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2루 거리, 11cm 줄었어요” 베이스 크기 확대, 육상부 야구는 ‘날개’를 단다 [춘추 이슈분석]

-ABS·베이스 크기↑·수비 시프트 제한…새 규정 도입 앞둔 KBO리그 -MLB와 동일한 변화, 베이스 15인치(38.1cm)→18인치(45.72cm) -조재영 KIA 주루코치의 전망 “손바닥 하나 차이지만, 큰 변화 있을 것” -야구계의 시선…“최근 상승 중인 베이스러닝의 가치, 올해 더 기대돼”

2024-01-17     김종원 기자
메이저리그(MLB)는 2023년 베이스 크기를 확대했고, KBO리그도 2024년부터 동일 규정을 도입한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츠춘추]

KBO리그가 2024년을 ‘대격변’과 함께 맞이한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월 11일 ‘2024년 제1차 이사회’을 열어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 베이스 크기 확대, 수비 시프트 제한 등 주요 제도의 올 시즌 도입을 확정했다. 가장 화제를 모았던 피치 클락은 전반기에 시범운영된 뒤 후반기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이 가운데 베이스 크기 확대는 KBO리그·퓨처스리그에 전반기부터 동시 적용된다. 앞서 변화를 택한 메이저리그(MLB)의 기준과 동일하며 기존 15인치(38.1cm)에서 18인치(45.72cm)로 커진다. 각 구장엔 2월 중으로 새 베이스가 설치될 계획이다. KBO는 규정 변화와 관련해 “(커진 베이스를 통해) 향후 리그에서 선수 부상 발생 감소, 도루 시도 증대 등을 예상한다”며 기대되는 바를 밝혔다.


손바닥 하나… 그 차이로 아웃, 세이프가 갈린다

조재영 KIA 1군 주루코치(사진=KIA)

“성인 남성 손바닥 정도죠. 주자는 그 차이만으로 죽느냐, 사느냐가 갈립니다.”

16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조재영 KIA 타이거즈 1군 주루코치의 말이다.

KIA는 현시점 KBO리그를 대표하는 ‘육상부’ 팀이다. 2022년 조재영 코치가 부임한 뒤, 그 2년 사이 많은 것이 변했다. 무엇보다, 2023년은 백미였다. KIA 선수들은 리그 정상급 베이스러닝을 뽐내며 경기장을 마음껏 누볐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KIA의 지난해 팀 RAA도루(평균 대비 도루 득점 기여)는 5.97로 리그 1위에 해당한다. RAA주루(주루 관련 평균 대비 득점 생산) 또한 4.14로 리그 2위다. 두 지표에서 모두 음수(-0.54, -13.12)를 기록했던 2021년을 떠올리면 하늘과 땅 차이다.

호랑이 군단의 발야구는 2024년에도 계속된다. 근거는 철저한 준비에 있다. KIA는 지난해 시즌 종료 후 11월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를 통해 새 규정들을 이미 테스트했다. 시범 운영을 앞둔 피치 클락은 물론이고, 커진 베이스에도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도록 대비한 것. 이때를 기억한 조 코치는 “바뀐 기준대로 실제로 재봤더니, 1루에서 2루까지 거리가 11cm 정도 줄어든다”“주루와 수비에 큰 변화를 예상한다. 손바닥 하나 차이지만, 지난해 기준 아슬아슬한 아웃 장면이 이젠 세이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산은 정확했다. 베이스 크기 확대로 1·3루와 2루간 거리는 11.43cm 줄었다. 2023년 베이스 크기 확대 규정으로 진행한 MLB에선 전년 대비 1,017개(2,486→3,503)나 도루가 늘었다. 그 앞 2021년, 2022년 사이의 도루 숫자 변화가 273개(2,213→2,486)인 걸 고려하면, 상당히 대조적인 결과다. 이뿐만이 아니다. 베이스가 커지면서 2023년 MLB 전체 도루 성공률(75.4→80.2)도 증가했다.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새 규정을 향해 “투·포수, 그리고 더그아웃까지 머리가 복잡해지는 규정”이라면서 “그중 가장 피부로 와닿는 건 아무래도 벤치에 있는 코치진 아닐까. 비디오 판독이 처음 생겼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 프로 구단들은 수비 훈련을 통해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는 데 집중했다. 야수들이 여유롭게 수비하는 모습은 전보다 줄어들 듯싶다”고 했다.

