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km/h까지는 봐준다, 그 이상은 안 돼” 국내 뉴 에이스 향한 류현진의 ‘과속 금지령’ 이유는? [춘추 인터뷰]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서 팀 코리아의 첫 경기 파드리스전 선발투수로 나서는 문동주를 향해 팀 선배 류현진이 ‘구속 150km/h 이상 금지령’을 내렸다. 

2024-03-16     배지헌 기자
16일 고척돔에서 취재진과 만난 문동주(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고척]

“류현진 선배님이 처음엔 148km/h를 넘기지 말라고 하셨는데, 나중에는 2km/h 늘려서 150km/h까지는 봐주신다고 했어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이하 서울시리즈)’에 한국야구 대표팀 멤버로 발탁된 문동주를 바라보는 한화 이글스의 심정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문동주가 메이저리그 강타자들 상대로 자칫 무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이 있다. 최원호 감독이 이미 ‘오버페이스’ 경계령을 내렸고,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도 후배에게 ‘과속 금지령’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렸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팀 코리아’는 17일과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와 스페셜 게임을 갖는다. 20일과 21일 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개막시리즈를 앞두고 갖는 전초전 격의 경기. 지난해 국가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던 문동주도 당당히 팀 코리아에 승선했고, 17일 파드리스전 선발로 낙점받았다. 

대표팀 첫 훈련이 진행된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오전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문동주는 ‘팀 선배 류현진이 해준 조언이 있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148km/h를 넘기지 말라고 하셨다”며 이렇게 답했다.

“나중에는 2km/h 정도 늘려서 150km/h까지는 봐준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150km/h를 넘기지 않기로 약속하고 왔습니다. 약속대로 150km/h 넘지 않게 던져보겠습니다."

류현진의 조언은 정규시즌이 코앞인 만큼 무리하다 다치지 말라는 애정이 어린 속뜻이 담겨 있다. 문동주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는 “무리하지 말라는 농담 식의 조언이지만 귀담아들어야 할 것 같다”면서 “중요한 경기이긴 하지만 앞으로 우리 팀 시즌이 훨씬 중요하다는 얘길 해주셨다. 앞으로 내가 보여줄 게 훨씬 더 많다고도 얘기해 주셨다”고 선배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최근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와 자체 청백전에서 문동주의 볼 스피드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게 사실이다. 류현진과 선발 대결을 벌인 7일 청백전에선 3이닝 무실점으로 결과는 좋았지만 최고구속이 148km/h에 그쳤다. 2이닝 무실점한 12일 시범경기에서도 구속은 148km/h를 넘지 못했다. 

이에 관해 최원호 감독은 시범경기 기간 취재진에게 “스피드가 빠르고 느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던지는 동작이 정상적인지가 중요하다”면서 “문동주는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그랬고 청백전에서도 정상적인 투구 동작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문동주는 “봄이 됐고 날씨가 좋아졌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왜 내 구속이 논란이 될까도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나는 구속으로 보여주는 투수가 보니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고,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원호 감독도 “12일 등판에선 정상적인 투구동작으로 던졌다”면서 문동주가 점점 제 모습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정규시즌까지 서서히 페이스를 올리는 과정 중간에 서울시리즈에 참가하는 게 변수가 될 수 있다. 만원 관중이 가득한 고척돔에서 TV 중계로만 보던 빅리그 강타자들을 상대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더 강한 공을 던지려는 욕심이 생길 수 있다. 최 감독은 “살살 던지겠나. 엄청나게 세게 던질 거다. 보는 눈이 한둘이 아닌데 120%로 던질 거다. 160km/h가 나올 수도 있다”는 말로 경계심을 드러냈다. 

문동주도 이런 우려를 모르지 않는다. 그는 “절대 무리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구속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최선은 다하겠지만 구속보다 다른 부분에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경기가 많은 주목을 받는 만큼 준비를 잘하겠다. 내가 1차전 선발인 만큼 출발을 잘해서, 뒤에 나오는 선수들이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동주와 류현진(사진=한화)

그래도 메이저리거들과 상대한다는 기대감과 설렘은 감출 수 없다. 파드리스-다저스 선수들의 입국 장면을 숏폼 영상으로 봤다는 문동주는 “(한국에) 올 거라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영상을 보면서) ‘진짜 왔네’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책임감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다. 미국 나이로 내가 스무 살 밖에 안 되니까 패기를 보여주고 싶다. 밀어붙일 수 있는 건 나이밖에 없을 것 같다. 첫 경기에 나가는 이유를 증명하고 싶고,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 문동주의 말이다. 

수백만 달러에서 수천만 달러 연봉을 받는 스타 선수들과 상대하는 만큼 도전자의 자세로 임할 생각이다. 문동주는 “내 (일 년 치) 연봉을 하루에 받는 선수들인데 크게 할 말이 없을 것 같다”는 말로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낸 뒤 “한 수 배운다는 생각으로 하겠다”고 했다.

원래 문동주가 상대하고 싶었던 선수는 LA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였다. 하지만 문동주의 상대 팀이 파드리스로 결정되면서 오타니와 맞대결은 불발됐다. 그는 “좀 아쉽긴 하지만, 샌디에이고 선수들도 상대할 수 있다는 게 영광”이라며 “한국인인 김하성 선수도 있기 때문에, 선배에게 배운다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외 아는 샌디에이고 선수로는 다르빗슈, 고우석 등 아시아 선수들을 들었다. 문동주는 “다른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도 관심이 있다. 던지는 걸 보면서 많이 배울 것 같다. (파드리스) 선발투수도 경기 던지는 중간 중간 잘 체크하면서, 배울 점이 있으면 바로 응용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해보겠다”고 말했다. 

“사실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갖고 있는 구종들을 잘 활용해서, 몇 점을 주고 홈런 몇 개를 맞든 피해 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 같다. 자연스럽게 (상대) 선수의 타석에서 모습이 보이겠지만, 그보다는 포수 미트에 집중해서 던지겠다.”

한편 문동주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 이어 3연속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는 “달라진 고척돔의 모습을 보니까 (대표팀에 온 게) 실감 난다. 또래 선수들과 최근 몇 년 사이에 자주 모여서 게임을 할 기회가 와서 좋은 것 같다”며 “아시안게임 때보다 분위기도 좋고, 더 많이 친해진 선수들도 있다. 잘 훈련하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노시환, 문현빈, 황준서 등 한화 동료들과 함께하는 소감으로는 “너무 든든할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내가 던질 때 점수를 뽑아줄 거란 확신이 있어서 좋을 것 같다. 올해 준서까지 같이 왔는데, 이벤트 매치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함께 좋은 시간 보내고, 좋은 추억을 만들고 오겠다”고 다짐하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