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샐캡 시대’ 파급효과…“시간이 더 필요해” 두산과 집토끼 홍건희 [춘추 이슈분석]

-내야수 양석환 잔류-외인 구성 마친 두산, 남은 과제는 두 가지 -두산 “비FA 연봉협상 순조롭다…홍건희 FA, 조율 시간 더 필요” -매력적인 강속구 불펜 자원 홍건희, FA A등급 여파로 운신 폭 좁다 -샐러리캡 특수성,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는 홍건희 협상에도 영향

2024-01-11     김종원 기자
두산 내부 FA 우완 불펜 홍건희(사진=두산)

[스포츠춘추]

에이전시를 바꾼 뒤 새해 첫 만남에도 입장차는 명확했다. 두산 베어스와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를 맞이한 강속구 우완 불펜 홍건희의 협상 얘기다.

올해로 32세를 맞이하는 홍건희는 150km/h가 넘어가는 강속구에 연평균 60경기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필승조 자원이다. 여러모로 매력적인 자원이지만,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FA 등급제 및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 여파로 상황이 제법 녹록지 않다.

두산은 외국인 선수 구성도 12월 중순에 마쳤고, 비FA 선수 연봉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올겨울 스토브리그, 두산의 온 시선이 ‘집토끼’ 홍건희를 향해 쏠리는 까닭이다. 11월, 그리고 1월 초까지 두 차례 만남을 이어간 양측은 조만간 다시 한번 협상 테이블을 연다.


‘매력적인’ 불펜 자원 홍건희, 운신의 폭 왜 좁나?

홍건희는 2020년 6월 두산에 합류해 지난 4시즌 동안 필승조로 활약 중이다(사진=두산)

홍건희는 1992년생으로 화순초-화순중-화순고를 거쳐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향팀인 KIA 타이거즈의 선택(2라운드 9순위)을 받았다. 2024시즌부터는 프로 데뷔 14년차에 해당한다. 두산에 합류한 건 4년 전으로 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내야수 류지혁(현 삼성)과 유니폼을 바꿔 입고 곰 군단 일원이 됐다.

그 뒤 두산에서 4시즌을 필승조로 활약하며 237경기 동안 254.2이닝을 던져 12승 24패 39홀드 44세이브 평균자책 3.46을 기록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구원 등판·이닝, 세이브 모두 두산 불펜진 가운데 으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홍건희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쌓아 올린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6.04로 같은 기간 팀 내 불펜 1위다.

지난해 전반기에도 36경기에 등판해 20세이브 평균자책 2.31 맹활약을 펼치면서 팀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다만 후반기부터는 여러 부침 등을 겪었고, 28경기 평균자책 4.05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온 홍건희는 원소속팀인 두산과 두 차례 만남을 가졌다. 새해를 맞은 이후로는 에이전시를 교체하고 1월 초에 다시 새롭게 조건을 주고받았다.

두산 관계자는 “대리인 교체 이후 첫 만남에서도 금액적인 부분이라든지 서로의 입장을 주고받았다. 아직은 간극이 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 관계자는 “비FA인 선수들과 연봉협상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이제 홍건희와의 협상을 잘 매조지하는 게 남은 과제일 듯싶다”고 덧붙였다. 취재 결과 ‘4년 계약’이라는 대전제에는 서로 이견이 없다. 하지만 총액 관련해서 입장을 좁혀가는 단계로 풀이된다. 선수 측은 30억 대를 원한 반면에 구단은 20억 대 중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건희는 이번 FA 시장에서 A등급(팀 내 연봉 순위 3위 이하, 전체 연봉 순위 30위 이하)을 받았다. 만일 A등급 선수를 타 팀에서 영입하려면, 기존 소속팀에 내어줘야 할 반대급부가 크다. 보상으로 보호선수 명단 20인 외 보상선수 1명과 함께 전년도 연봉 200%를 지급하거나, 보상 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 300%를 줘야 한다. 이 때문에 홍건희는 올겨울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대샐캡 시대’ 특수성, FA 협상 장기전 흐름에 영향 준다

두산 필승조로 활약 중인 우완 불펜 홍건희가 생애 첫 FA를 맞았다(사진=두산)

여기에 더해 KBO리그 팀들이 지갑을 여는 데 망설임을 보이는 건 샐러리캡의 영향도 있다. 특히 두산은 현시점 KBO리그에서 샐러리캡이 꽤 타이트한 팀 가운데 하나다.

“올해 스토브리그는 참 특이하다. 많은 팀이 꽉 찬 샐러리캡으로 신경 쓸 게 많아졌다. 이제부터는 협상이 오래 지속될수록 FA 선수들이 유리한 그림을 만들기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다.”

취재에 응한 한 야구계 관계자가 올겨울을 지켜보면서 들려준 감상이다. 또한 이 관계자는 샐러리캡의 ‘특수성’이 리그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리그 전력 상향 평준화 및 지속 발전을 위해 2023년부터 샐러리캡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참고로 상한선은 2021, 2022년 외국인·신인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소속 선수 중 연봉(연봉, 옵션 실지급액, FA 연평균 계약금 포함) 상위 40명의 금액을 합산한 구단의 연평균 금액의 120%다. 해당 샐러리캡은 2025년까지 3년간 유효하다.

만일 초과 계약이 발생할 시, 1회 초과 구단은 초과분의 절반을 제재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2회 연속 초과할 시 제재금은 초과분의 100% 금액이 된다. 또한 다음 연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3년 연속 위반은 초과분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납부해야 하며, 마찬가지로 이듬해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KBO가 지난 연말에 발표한 ‘2023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의 합계 금액’에서는 10팀 모두 샐리러캡 상한액을 초과하지 않았다. 다만 두산은 111억 8,175만 원으로 KBO리그에서 가장 높은 합계 금액을 기록한 바 있다. 내년부터는 내야수 양석환의 계약도 추가된다. 앞서 양석환은 4(+2)년 최대 78억 원 FA 계약을 맺고 두산에 잔류했다. 두산의 샐러리캡 사정은 더 타이트해질 전망이다.

다음 달이면 스프링캠프가 시작된다. 본격적인 시즌 준비로 분주해질 때다. 그간 팀 뒷문을 책임진 홍건희는 2년차를 맞은 이승엽호에 그 누구보다 필요한 선수임이 분명한 상황. 두산 역시 그걸 알기에 계속해서 홍건희 측과 만나 조율에 힘쓸 예정이다. 장기전 흐름에 놓인 홍건희의 FA에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