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A 트래커 4.0: 다가오는 심리적 데드라인, ‘극적 타협’ 나올까 [춘추 집중분석]
FA 협상의 심리적 데드라인인 1월 중순이 다가온다. 아직 시장에 남은 FA 선수 8명의 협상 진행 상황과 전망을 스포츠춘추가 집중 취재했다.
[스포츠춘추]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시장엔 8명의 FA(프리에이전트) 선수가 남아 있다. 이제는 심리적 데드라인인 1월 중순이 다가오는 시점이다. 2월 1일 시작하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구단마다 명단을 짜는 작업이 한창이라, 1월 둘째 주까지는 계약을 마쳐야 캠프 합류에 차질이 없기 때문이다.
선수 입장에선 캠프 첫날부터 선수단과 함께 훈련해야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구단 역시 팀의 주축 선수가 가능하면 캠프 시작부터 함께하길 원한다. 물론 캠프 지각 합류를 각오하고 장기전을 불사하는 선수도 종종 나오곤 하지만, 그건 구단도 선수도 누구도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다. 그만큼 ‘극적 타협’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도 된다.
일단 이번 주 들어 여러 건의 계약이 나올 전망이다. 그간 구단과 줄다리기하던 중소규모 FA 선수 몇몇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예정. 또 협상에 난항을 겪던 선수 중에도 서로 한발 물러서서, 혹은 한쪽이 크게 양보해서 사인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플레이어들에겐 피 말리는, 그러나 보는 사람에겐 무척 흥미진진한 한주가 될 것이다.
김민성
원소속팀: LG 트윈스
에이전시: 브리온
등급: B
내년 나이: 36
2023시즌 LG 정규시즌 우승의 숨은 공신. 시즌 초반 유격수와 2루수를 오가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고, 중반 이후엔 3루수 백업으로 팀에 기여했다. 모범적인 베테랑 선수로 팀 내에선 미래 코치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겨울 예비 빅리거에 내부 FA 선수까지 처리할 문제가 많았던 LG는 김민성과 12월 말부터 본격 협상을 시작했다. 타 구단 가운데 관심을 보이는 팀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보니 이적이 성사되진 않았다고. 현재는 LG와 단독 협상을 진행 중이다. 구단도 김민성이 남길 원하고, 김민성도 LG 잔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다만 구단의 오퍼가 선수 입장에서 100%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라 선뜻 수락하지 못하고 고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야구 관계자는 “LG에서 김민성을 코치로 키울 생각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이 부분까지 반영해 서로 만족할 만한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주권
원소속팀: KT 위즈
에이전시: MVP 스포츠
등급: A
내년 나이: 29
2023시즌 전완근 부상 등으로 힘든 시즌을 보냈다. 여기에 A등급 FA란 악조건과 찬바람이 부는 시장 상황이 맞물려 타 구단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KT와 단독 협상이 진행 중. 다만 20대 젊은 나이와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불펜투수란 점에서, 올겨울 계약이 ‘저점매수’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주권 측은 KT 구단과 여러 차례 만나 서로 조건을 주고받았다. 선수 측이 원하는 조건과 구단에서 제시한 조건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좀 더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의외로 빠르게 결론이 날 수도 있다. 구단 관계자는 “주권은 꼭 필요한 선수”라며 “차이가 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충분히 좁힐 수 있는 차이”라고 했다.
김민식
원소속팀: SSG 랜더스
에이전시: 브리온
등급: C
내년 나이: 35
FA 시장 개장 후 여러 차례 구단과 선수 측이 만났지만 현격한 입장 차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이후 SSG의 단장 교체 등 내부 사정으로 한 달 가량 협상이 중단됐다가, 지난주부터 다시 테이블을 차렸다.
구단에선 최대 4년에 20억 미만 조건을 제시했지만 선수 측에선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 선수 측도 최초 안에서 다소 물러선 수정안을 지난 목요일 전달했지만 여전히 구단 안과는 차이가 있다. 선수 측은 구단에서 마지막으로 조금만 더 성의를 보여주길 바라는 분위기.
