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중계권 새 시대 임박…KBO는 티빙의 ‘메시’가 되어줄 수 있을까 [춘추 이슈분석]

-국내 OTT 티빙, KBO리그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에 뛰어들었다 -티빙, KBO 유무선 중계권사업 경쟁 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OTT의 스포츠 중계는 세계적인 추세…지난해 메시&MLS-애플TV -온라인 중계 유료화 가능성 두고 엇갈린 시선, 극복 과제 뚜렷

2024-01-12     김종원 기자
KBO는 티빙의 ‘리오넬 메시’가 되어줄 수 있을까(사진=애플 TV SNS)

[스포츠춘추]

세계적인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는 지난해 이적을 택하면서 20년 넘게 이어오던 유럽 생활을 마쳤다. ‘축구의 신’의 행선지는 여느 슈퍼스타들과 달랐다. 중동이 아닌 미국프로축구(MLS)를 택했다. 메시는 인터 마이애미 소속으로 2월부터 두 번째 MLS 시즌을 맞이한다.

메시의 MLS 이적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의 영향도 있었다. OTT 후발주자인 애플은 2023년 6월 MLS 스트리밍 독점 중계권을 손에 넣었다. 향후 10년간 애플TV는 리그 경기 생중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제작, 그 외 리그 관련 각종 컨텐츠 등을 제공한다. 그 가운데 구독(시즌 패스권)을 통한 수익 일부는 메시에게 돌아간다.

메시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린다. 덕분에 웃는 건 애플이다. 美 경제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TV 구독이 메시 데뷔 경기를 앞둔 전날에만 11만 명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새해를 맞은 한국에선 국내 OTT인 티빙이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티빙의 모기업인 CJ ENM이 한국야구위원회(KBO)리그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에 참여한 것. 앞서 언급된 애플TV를 벤치마킹한 것일까. 실제로 그랬는지 알 길이 없지만, 애플은 좋은 교보재가 될 전망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스포츠 중계, 세계적인 추세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사진=CJ ENM)

CJ ENM(티빙)은 1월 8일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사업 경쟁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24년부터 KBO리그 온라인 및 모바일 중계를 티빙을 통해 즐길 가능성이 커졌다.

티빙이 최종 사업자가 되면 2024~2026년까지 3년 동안 KBO리그 경기 및 주요 행사의 국내 온라인 생중계, 하이라이트, VOD 스트리밍 권리 및 재판매할 수 있는 사업 권리를 보유한다. KBO는 “(CJ ENM 측과) 세부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협상 최종 완료 후에 계약 규모 및 주요 사항 등을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OTT에서 스포츠 온라인 중계권에 관심을 두는 건 국내, 외가 다르지 않다. 국내에선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 등이 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스포티비 나우에서 방영한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활약 중인 독일 분데스리가는 2024-25시즌부터 쿠팡플레이가 중계할 예정이다.

옆 나라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 기업 퍼폼의 OTT인 다즌(DAZN)은 일본프로축구 J리그의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해 2024년까지 8년째 동행이다.  2023년 초엔 새 계약을 맺으며 2033년까지 이어지는 10년 장기 계약에 합의했다.

앞서 언급된 애플TV는 메시의 MLS 합류로 함박웃음 지었다. 美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애플 CEO 팀 쿡은 2023년 8월 분기별 실적 보고 당시 축구 팬들이 구독자로 유입된 것에 크게 만족하면서 ‘메시 효과’를 언급했다. 국외 매체에선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스포츠 중계 사업을 고려 중’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티빙은 ‘킬러 컨텐츠’ 확보가 필요하다. 국내 OTT 점유 1위인 넷플릭스부터 신흥강자 쿠팡플레이까지, 업계 경쟁이 치열하다. 티빙은 이에 맞서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2023년부터 웨이브와 합병 협상에 나서는 등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했다. KBO리그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 입찰에 뛰어든 것 역시 그 일환이다.


‘OTT’ 티빙의 뉴미디어 중계 진입 두고 엇갈린 시선, 왜?

KBO리그 경기가 열리고 있는 인천 SSG 랜더스필드(사진=SSG)

티빙이 이번 입찰 과정에서 과감하게 큰 금액을 베팅한 이유는 KBO리그가 그만큼 매력적인 카드이기 때문. 시즌 중 KBO리그는 보통 월요일을 제외하고 주 6일간 10팀이 경기를 펼친다. 하루가 멀다시피 파생되는 컨텐츠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또 KBO리그는 자타공인 한국 프로스포츠 최고 인기를 자랑한다. 2023시즌(810만 326명)만 해도 2017시즌(840만 688명), 2016시즌(833만 9,577명)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 많았다. 뉴미디어 중계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지난해 KBO리그의 경기당 최고 동시 접속자 평균이 6만 1,000명으로 전년 대비 12.6% 증가했고, 누적 재생(약 61만회)의 경우에는 평균 27.5%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편 기존 사업자인 네이버 컨소시엄(네이버·SK텔레콤·LG유플러스·아프리카TV)을 포함해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스포티비 나우), (주)씨제이이엔엠(CJ ENM)까지 총 3개 업체가 이번 입찰 과정에 참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온라인 중계 유료화가 도입될 시, 보편적 시청권이 침해될 수 있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올 것이 왔다”며 프로스포츠 산업 활성화의 ‘과도기’로 점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간 프로야구를 즐기던 방식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닌가. 그래서 유료화 모델 관련해서는 팬들의 반발이 당연히 나올 법하다. KBO 사무국이나 티빙 측 모두 고민이 참 많을 것이다.”

11일 오후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한국교통대 스포츠산업학과 구강본 교수의 말이다.

이어 구 교수는 “모바일 시청이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된 스포츠 경기 중계가 유료화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그런 진입과 시도들이 많아질수록 스포츠 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동시에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KBO리그를 향한 팬들의 폭발적인 인기가 유료 전환 시에도 과연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앞으로 그런 과제들을 풀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티빙은 살얼음판인 국내 OTT 업계에서 도약을 노린다. 그 발판은 단연 프로야구 중계권이 될 전망이다. 허구연 총재 2기에 맞춰 뉴미디어 중계권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KBO가 티빙의 ‘메시’가 되어줄 수 있을지 많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