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에도 MLB 신분조회 받아야죠” 함덕주, LG에 꼭 남고 싶었던 이유는? [춘추 인터뷰]

-LG, 지난 24일 FA 좌완 함덕주와 4년 총액 38억 원에 계약 -신혼여행 복귀 후 이틀 만에 도장 찍은 함덕주 “꼭 남고 싶었다” -“건강한 나를 증명하고 싶다” 부상 꼬리표 극복에 나선 함덕주 -함덕주 “LG가 지속적인 강팀이 될 수 있도록 보탬 되고자 한다”

2023-12-27     김종원 기자
올겨울 LG와 FA 계약을 맺은 좌완 필승조 함덕주(사진=LG)

[스포츠춘추]

‘줄무늬 피’를 강조했던 함덕주가 핀스트라이프 유니폼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간다. LG 트윈스는 12월 24일 “FA(자유계약선수) 함덕주와 4년 총액 38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세부 조건은 계약금 6억 원, 연봉 14억 원, 인센티브 18억 원에 해당한다.

계약 후 LG는 함덕주를 향해 “대표팀 경력을 포함해 많은 경험을 가진 투수다. 2023시즌 건강을 회복하면서 가장 좋았을 때 모습을 보여줬고, 필승조로 맡은 바 역할을 다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마운드에서 팀을 위해 던져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1995년생 좌완 함덕주는 2년 전 두산 베어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LG에 합류했고, 이적 3년차인 올 시즌 팀 통합우승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특히 좌완 필승조 역할을 맡으며 57경기 동안 블론세이브 한 차례 없이 4승 0패 16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 1.62를 기록했다. 이어진 한국시리즈에서도 4경기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 활약을 펼쳤다.

올겨울 조이안 씨와 화촉을 밝힌 함덕주는 하와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이틀 만인 22일에 도장을 찍었다. 그만큼 팀에 남고자 하는 의지가 무척 강했다. 이때를 떠올린 함덕주는 “결혼 준비에 신혼여행까지, 정신이 없었다. 가능한 한 빨리 계약해서 편한 마음으로 내년 시즌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다음은 26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함덕주와의 일문일답.


“나를 증명하고 싶다” 함덕주는 ‘부상’ 꼬리표를 떼고자 한다

LG 좌완 함덕주(사진=LG)

22일 도장을 찍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이틀 만인데.

팀에 남고 싶은 게 가장 컸다. 결혼 준비도 있었지만, 에이전시 쪽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계약도 무리 없이 잘 이뤄졌다. 돌아오자마자 최대한 빨리 계약하고 싶더라. 이제 내년 시즌 준비도 본격적으로 해야 하는데, 심적으로 편한 상태에서 몸을 만들려고 한다.

2021년 LG에 합류했고, 이적 3년차에 통합우승까지 경험했다. 이제는 ‘줄무늬 피’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팀을 향한 애정이 깊어졌다. 그런 LG의 매력이 궁금하다.

‘강팀’이라는 믿음이다. LG에는 좋은 형들과 후배들이 가득한데, 그런 동료들의 존재가 내겐 언제나 든든하다. 또한 팀 합류 때부터 몸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해 주셨던 트레이닝 파트 덕분에 올 시즌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트레이닝 코치님들을 믿고 더 건강하게 던지고 싶다.

LG 잔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실은 구단과 팬들에게 ‘마음의 빚’이 남았다. 그동안 잘 던지다가 LG에서 앞선 2년을 부상으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올해도 잠시 공백기를 겪으면서 아쉬움이 살짝 있었다. 그래서 LG에 더 남고 싶었고, LG에서 더 활약하면서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다.

올해 8월 말 부상으로 잠시 공백기를 갖고 포스트시즌에 맞춰 복귀했다.

부상 당시만 해도 팀 순위가 확정된 상황이 아니었다. 팀이 배려해 줬기에 회복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정규시즌 종료 전에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팀이 리그를 우승했고, 이왕이면 ‘한국시리즈 일정에 맞춰 더 천천히 준비하자’는 신호를 받았다. 다만 그렇게 많이 아픈 게 아니었는데, ‘쟤는 또 부상이야?’라는 시선에 마음이 아프더라.

