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안 찾는 중” FA 포수 이지영 계약은 오리무중? 키움은 ‘관망 모드’ [춘추 이슈분석]
-FA 베테랑 포수 이지영의 계약? 아직은 오리무중 -지난해 부상&부진 겹친 가운데, FA 시장 나온 이지영 -FA B등급으로 이적 시 보상선수 발생, 운신의 폭 좁아 -최근 선수 측에서 먼저 연락 취해 타협안 찾고 있는 중
[스포츠춘추]
“아직까지는 복잡하다. 구단과 얘기를 조금 더 나눠봐야 할 듯싶다.”
생애 두 번째 FA(자유계약선수)를 맞은 베테랑 포수 이지영은 최근 원소속팀인 키움 히어로즈와 대화를 나눴다. 선수가 먼저 팔을 걷어붙였지만 아직 별다른 진척은 없는 걸로 알려졌다. 구단은 일단 조심스럽게 귀를 연 채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지영은 지난 2020시즌을 앞두고 키움과 3년 최대 18억 원에 달하는 FA 계약을 맺었다. 그 뒤 올겨울 다시 한번 FA 자격을 얻은 이지영은 정중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운신의 폭이 그리 크지는 않다.
지난해 부상 및 부진 겹친 이지영, 시즌 종료 후 FA 신청
1986년생인 이지영은 프로 데뷔 17년차를 맞았다. 서화초-신흥중-제물포고-경성대를 거쳐 육성선수로 2008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하며 프로 커리어를 열었다. 그 뒤 통산 1,270경기에 출전해 942안타 16홈런 타율 0.280, 출루율 0.321, 장타율 0.333을 기록했다. 또한 선수 생활 내내 안정적인 수비 능력으로 이름을 떨친 바 있다.
이지영이 키움에 합류한 건 지난 2018년 12월부터다. 당시 삼성, 넥센(키움의 전신),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삼각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이듬해 맞이한 FA에서는 키움의 손을 잡고 잔류를 택했다. 이지영이 영웅군단 일원이 된 지도 어느덧 5년이 넘었다. 2년 전에는 정규시즌 113안타에 이어 포스트시즌(14경기 타율 0.347)에서도 맹활약해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그렇게 맞이한 2023년, 시작은 좋았다. 개막 전 3월에 열린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며 국가대표 승선의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부침이 시작됐다. 시즌 도중 목 부상 악재가 있었고, 타격 부진마저 찾아온 것. 이지영의 지난해는 81경기 54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586에 그치는 등 아쉬움이 많았다.
또한 키움이 2004년생 고졸 신인 포수 김동헌의 출전 시간을 늘리면서 이지영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있다. 김동헌은 2023시즌 1군에서만 102경기를 소화하면서 차세대 KBO리그 대표 포수 유망주로 우뚝 섰다.
이에 시즌 종료 후 이지영은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두 번째로 맞이한 FA 권리를 행사하며 시장에 나온 것이다. 비록 지난해 부진이 있었지만, 선수 측은 몸 상태 및 기량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또 이와 관련해 키움 관계자는 “FA 신청 전에 선수와 면담을 했는데, 시장 평가를 한번 알아보고 싶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대화 물꼬 튼 이지영-키움, 여러 가능성 점쳐진다
이지영은 이번 FA 시장에서 김민식과 함께 유이한 포수 자원이기도 하다. 다만 두 선수 모두 현재까지는 상황이 제법 녹록하지 않다. 올겨울 19명이 FA를 신청했고, 그중 7명이 8일 기준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이는 이지영과 김민식에게도 해당하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지영은 지난해 부상과 부진이 겹친 데다가 FA 이적 시 보상 선수 및 보상금이 필요한 B등급을 책정받았다. 키움이 아닌 다른 팀이 이지영을 영입하려면 보호선수 25인 외 보상선수, 그리고 전년도 연봉 100%(5억 원) 혹은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 200%(10억 원)를 내줘야 한다는 뜻이다. 38세 베테랑 선수에게 선뜻 투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다.
해가 바뀌고 답보 상태가 계속됐다. 어느덧 2024시즌 KBO리그 개막까지 75일여가 남은 시점이다. 구단들은 조만간 스프링캠프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지영이 구단에 연락을 먼저 취한 까닭이다. 취재에 따르면, 선수 측은 최근 키움과 접촉해 다양한 가능성을 논의했다. 만일 잔류가 여의찮다면, 키움 구단의 양해를 받아 다소 완화된 조건으로 타팀에 이적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보상 규정보다 작은 반대급부가 발생하는 사인앤드트레이드 방식이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에는 키움의 ‘대승적인 결정’이 필요하다. 선수가 FA를 택해 시장에 나온 가운데, 구단에 양보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한편 키움은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이미 몇 차례 선례가 있었기에 더 조심스러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지영 측은 “구단과 계속 소통하면서 타협안을 찾아갈 것”이라고 했다. 쉽지는 않지만, 이제야 대화의 물꼬가 트였기에 결과를 속단하기 이르다.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