여전하다. 아예 1차부터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진행하는 삼성 라이온즈를 포함해 총 5개 팀(KT, KIA, 한화, 롯데)이 오키나와에서 캠프를 마무리할 예정. 이들 팀은 현지 일본 프로팀은 물론 국내 팀끼리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두산 역시 일본 미야자키에서 오랜만에 ‘구춘대회(미야자키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일본 프로야구 팀들과 한국 프로야구 팀들의 연습 경기)‘에 참가할 예정. 두산은 이 대회 창설 초기인 2010년부터 해마다 참가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2021년 이후로는 불참해 왔다.

한편 오키나와에서 훈련지를 섭외하지 못한 SSG와 키움은 타이완(대만)으로 간다. SSG는 타이완 자이에, 키움은 가오슝에서 현지 팀과 연습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키움은 2020년, 그리고 올해 초에 가오슝에서 스프링캠프를 경험한 바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단골 전지훈련지,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오키나와는 여전히 국내 구단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지훈련지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KT만 국내 캠프, 이유는? “선수들 건의 반영했다”

다시 국외 캠프가 대세가 된 가운데 2023년 준우승팀 KT 위즈의 선택이 유독 튄다. KT는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국외가 아닌 국내에서 1차 캠프를 가진다. 코로나19 기간인 2021년과 2022년 캠프를 치렀던 장소인 부산 기장 현대차 드림볼 파크가 KT의 훈련지다. 기간은 2월 1일부터 22일까지 약 3주다.

이와 관련해 KT 고위 관계자는 “올해초 애리조나에서 겪은 이상기후가 첫 번째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KT는 창단 이후 줄곧 캠프장소였던 애리조나 투산에 캠프를 차렸다. 이강철 감독이 맡은 국가대표팀 훈련 장소와도 멀지 않아 최적의 훈련지라 판단했지만, 막상 캠프를 시작하니 변덕스러운 날씨와 폭설로 인해 제대로 훈련을 진행하지 못한 날이 많았다.

긴 이동시간과 시차도 문제였다. KT 관계자는 “같은 애리조나라도 피닉스 쪽보다 투손까지 가는 게 훨씬 오래 걸린다. 중간에 갈아타는 시간과 대기 시간 등 선수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KT 위즈는 2021년 부산 기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사진=KT)

이에 선수단에서 애리조나 대신 다른 곳에서 캠프를 하는 게 어떠냐는 건의가 나왔다고. KT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어디가 가장 좋을지 물어보니 부산 기장을 선호하는 의견이 많았다”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2021년 우승한 좋은 기억이 있고, 숙소에 대한 선호도도 높았다”며 “일각에선 돈을 아끼려고 국내 캠프를 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훈련하는 건 선수들이니까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좋지 않나. 우리 선수들이 외국 캠프를 크게 선호라지 않더라. 선수들 의견을 반영해서 그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물론 2월 한국의 추운 날씨를 고려하면 우려되는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낯선 외국 환경이 주는 기분전환 효과, 훈련의 집중도 등 국외 캠프만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이에 KT도 2월 23일부터는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2차 캠프를 치를 계획이다.

구단별 2024 스프링캠프 장소와 일정(표=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