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하다 다칠라” 대전 왕자님 국대 차출 앞둔 한화의 부상 경계령 [춘추 현장]

미래의 에이스 문동주의 팀 코리아 합류를 앞두고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이 ‘오버페이스’ 경계령을 내렸다. 빅리그 타자들 상대로 갑작스러운 전력투구를 하려다 자칫 부상이 올 수 있다는 노파심이다.

2024-03-14     배지헌 기자
한화의 에이스이자 국가대표 에이스 투수 문동주(사진=한화)

 

[스포츠춘추=대전]

“100%가 뭐에요, 한 120%로 던질 거에요. 어쩌면 160km/h를 던질 수도 있어요. 그러다 보면 오버워크하게 되는 거죠.”

‘대전 왕자님’ 문동주의 국가대표팀 차출을 앞두고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이 오버페이스로 인한 부상 위험을 경계했다. 정규시즌을 앞두고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중에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자칫 몸의 무리가 올 수 있다는 우려다.

문동주는 한국야구 대표팀 ‘팀 코리아’의 일원으로 17일부터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이하 서울시리즈)’ 특별경기에 출전한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정규 경기를 갖는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연습경기 상대로 팀 코리아와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가 나선다.

팀 코리아에서 문동주의 역할은 에이스가 유력하다. 이미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결승전 선발로 등판해 에이스로 활약했고,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로 강한 인상을 심었다. 이미 한화 강속구 에이스의 위력을 확인한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이번 서울시리즈에서도 곽빈, 원태인, 이의리와 함께 문동주를 중용할 가능성이 높다.

문동주와 류현진(사진=한화)

다만 아직 문동주의 몸 상태가 100% 전력투구를 할 정도로 완벽하진 않다. 최원호 감독은 “문동주의 준비하는 과정이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늦었다”고 했다. 7일 대전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선 3이닝 동안 무실점했지만 내용이 썩 좋진 않았다. 12일 시범경기에선 한결 나은 투구를 했지만 2이닝만 소화했다. 선발투수에게 요구되는 ‘100구’까지 투구 수를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최원호 감독은 14일 대전에서 열리는 시범경기 KT위즈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12일엔 그래도 정상적으로 피칭하는 모습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최 감독은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그랬고 청백전에서도 정상적인 투구 동작이 나오지 않았다. 스피드가 많고 적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던지는 동작이 정상적인지가 중요한데, 12일엔 그래도 정상적으로 던졌다”고 했다.

준비 과정이 늦고 추운 날씨 등을 신경 쓰다 보니 팔과 어깨가 ‘강한 충격’에 적응할 기회가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최 감독은 “스프링캠프 과정은 저강도부터 시작해 서서히 강도를 높여간다. 고강도 데미지에 대한 적응을 몸에다 해줘야 하는데 (문동주는) 그런 부분이 약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화는 문동주가 시즌 초반에는 한 경기에 100구 가까운 많은 공을 던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초반에는 80구 정도로 투구 수를 제한해야 할 거란 예상. 게다가 ‘팀 코리아’ 출전까지 예정돼 있어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표팀은 17일 샌디에이고, 18일 다저스와 연습경기를 갖는데 문동주는 둘 가운데 한 경기에 등판할 게 확실시된다.

만원 관중이 꽉 찬 경기장,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 선수들과 상대하는 상황에 놓이면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최 감독도 문동주가 자칫 오버페이스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최 감독은 “강한 충격과 속도에 몸이 적응돼 있어야 하는데, 7~80%로 던지던 투수가 갑자기 100%로 던지면 오버워크가 된다. 그런 데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그런 무대에선 6~70구만 던져도 90구, 100구를 던지는 만큼의 데미지가 있을 거다. 살살 던지겠나. 엄청 세게 던질 거다. 보는 눈이 한둘이 아닌데 120%로 던질 거다. 160km/h가 나올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오버워크가 된다”고 경계심을 보였다. 

비슷한 걱정은 이날 상대 팀인 KT 위즈도 마찬가지. 이강철 감독 역시 박영현 등 대표팀에 합류할 투수들이 무리하다 다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T 관계자도 “MLB 선수들과는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다를 것이다. 특히 에이스급 투수들은 MLB 쇼케이스라는 생각도 있지 않겠나”라며 “부상 없이 건강하게 다녀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대표팀 선수들 개인적으로도, 코칭스태프 차원에서도 오버페이스로 정규시즌에 부상 여파가 미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최원호 감독은 “문동주가 던지고 돌아오면 휴식을 충분히 줄 생각”이라며 “휴식을 준 뒤에 처음엔 80구 전후로 (투구 수 제한을)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관리를 예고했다. 문동주뿐만 아니라 류현진도 시즌 초반 80구 정도만 가능할 전망이라, 한화는 엔트리에 2~3명의 롱릴리프를 두고 불펜의 과부하를 최소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