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FA ‘최대어’ 고영표, 다년 계약-1년 계약 투트랙 협상중 [춘추 이슈분석]

-KT 잠수함 에이스 고영표, 올 시즌 종료 후 FA 자격 얻는다 -2025년 FA ‘최대어’로 평가받고 있는 고영표 향해 이목 집중 -제대 후 최근 3시즌 KBO리그 정상급 활약, ‘기록’이 말해준다 -올겨울 연봉협상 중인 KT, 고영표와 비FA 다년계약도 동시 추진

2024-01-19     김종원 기자
KT 잠수함 에이스 고영표는 2024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는다(사진=KT)

[스포츠춘추]

KT 위즈는 2024년 시즌을 마친 뒤 창단 멤버 셋이 FA(자유계약선수)를 맞이한다. 선발 듀오 고영표·엄상백, 그리고 7월 중으로 군에서 제대하는 내야수 심우준(상무)이 2025년 F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가운데 KT를 넘어 전체 시장에서 예비 FA ‘최대어’로 분류되는 선수가 있다. 다소 이른 시점에도 벌써부터 야구팬들의 이목이 쏠린다. 바로 우완 언더핸드 고영표 얘기다.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 투수 고영표, ‘기록’이 말해준다

고영표가 그간 펼친 활약에 ‘엄지를 올리지 않을’ 사람은 없다(사진=KT)

1991년생 고영표는 올해로 프로 11년차를 맞는다.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10순위 지명을 통해 KT의 창단 멤버가 됐다. 통산 7시즌을 활약하며 231경기 동안 920.2이닝을 던져 55승 50패 평균자책 3.97을 기록 중이다. 2020 도쿄 올림픽, 2023 제5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등 야구대표팀에서도 활약하며 ‘국대’ 잠수함으로 통한다.

고영표의 커리어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21년부터 본궤도에 올랐다. 이후 3년 연속으로 규정이닝(144) 돌파·두 자릿수 승리·퀄리티스타트(QS) 20회 이상 등에 성공했다. 직전 3시즌을 놓고 보면, KBO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발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서도 고갤 끄덕이는 대목이다. 고영표의 2021~2023년 누적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15.87이다. 이는 2위 키움 안우진(15.57), 3위 전 삼성 데이비드 뷰캐넌(13.45)을 넘어 해당 기간 리그 투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그간 장점으로 손꼽혀 온 이닝 소화, 제구 능력 등은 2023년에 더 활짝 만개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특히 시즌 초부터 최하위로 부진했던 KT가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도달한 건 1년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친 고영표의 헌신이 컸다. 평균 6.44이닝을 소화하면서 9이닝당 볼넷은 0.98개에 달한 것.

구석구석을 찌르는 핀포인트 제구에 결정구인 체인지업을 더하면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는 그야말로 ‘귀신에 홀린 듯’ 헛돌았다. 참고로 고영표의 지난해 정규시즌 기록은 28경기에 등판해 174.2이닝을 던져 12승 7패 19볼넷 114탈삼진 평균자책 2.78이다.

고영표는 2025년이면 만 나이로 33세 시즌을 맞이한다. 비교적 많은 나이에 시장 평가를 받게 됐지만, 슈퍼 에이스의 FA 소식은 많은 이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충분하다. 속구 스피드에 크게 의존하는 유형이 아니기에 더 그렇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고영표는 노련함과 완급조절이 빛나는 선수다.

취재 결과, 올겨울 비FA 연봉 협상을 진행 중인 KT는 고영표와 다년계약 또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이다.


연봉 협상 중인 KT, ‘슈퍼 에이스’ 고영표와 비FA 다년계약도 추진

KT 우완 언더핸드 투수 고영표(사진=KT)

KT는 2월 1일부터 부산 기장군으로 1차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그전까지 남은 과제는 집토끼 FA 우완 주권의 잔류, 그리고 비FA 선수들과 2024년 재계약을 완료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KT는 대부분의 재계약 대상자와 연봉 계약을 마쳤다. 고영표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다. 그 테이블 위엔 올 시즌 연봉뿐만 아니라 비FA 다년계약도 논의 대상으로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KBO리그의 올겨울 ‘뜨거운 감자’는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이다. KT는 지금 당장의 큰 부담은 없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023년 12월 말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의 합계 금액’을 발표했고, 총액 100억을 넘기지 않은 KT는 94억 8,300만 원으로 리그 8번째를 기록했다.

많은 팀이 타이트해진 샐러리캡을 고려해 큰돈을 투자할 여력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 경쟁 없는 FA는 결국 원소속팀과의 단독 협상 창구만 남게 된다.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 선수는 달갑지 않다. 잔류와 이적을 떠나 대박 계약 가능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야구계 관계자가 이를 두고 “예년과 비교하면 시장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구단들은 샐러리캡 고민을 선수 가치 평가보다 우선순위로 둔다. 올겨울만 봐도 그렇다”고 말한 까닭이다.

제법 여유가 있는 KT 역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샐러리캡 계산에 들어가야 한다. 2025년 FA부터 팀 핵심 투·타 기둥들이 시장에 줄줄이 나오기 때문이다. 올 시즌만 해도 선발진 기둥 둘(고영표, 엄상백)이 FA를 앞뒀고, 이듬해엔 주전 중견수 배정대가 FA 자격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그중 가장 중요한 전력은 역시 에이스인 고영표다.

KT와 고영표 측은 이러한 상황을 서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서두르지 않고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단은 만일 올겨울 다년 계약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시즌 중에 계속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 선수 측도 시장 상황을 계속 주시할 법하다. FA가 어느덧 1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급할 이유는 없다. 샐러리캡이 KBO리그에 미치는 영향, 향후 제도 수정 및 보완 가능성 등을 면밀하게 살펴볼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고영표는 창단 때부터 함께하며 마법사 군단의 마운드를 늘 든든하게 지킨 이다. 그런 고영표가 KT 창단 이래 구단 최초 비FA 다년계약 역사로 남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