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주 수술-필승 4인조 동반이탈 위기? LG는 작년에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 [춘추 집중분석]
고우석의 미국 진출, 이정용의 입대, 정우영의 부상, 함덕주의 수술까지. 지난해 필승조 멤버 4인이 한꺼번에 이탈한 LG는 어떻게 불펜을 운영할까.
[스포츠춘추]
왕좌에 오르는 것만큼 어려운 게 왕좌를 지키는 일이다. 올 시즌 2연패로 왕조 건설을 꿈꾸는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작년 통합 우승을 이끈 불펜 필승조 4명이 한꺼번에 사라진 가운데, 염경엽 감독이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LG는 1월 16일 오후 좌완 불펜투수 함덕주의 수술 소식을 전했다. 함덕주는 좌측 팔꿈치 주두골 미세골절로 이날 좌측 주관절 핀고정수술을 받았다. 6개월가량 재활 기간을 거친 뒤 6, 7월경에 복귀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8월에도 팔꿈치 부상으로 한 차례 전력에서 이탈했던 함덕주다. 한국시리즈에 맞춰 돌아와 호투를 펼쳤지만, 팔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구단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FA(프리에이전트) 계약 총액 38억 원 가운데 18억 원을 인센티브로 설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LG는 함덕주와 계약한 뒤 메디컬 테스트 과정에서 이 부분을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재활을 염두에 두고 3주 정도 기다렸지만, ‘깨끗한’ 팔로 남은 계약기간을 건강하게 보내려면 수술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구단의 권유로 수술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함덕주 하나만이 아니다. 앞서 LG는 마무리 고우석이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2+1년 최대 940만 달러)을 맺었다. 고우석은 지난 5시즌 동안 138세이브를 책임진 LG의 간판 마무리 투수다.
여기에 한국시리즈의 영웅 이정용이 상무에 입대했고, 사이드암 불펜 정우영도 뼛조각 골극 제거 수술로 3~4개월간 자리를 비우게 됐다. 작년 팀 내 구원 WAR 1위(함덕주 2.63승)와 팀 내 세이브 1위(고우석), 최다등판 3위(정우영 60경기)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셈. 지난해 평균자책 1위(3.41), WAR 1위(11.53승) 최강 불펜의 힘으로 우승까지 차지했던 LG로선 비상이다.
그러나 필승조 집단 이탈이란 대형 악재에도 염경엽 감독의 반응은 덤덤했다. 사실 고우석, 정우영, 이정용의 동반 부진은 지난 시즌 초반에도 겪었던 일이다. 당시 염 감독은 주축 필승조 3명의 부진이란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만났지만 신인 박명근, 유영찬 등을 과감하게 기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시절인 2016년엔 강정호-박병호의 미국 진출과 유한준-손승락의 이적, 조상우-한현희의 수술로 WAR 30승이 사라진 가운데서도 팀을 가을 야구로 이끈 경험이 있는 염 감독이다.
이번엔 3명이 아니라 함덕주까지 4명이 자릴 비우게 됐지만, 기본적인 솔루션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염 감독은 “오히려 시즌 전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프링캠프 전에 문제가 드러나면 대비책을 세울 시간이 있다. 하지만 시즌 시작한 뒤에 여기저기 구멍이 생기면 대처하기가 정말 힘들다”고 덧붙였다.
염 감독은 한때 유망주였던 젊은 투수 5명에 주목했다. 염 감독이 지목한 투수는 이상영과 김유영, 윤호솔, 성동현, 그리고 김대현이다. 이상영은 차세대 선발감으로 기대를 모았던 장신 좌완투수. 김유영은 롯데 시절인 2022년 68경기 13홀드로 핵심 불펜 역할을 했고 역시 유망주 출신인 윤호솔-성동현-김대현도 150km/h에 가까운 빠른 볼을 던진다.
염 감독은 “그 5명 가운데 한두 명이라도 만들어지면 성공”이라며 “스프링캠프를 통해 찾아야 한다. 시즌 초반에 조금 어렵더라도 그 선수들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키운 선수들로 초반을 잘 버티면 나중에 정우영, 함덕주가 복귀했을 때 불펜이 더 탄탄해질 거란 기대도 있다.
LG엔 주축 4인조 외에도 ‘다른 팀에 가면 필승조감’인 투수가 많다. 지난해 큰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우완 백승현, 유영찬은 올해 LG 뒷문을 책임질 유력 후보로 꼽힌다. 우완 이지강과 좌완 이우찬도 어느 팀에 가든 제 몫을 할 투수. 지난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노장 김진성도 이른 새벽부터 야구장에 나올 정도로 열심이다. 주축 투수 4명의 이탈에도 여전히 LG 불펜에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보는 이유다.
염경엽 감독이 믿는 또 하나는 선발투수진의 분발이다. 지난해 LG는 다소 약한 선발진을 막강한 불펜의 힘으로 만회했다. 올해는 반대로 선발의 힘이 불펜 쪽에 생긴 문제를 지워버릴 수도 있다. 디트리히 엔스라는 특급 외국인 투수가 합류했고, 최원태도 최소한 작년보단 나은 시즌을 보낼 것이다. FA 첫해를 맞이한 임찬규의 활약과 ‘가을사나이’ 김윤식의 성장도 지켜볼 대목이다.
지난 시즌 초반 LG는 불펜 부진 외에도 오지환의 부상, 서건창의 부진, 케이시 켈리와 선발진의 난조까지 온갖 악재를 이겨내고 우승을 이뤘다. 야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염 감독은 “야구엔 항상 변수가 있다. 예상 못한 상황이 언제든 생기는 게 야구”라며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비하겠다”고 다짐하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