한 야구 관계자는 “올겨울 여러 일로 시끄러웠던 SSG가 단장 교체 후 조금씩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연봉 협상에서도 몇몇 선수와 위기가 있었지만 잘 봉합했고, 조만간 구단 이미지 리브랜딩용 이벤트도 앞두고 있다”면서 “가능하면 내부 FA 계약도 잡음 없이 매끄럽게 마무리 짓기를 원할 것”으로 예상했다.
홍건희
원소속팀: 두산 베어스
에이전시: 조찬희
등급: A
내년 나이: 32
32세 젊은 나이에 풍부한 경험, 강속구라는 무기까지 보유한 불펜 자원이다. 매력적인 조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지만, A등급 FA라는 신분 탓에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두산과는 올겨울 총 2차례 만나 조건을 교환했다. 지난해 11월 만났을 땐 현격한 입장차만 확인했고, 이후 에이전트를 바꿔 1월 초 두 번째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이 자리에서 선수 측은 첫 협상 때보다 다소 눈높이를 낮춘 조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구단 안과는 차이가 있는 상황. 4년이란 계약기간엔 동의했지만 총액에서 앞 자릿수가 다른 상황이다. 다른 구단이 있는지도 알아보는 중이지만 샐러리캡 폭발 직전인 구단이 대부분이라 상황이 녹록지가 않다.
김대우
원소속팀: 삼성 라이온즈
에이전시: 없음
등급: C
내년 나이: 36
올겨울 FA 중에 에이전트가 없는 유일한 선수다. 이미 구단에선 오퍼를 전달했고, 선수의 선택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나이와 성적 등을 고려하면 긴 기간이나 큰 액수를 기대하긴 어렵다. 선수 입장에선 다소 아쉽다는 느낌이 들만도 하다. 구단은 선수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기다리는 중이다. 조만간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오승환
원소속팀: 삼성 라이온즈
에이전시: 스포츠 인텔리전스
등급: C
내년 나이: 42
삼성 라이온즈는 물론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FA(프리에이전트) 기회인 만큼 본인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올 정도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여러 취재에 따르면 오승환도 삼성도 잔류 자체엔 큰 이견이 없다. 삼성 잔류를 전제한 뒤 기간과 조건을 놓고 협상하는 상황이다. 협상이라기보단 조율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수도 있다. 협상이 길어지면서 외부에서 나오는 부정적 소문과 심각한 여론은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어 보인다.
계약기간(2년)엔 양측이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 다만 그 외의 부분에서 차이를 줄여가는 중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오승환도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한 만큼 구단에서 제시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조건이 어느 선인지 모르진 않을 것이다. 다만 선수 입장에서 바라는 기대치가 있고, 이 부분을 요구해서 조금이라도 반영되게 하려면 본인이 구단과 직접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구단과의 오랜 신뢰와 교감을 바탕으로 ‘인간적’인 해결책을 택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과거 이렇게 흘러가던 협상이 한순간에 급물살을 타서 ‘극적 타협’을 이룬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강한울
원소속팀: 삼성 라이온즈
에이전시: 브리온
등급: C
내년 나이: 33
한동안 협상에 난항을 겪다 최근 협상을 재개했다. 애초 선수 측이 원한 조건은 구단 측 생각과 차이가 컸다. 이후 지난해 12월 20일경 구단에서 오퍼를 건넸고, 선수 측도 기간과 총액 등 큰 틀에 동의하면서 빠르게 계약이 이뤄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옵션 조율 과정에서 협상이 장기간 중단됐고, 그사이 오승환 협상과 임창민 영입 등의 이슈가 발생하면서 삼성의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삼성은 마지막에 건넸던 오퍼보다 소폭 하향 조정한 조건을 다시 제안한 상황. 최대 2년에 지난해 연봉과 비슷한 수준에서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지영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
에이전시: 팀퓨처스
등급: B
내년 나이: 38
비록 2023시즌엔 부진했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포스트시즌 전 경기에 출전하면서 키움 돌풍을 이끌었던 철인이다. 아직 체력이나 기량에는 자신 있다는 게 선수 측 생각. 그러나 B등급 FA인데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팀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선수가 먼저 구단 측에 연락을 취하면서 협상의 물꼬를 텄다. 키움 잔류를 비롯해 사인 앤드 트레이드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단에 협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구단에서는 별다른 호응이 없는 상황이다. 선수가 먼저 팀을 구해와야 실마리가 풀릴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