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에 피홈런→진땀 세이브’ 고우석, 개막 로스터 승선 가능할까 [춘추 현장]

개막 로스터 한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고우석이 친정 LG 트윈스 상대로 마무리로 등판했다. 2점 홈런을 허용하는 등 불안한 투구 끝에 세이브를 챙겼다. 

2024-03-18     배지헌 기자
LG 상대 마무리로 등판한 고우석(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츠춘추=고척]

친선경기에서 친정팀 상대로 마무리로 등판해 세이브를 챙겼지만, 대신 정규시즌 개막 로스터 진입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고우석이 친정 LG 트윈스 상대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고 등판해 2점 홈런을 허용하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LG가 리드한 9회 마무리 고우석의 등판은 지난 시즌까지 LG 팬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당연하게 여겨졌던 장면이다. 고우석이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LG 상대로 9회에 올라오는 건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 일이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현실로 이뤄졌다. 비록 정식경기는 아니지만, 한미일의 관심이 집중된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 짙은 갈색 유니폼을 입은 고우석은 팀이 5대 2로 앞선 9회말 파드리스의 승리를 지키러 LG 상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마이크 실트 파드리스 감독은 전날 열린 한국야구 대표팀(팀 코리아) 전에는 고우석을 기용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선 “고우석을 경기 중에 투입할 예정이다. 친정팀 상대로 좋은 투구를 할 거라고 믿는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그리고 팀이 3점차 앞선 9회 고우석을 마무리로 기용하면서 흥미로운 무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친정 LG 타자들은 옛 동료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첫 타자 박해민부터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 무사 1루를 만들었다. 낮게 들어간 94.2마일(151.6km/h) 패스트볼을 정확하게 받아쳐 라인드라이브 안타로 연결했다.

다음 타자로 나온 신인 김현종을 삼진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지만, 김현수 타석에 대타로 나온 이재원에게 던진 실투가 통한의 한 방이 됐다. 1-0에서 가운데 몰린 속구를 이재원이 놓치지 않고 잡아당겼고, 고척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1미터짜리 홈런으로 이어졌다(5대 4).

고우석은 손호영을 낮은 유인구로 삼진 처리한 뒤, 구본혁을 3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경기는 5대 4 파드리스의 승리로 끝났다. 세이브를 챙기긴 했지만 1이닝 2피안타(1홈런) 2실점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남긴 고우석이다. 

고우석 상대로 2점 홈런을 날린 이재원(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샌디에이고는 20일 고척에서 열리는 LA 다저스와 개막시리즈를 앞두고 26인 로스터를 확정할 예정. 이날 친정 LG 상대 투구내용이 고우석의 엔트리 합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주목된다. 올겨울 샌디에이고와 2+1년 총액 940만 달러에 계약한 고우석은 개막 로스터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틀간 열린 스페셜게임에서 다른 불펜 경쟁자들이 일제히 무실점 호투를 펼친 뒤라 홈런과 실점이 더 아쉽게 다가온다. 전날 팀 코리아 전에서 무실점한 기존 마무리 로버트 수아레즈, 일본 좌완 마쓰이 유키, 좌완 완디 페랄타, 우완 데 로스 산토스 등 승리조 4명은 사실상 로스터 진입이 확정적이다. 

여기에 선발 후보였던 너클볼러 맷 왈드론도 이날 3.1이닝 비자책 1실점 호투로 가능성을 높였고, 좌완 아드리안 모레혼이 1.2이닝 4탈삼진 역투로 무력시위를 벌였다. 역시 5선발 후보였던 랜디 바스케스도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팀내 불펜 투수 중에 고우석만 유일하게 피홈런과 자책점을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마이크 실트 감독은 고우석의 로스터 진입 여부에 관해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양면이 있다. 고우석도 물론 잘하고 싶었을 것이다”라며 “좋은 점은 (홈런 이후) 아웃을 잡아 세이브를 올렸다는 것이다. LA 다저스와 개막 시리즈를 앞두고 평가를 마쳐서 (로스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고우석에겐 19일이 운명의 날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