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자’ 김민식, 플랜 B 필요한데…SSG 말고는 갈 곳이 마땅찮다 [춘추 이슈분석]
FA 포수 김민식이 막다른 코너에 몰렸다. 원소속팀 SSG 랜더스와 협상에 난항을 빚는 사이, 베테랑 이지영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합류하면서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졌다.
[스포츠춘추]
‘우승 포수’ FA(프리에이전트) 김민식이 일생일대 위기에 봉착했다. 원소속팀 SSG 랜더스가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베테랑 포수 이지영을 영입하면서 운신의 폭이 매우 줄어들었다. 믿었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김민식이 솟아날 구멍을 찾을 수 있을까.
SSG는 1월 12일 “키움 히어로즈에서 현금 2억 5,000만 원과 2025년 3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받는 조건으로 포수 이지영을 영입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지영은 먼저 키움과 계약기간 2년 총액 4억 원(연봉 3억 5,000만 원, 옵션 5,000만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뒤, 트레이드를 통해 SSG로 이적했다.
이지영은 통산 1,270경기에 출전한 베테랑 포수다. 평균 이상의 공격력에 준수한 수비력, 풍부한 경험까지 겸비한 안방마님으로 지난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조형우 등 젊은 포수 유망주가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포수가 필요한 SSG 상황에 딱 맞는 조각으로 볼 수 있다.
이지영도 ‘스포츠춘추’와 통화에서 “내 역할은 SSG가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솔선수범하면서 후배 선수들을 도와 팀 우승에 기여하는 것만 생각하겠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지영의 합류로 기존 주전포수 김민식의 입지가 크게 위태로워졌다. 올겨울 C등급 FA로 시장에 나온 김민식은 원소속팀 SSG와 단독 협상을 이어왔다. 아무리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운 SSG라도 144경기 한 시즌을 어린 포수들로만 치를 수는 없다는 점에서 김민식이 필요할 것으로 점쳐졌고 실제 SSG도 김민식과 계약할 의사는 있었다. 다만 선수 측이 원하는 조건과 구단이 평가한 가치의 차이가 컸고, 여러 차례 협상에도 좀처럼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SSG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조건은 최대 4년에 20억 원 미만 수준이었다. 이를 받은 선수 측에선 보장금액을 좀 더 올린 계약조건을 역제안했다. 계속된 줄다리기에 SSG는 자체적으로 김민식의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고, 키움과 미계약 상태였던 이지영 쪽으로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허를 찔린 김민식 측은 “12일 당일에도 구단 실무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협상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뉴스로 이지영 영입 소식을 접했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미 테이블은 엎질러진 뒤였다. 분명한 건 이제는 선수가 코너에 몰리게 됐다는 점이다.
SSG 외에 다른 구단이 김민식 영입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재 10개 구단 가운데 주전급 베테랑 포수가 없는 팀은 이지영이 떠난 키움 히어로즈 정도. 그러나 키움은 유망주 김동헌과 김시앙의 경쟁 체제로 포수진을 꾸려갈 참이다. 경험 많은 백업 김재현도 있어 포수가 급하지 않다는 입장. 키움 고형욱 단장은 “김민식 영입엔 관심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최재훈 외에 주전급 포수가 없었던 한화 이글스는 베테랑 이재원을 영입해 포수진에 경험을 더했다. KIA 타이거즈 역시 김태군과 다년계약을 맺은 가운데 한승택, 주효상, 한준수 등과 신인 포수 이상준까지 포수진이 풍성하다.
NC 다이노스엔 FA로 영입한 박세혁과 ‘국가대표’ 김형준이 있다. KT 위즈도 주전포수 장성우와 김준태, 강현우 등이 포수진을 구성한다. 롯데 자이언츠엔 FA 유강남과 유망주 손성빈, 그 외 정보근과 지시완 등이 있다. 삼성 라이온즈도 강민호를 필두로 김재성, 김도환, 이병헌 등 유망주가 있다.
야구계에선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LG 트윈스는 이미 주전포수 박동원이 있고, 차세대 거포 김범석도 키워야 한다. 두산 베어스도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김기연에게 1군 출전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게다가 두 팀 다 샐러리캡 고민을 안고 있어 백업 포수에게 거액을 투자하긴 어렵다. 취재 결과 주말 동안 LG, 두산과 김민식 사이엔 별다른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지는 SSG 잔류다. SSG 구단 관계자는 “이지영 영입이 김민식과 완전한 협상 결렬을 뜻하진 않는다”면서도 “기존 구단이 제시했던 조건으로 다시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상황이 달라졌음을 시사했다. 계약기간은 물론 총액까지 많이 줄어든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물론 어차피 필요한 선수라면 서로 기분좋게 계약하는 편이 낫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가혹한 조정안을 제시하진 않을 거란 예상도 나온다. 어느 쪽이든 부푼 꿈을 안고 시장에 나왔던 김민식으로선 원하지 않았던 시나리오인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