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오목존? 클래스가 다르더라” 코리안 몬스터 A.I 제구에 투수 전문가도 놀랐다 [춘추 현장]

12일 류현진의 시범경기 첫 등판에선 3구 연속 바깥쪽 보더라인을 정확하게 찌르는 이른바 ‘오목존’이 큰 화제가 됐다. 현역 시절 제구력으로 이름을 날렸던 최원호 감독도 “클래스가 다르다”며 감탄했다.

2024-03-14     배지헌 기자
12일 시범경기에 등판한 류현진(사진=한화)

 

[스포츠춘추=대전]

3월 12일 대전에서 열린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는 여러모로 화제만발이었다. 12년 만에 돌아온 류현진이 첫 실전에서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평일 낮에 열리는 시범경기로는 이례적인 3,500명의 관중이 이글스파크를 찾았다.

이날 류현진의 피칭은 명불허전이었다. 4이닝 동안 KIA 강타선의 16타자를 상대로 3피안타 3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최고구속은 148km/h까지 기록했고, 무엇보다 단 1개의 4사구도 허용하지 않는 제구력이 돋보였다.

특히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3구 삼진으로 잡은 4회초 승부가 화제가 됐다. 1구에 가운데 높이의 바깥쪽 꽉 찬 스트라이크를 넣은 류현진은 2구째 역시 같은 수직선상에 높은 코너를 겨냥해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이어 3구째는 같은 수직선에서 가장 낮은 곳에 던져 선 채로 삼진 처리했다. 

중계방송 화면 상으로 마치 오목돌 3개를 줄 세운 듯한 그림이 연출되면서, 팬 사이에서 ‘오목짤’로 큰 화제를 모았다. 올 시즌부터 도입한 ABS(로봇심판) 존의 가장 구석을 정확하게 겨냥한 투구로 류현진의 탁월한 제구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장면이었다.

‘코리안 몬스터’의 컴퓨터 제구력에 최원호 감독도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14일 시범경기 KT위즈 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최 감독은 “류현진의 피칭을 TV로만 보다가 이번에 가까이에서 처음 보고 있다. 나도 투수 출신이지만 ‘남다르다’는 걸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최 감독도 현역 시절 남부럽지 않은 제구력을 자랑한 투수 출신이다. 은퇴 후엔 바이오메카닉스 등 투구 메커니즘을 연구해 투수 전문가로도 활동했다. 그런 최 감독이 보기에도 류현진의 제구력은 다른 레벨이었던 모양이다. 최 감독은 “제구력은 아무래도 감각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영역인데, 류현진을 보며 클래스가 다르단 걸 느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류현진은 청백전 당시 최고구속(142km/h)보다도 6km/h나 빨라진 148km/h의 최고구속을 보였다. 최 감독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구속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며 “작년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142 정도가 나왔기에, 최소한 그 정도는 나올 거라 예상했다. 시즌 초반에는 140 중반까지 올라가지 않을까 예상했다”고 했다.

시범경기부터 150km/h에 가까운 공을 던진 건 기대 이상이란 최 감독의 말이다. “관중이 많은 정식 게임에서 그 정도 나올 거라고는 예상했다. 아무래도 투수는 어떤 상황에서 던지느냐에 따라 감정이나 긴장도가 달라지는데, 류현진은 3,500명 앞에서 그렇게 던지더라.” 최 감독의 말이다.

준비과정이 순조로운 만큼 23일 잠실에서 열리는 개막전 등판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개막 초반부터 100구를 던지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최 감독은 “류현진이 수술과 재활을 거쳐 작년 후반기에 돌아왔다. 나이도 있고 올해가 복귀 후 첫 풀 시즌”이라며 “4월까지는 80구 안쪽에서 끊으려고 한다. 그 이후는 상황과 상태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만약 100구 투구가 가능한 몸 상태가 되더라도 무리한 투구 수를 요구하진 않을 생각이다. 최 감독은 “100구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거의 마지막 타자 정도에서 끊어야 한다. 100구 안쪽에서 관리하면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30경기에 내보내야 하는데, 5이닝만 잘 막아도 충분하지 않나”라며 미소를 보였다.

이날 한화는 5선발 후보 김민우가 마운드에 오른다. 앞서 청백전에서 인상적인 피칭을 보여준 김민우는 이날 투구 결과에 따라 5선발 자리를 확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등판이다. 한화는 정은원(좌)-요나단 페라자(지)-안치홍(1)-노시환(3)-문현빈(2)-김태연(우)-하주석(유)-이진영(중)-최재훈(포) 순으로 타순을 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