이른 나이(28세)에 FA 자격을 얻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상’ 꼬리표에 속상했을 법도 한데.

(웃으며) 스트레스가 없었다면 거짓말 아닐까. 한때는 너무 많이 등판하고, 많이 던져서 다들 나를 걱정하기도 했다. 지금은 정반대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상을 겪은 내 잘못이기에 변명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지금 내 나이에 FA 권리를 행사했다는 건 그만큼 많은 경기에서 활약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론 그런 마음을 도전 의식으로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도전 의식이라면?

처음 부상 꼬리표를 접했을 때 억울함이나 속상함이 들었다면, 이내 마음을 고치게 된 듯싶다. 그게 또 아예 없는 말은 아니지 않나(웃음). 앞으로 건강하다는 걸 증명하면 된다. 난 아직 젊고 몸 상태에 대한 확신도 있다. 전혀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시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번 FA 계약에서 옵션 비중(47.4%)이 이목을 끌기도 했다.

팀 입장도 이해가 된다. 올해만큼 ‘안 아프면’ 달성할 수 있는 옵션이기에 자신 있다. 나 역시 건강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동기부여로 삼으려고 한다.


함덕주 “LG가 지속적인 강팀이 될 수 있도록 큰 보탬 되고 싶다”

올 시즌 필승조로 활약하며 LG의 통합 우승 주역으로 우뚝 선 함덕주(사진=LG)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고,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도 받았다. 

지금 시점에서 얘기하면 한결 후련한 느낌이 든다. MLB에서 내게 관심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고 기분이 좋았다. 프로 선수라면 빅리그에 대한 동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렇다.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아쉽지만, 이번에는 기회가 닿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4년 뒤에는 33세를 맞이한다. 빅리그를 향한 꿈은 그때도 유효할까.

글쎄. 먼 훗날 기회가 된다면 기분 좋게 다녀오고 싶은 마음도 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4년 뒤에는 또 모른다(웃음). 하지만, 이제는 LG에 집중하는 게 맞다. 4년 뒤에도 MLB에서 신분조회를 받을 정도라면 팀에 분명히 큰 보탬이 되는 선수 아닐까. 그런 마음가짐을 품고 뛰려고 한다. 내 목표는 LG가 지속적인 강팀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 역시 건강한 몸 상태와 좋은 기량을 유지할 책임감이 있다. 

LG 선수들도 올해 통합 우승 뒤 ‘지속적인 강팀’이라는 목표를 계속 언급하고 있다. 그 일원인 함덕주의 생각을 더 자세히 듣고 싶다.

그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행동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 우리 등 뒤에는 쟁쟁한 팀들이 쫓아오고 있다. 우리가 우승 트로피를 지키려면 개인 기량을 더 늘려야 한다. 또 팀워크도 중요할 것 같다. 어느 한 명 잘한다고 그 팀이 승리할 수 없듯이, 팀원들이 더 똘똘 뭉칠 수 있도록 나부터 솔선수범하겠다.

올겨울 팀 동료 고우석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MLB 이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024시즌 마무리 보직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만일 마무리 자리가 공백이 된다면 ‘내가 맡는다’고 생각하고 준비할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모두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욕심이 있어야 실력이 더 늘 수 있다고 믿는다. 게다가 우리 팀은 ‘최강 불펜’ 아닌가(웃음).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도 자극을 크게 받고 있다. 아마 내부 경쟁을 통해 팀이 더 강해질 듯싶다. 

FA 계약을 마치고 “아프지 않고 꾸준한 모습으로 팀이 계속 강팀이 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 자릴 빌려 LG 팬들에게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그동안 계속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큰 기대를 받고 왔는데, 2년을 부상으로 보냈다. 하지만 내가 주눅 들지 않도록 항상 열렬한 응원을 보내주신 것도 잘 알고 있고,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상 꼬리표를 정말 떼고 싶었고, 그 무대는 꼭 LG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몸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활약하면서 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