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야구단 여기 오지마!” 라스베이거스 시장도, 교사노조도 ‘공개 반대’ [춘추 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야구단의 연고지 이전 계획이 암초를 만났다. 라스베이거스 시장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가 하면, 네바다주 교사노조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대가 거세다.
[스포츠춘추]
라스베이거스로 연고지를 옮기려는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야구단 앞에 암초가 나타났다. 시장이 방송을 통해 반대 의사를 드러내는가 하면, 주 교사 노조에선 새 구장 건립 계획을 겨냥한 소송을 제기했다.
ESPN과 디 애슬레틱 등 현지 스포츠 매체는 캐롤린 굿맨 라스베이거스 시장이 2월 6일(한국시각) 팟캐스트 ‘프론트 오피스 스포츠 투데이’에 출연해 한 발언을 소개했다.
이 방송에서 굿맨 시장은 라스베이거스에 15억 달러 규모의 경기장을 세우려는 애슬레틱스의 계획에 대해 “A’s 구단주가 원점으로 돌아가 오클랜드에 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애슬레틱스 구단의 라스베이거스 이전 계획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굿맨 시장은 “오클랜드에는 야구팬층이 있다”면서 “우리에겐 이미 (NFL 팀) 레이더스가 있다. 도시마다 스포츠 정신을 가져야 한다. 오클랜드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보면 다들 야구팀을 유지하고 싶어하더라. 그들도 팀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A’s 구단은 기존 연고지 오클랜드시와 신축구장 건설 협상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자 라스베이거스 연고 이전을 결정했다.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의 리조트 부지에 15억 달러를 들여 개폐식 지붕을 갖춘 경기장을 신축하는 계획이다. 새 구장은 이르면 2028년에 완공될 전망이며, 팀이 그 이전에 어디서 경기를 치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존 홈구장 오클랜드 콜로세움의 사용권 계약은 올 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이와 관련해 굿맨 시장은 A’s 구단이 오클랜드시가 제안한 구장 부지를 거부하고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 있는 트로피카나 부지를 선택했다며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새 야구장으로 인해 스트립의 교통 혼잡이 더 심해질까 봐 걱정된다는 말도 했다. 스트립 부지가 자신이 제안했던 라스베이거스 북쪽의 부지보다 매력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펼쳤다.
“A’s는 오클랜드에 남고 싶어 한다. 그들은 멋진 꿈을 꾸고 있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발언한 굿맨 시장은 “A’s 구단주는 오클랜드 사람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그들이 오클랜드에 남아서 꿈을 이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야구단 연고 이전을 공개 반대한 라스베이거스 시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오클랜드 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팬클럽 ‘오클랜드 68’ 회장인 호르헤 레온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의 발언은) 좋은 일이다. 정치인들은 보통 자기 지역으로 오라고 하게 마련인데 그렇지 않아서 다소 놀랐다”며 “우리는 연고지 이전 중단을 주장해 왔고, 공적 자금이 중단되면 이전도 중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굿맨 시장은 자신의 발언이 큰 논란이 되자 성명을 통해 한발 물러나는 자세를 취했다. 그는 “(우리 도시에서) 메이저리그 야구를 볼 수 있게 될 가능성에 대해 기대가 크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면서 “A’s가 우리 도시에 오는 것을 환영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굿맨 시장은 오클랜드에 A’s가 남는 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는 않았지만, “메이저리그 야구팀이 올 가능성에 대해 흥분된다”면서 연고지 이전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이전이) 실패하더라도 라스베이거스가 메이저리그 스포츠 구단들을 위한 훌륭한 시장이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한편 라스베이거스 시장에 이어 라스베이거스가 속한 네바다주의 교사 노조도 A’s 이전에 반대 뜻을 취했다. 네바다주 교육협회는 지난 5일 네바다 주 정부와 조 롬바르도 주지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라스베이거스 신구장 건설에 3억 8천만 달러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법안의 합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송에서 교사노조는 네바다 주 정부가 이 법안을 처리하려면 과반수가 아닌 주의회와 상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기장 지원 법안이 필요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이로 인해 주정부가 부당한 부채를 떠안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교사노조 관계자는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네바다주 학교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장 건설에 투입할 자금을 학교와 교육 지원에 투자해야 한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교사노조는 앞서 경기장 지원 법안의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 A’s 구단과 주지사 측은 언론의 논평 요청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