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보는 공? 두려울 게 있나요” 이정후의 최우선 과제는 ‘적응’ [춘추 현장]
김하성의 말처럼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을 메이저리그에서 만나게 될 이정후. 그가 생각하는 빅리그 성공의 키워드는 ‘적응’이다.
[스포츠춘추=인천국제공항]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들을 만나게 될 거야.”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앞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빅리거 선배이자 절친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해준 조언이다.
전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엔 160km/h를 넘어 170km/h에 가까운 공을 던지는 광속구 투수, 야구 게임에나 나올법한 무브먼트의 변화구를 던지는 괴물 투수가 넘쳐난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였던 김하성도 미국 데뷔 첫 시즌엔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국내에선 나름 빠른 공을 잘 치는 타자로 통했지만 미국 투수들의 광속구엔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웠다. 데뷔 시즌 타율 0.202에 8홈런 OPS 0.622에 그쳤다.
2년차에는 한결 발전했다. 홈런 11개를 날렸고 타율 0.251에 OPS 0.708로 좀 더 한국 시절 기록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그리고 지난해, 김하성은 17홈런에 타율 0.260 OPS 0.749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내야수 가운데 상위 클래스에 속하는 성적을 거뒀다. 여기에 빼어난 수비력을 인정받아 데뷔 첫 골드글러브(유틸리티)도 수상했다.
먼저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김하성인 만큼 아끼는 후배 이정후에게 해줄 말이 많았을 거다. 2월 1일 미국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정후에게 이에 관해 묻자, “하성이 형이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들을 보게 될 거다’라고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정후는 “그냥 와서 느껴보라고 했다. 누구 공은 이렇게, 다른 누구의 공은 저렇게 온다는 말보다 ‘그냥 와서 느껴봐’하는 식으로 조언을 해줬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이라고 표현을 하더라”면서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빨리 가서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처음 보는’ 공과 상대하는 게 두렵지는 않을까. 도저히 칠 수 없을 것만 같은 압박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이정후는 “두려울 건 없다. (몸에) 맞추지만 않으면”이라고 너스레를 떤 뒤 “맞으면 아프니까 무서울 것 같지만, 막상 타석에 들어가면 두려운 것보다는 ‘이런 공도 있구나’하고 생각할 것 같다. 또 그 공을 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라고 이정후다운 답을 내놨다.
처음 보는 공이 가득한 빅리그지만, 가장 만나고 싶은 투수로는 이미 ‘상대해본’ 투수를 골랐다. 일본프로야구 최고 투수 출신으로 올겨울 LA 다저스에 입단한 야마모토 요시노부다. 이정후는 “다시 한번 상대해 보고 싶다. 국가대표 경기에서 만났을 때와 리그에서 상대할 때 다른 느낌일지 궁금하다”며 의욕을 보였다.
결국 중요한 건 ‘적응’이다. 아무리 빠르고 강력한 빅리그 투수들의 공이라도 자주 상대하면서 눈에 익히고, 조금씩 적응하며 자신감을 얻다 보면 언젠가 김하성처럼 본연의 실력을 발휘하는 날이 온다. 기왕이면 그 시기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이정후도 “적응을 잘해야 한다”면서 “적응만 잘하면, 거기에 맞춰서 개인적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최우선은 적응”이라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도 이정후의 빠른 적응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이정후는 “밥 멜빈 감독님, 타격코치님, 전력분석 팀장님과 줌 미팅을 진행했다”면서 “적응을 잘하도록 모든 걸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감독님은 내가 한국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 똑같은 성적을 보여줄 거라고 하시더라. 필요한 게 있으면 부담 없이 얘기하라고, 적응을 도울 준비가 돼 있고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이어 이정후는 “빨리 캠프에 가서 준비 잘하고, 기대에 보답해 드려야 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야수조 훈련 시작일인 2월 21일(한국시각)보다 20일 일찍 미국에 가는 이유도 적응을 위해서다. 이정후는 “구단에서 시설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줬다”면서 “좋은 시설에서 훈련하다 보면 몸도 더 빨리 올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이다 보니 시설 적응도 해야 하고 동선도 익혀야 한다. 아직 팀원들도 많이 못 만나본 상태다. 구단에서도 빨리 오면 좋겠다고 해서 지금 이 날짜에 나가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