“베이스 사이 거리가 짧아지고, 태그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졌어요. 벤치에선 더 많이 뛰게 하고, 수비 시엔 상대 팀의 작전 의식도 당연히 많이 할 겁니다.” 조재영 코치 역시 더그아웃 대응이 더 타이트해질 것을 주목했다.

“MLB 기록을 살펴봤는데, 도루 시도와 도루 성공률 둘 다 전년보다 올랐다. 같은 길을 따라가기로 한 KBO리그 역시 ‘뛰는 야구’의 가치가 더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조 코치는 “수비를 조금만 어설프게 하면 주자를 살려 보낼 가능성이 커진다. 많은 팀이 예년보다 더 과감하게 뛰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3년부터 활기 찾은 ‘뛰는 야구’, 베이스 크기 확대는 호재

10개 구단-144경기 체제 도입 후 KBO리그 도루 관련 기록(표=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한편 일각에선 “뛰는 야구는 2023년을 기점으로 KBO리그 트렌드로 이미 올라섰다”는 목소릴 내기도 한다.

실제로 그해 정규시즌 기록을 보면 일정 부분 고갤 끄덕이게 되는 대목이다. 2023년 KBO리그에선 도루 시도가 1,437차례 있었고, 성공률이 72.4%에 달한다. 10개 구단-144경기 체제가 도입된 2015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다. 시도 자체 역시 2015,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별도의 규정 변화 없이 이뤄진 변화이기에 의미가 크다. 조재영 KIA 주루코치는 “야구엔 정답이 없듯이 트렌드는 항상 돌고 돈다”면서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면 베이스러닝의 가치가 상당히 낮지 않았나.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은 해마다 빨라졌고, 타자는 베이스가 아닌 타석에 좀 더 집중하는 추세였다”고 했다.

이어 조 코치는 “하지만 그런 인식이 리그 전반적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가령 우리 팀의 경우엔 타격이 워낙 훌륭한데, 그 바탕에 좋은 주루까지 더해지면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여기서 베이스 크기까지 커진다. 야구계가 새 규정 도입을 통해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기대하는 까닭이다. 다만 조 코치는 “경계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냉정함을 유지했다. 더 자세한 설명을 묻자, “단지 맹목적으로 뛰어선 팀에 마이너스가 된다. 효율적인 베이스러닝을 위해선 상황에 맞는 디테일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규정이 변하는 만큼 선수들과 함께 연구해야 할 듯싶다”고 답했다.

“도루는 결국 득점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에요. 또 단타에도 좋은 주루가 있으면 홈을 밟는 데 큰 보탬이 됩니다. 가령 1루에서 3루까지 가는 걸 한 베이스 더 갈 수 있다면 점수가 더 나겠죠. 그런 걸 계속 신경 쓰려고 합니다.” 조 코치의 설명이다.

어느덧 시즌 개막까지 두 달 남짓 남았다. 그렇기에 스프링캠프는 귀중한 시간이다. KIA는 2월 1일부터 호주 캔버라로 이동한다. “시행착오를 줄일 기회”라고 힘줘 말한 조 코치는 이때를 허투루 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이는 다른 9개 구단도 마찬가지로 해당하는 얘기다.

KBO리그는 로봇심판, 베이스 크기 확대, 수비 시프트 제한 등 올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특히 2023년 활기를 찾은 ‘뛰는 야구’가 더 큰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더 커진 베이스와 함께 달라질 KBO리그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