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거 상대로 참 기특해” 국대 막내즈 택연-준서 ‘KK-K 삼자범퇴 합작’ 환상 데뷔 [춘추 현장]
팀 코리아 막내 황준서, 김택연이 환상적인 국가대표 데뷔전을 남겼다. 경기 종료 후 류중일 감독 역시 이들을 향해 극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스포츠춘추=고척]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프로 새내기들이 환상적인 국가대표 데뷔전을 선보였다. 한국 야구대표팀 막내 투수 황준서, 김택연이 태극마크 데뷔 등판에서 한 이닝 삼자범퇴를 합작한 것. 그것도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강타선 상대로 일궈낸 성과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3월 1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스페셜게임’ 다저스전에서 2대 5로 석패했다. 타선에선 다저스 3선발 바비 밀러 상대로 2점을 뽑아냈고, 마운드에서도 다저스 강타선 상대로 끊임없이 분전을 펼쳤다.
하지만 응집력에서 아쉬웠다. 이날 고척돔에서 터진 총 11안타 가운데 한국이 5안타, 다저스가 6안타를 기록한 게 좋은 예시다. 이로써, 1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0-1 패)부터 두 경기 연속으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보여준 류중일호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뒤 계속해서 ‘세대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다. 그 결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쉽) 두 대회 모두 신예 위주로 대표팀이 꾸려진 바 있다. 이번 서울시리즈 연습경기에 맞춰 선발된 선수 35명도 마찬가지다.
그중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2순위로 지명된 황준서(한화), 김택연(두산)도 ‘새 얼굴’로 이름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18일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만난 최일언 대표팀 투수코치는 “당장 이 선수들을 대표팀 주력 멤버로 생각하고 기용하겠단 게 아니”라면서 “좋은 가능성을 갖춘 유망주들이란 점은 분명하다. MLB 팀과 맞붙는 친선 경기인 만큼 이번 기회로 토대로 훗날 크게 성장할 동력을 얻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대화를 나눈 지 3시간가량이 지났을까. 미완의 기대주들은 6회 말 힘을 합쳐 다저스 타선 상대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말 그대로 ‘흠잡을 데 없는’ 데뷔전이었다.
먼저 마운드에 오른 건 김택연이었다. 김택연은 첫 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5구 승부 끝에 93.7마일(150.8km/h) 속구로 돌려세웠다. 후속타자 제임스 아웃맨까지 6구째 던진 92.5마일(148.9km/h) 속구로 잡아낸 김택연이다.
경기 종료 후 이때 삼진 장면을 떠올린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미디어 인터뷰에서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멋진 피칭을 펼쳤고, 인상적이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두 타자 연속 삼진을 달성한 김택연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동기 황준서에게 맡기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는 당초 대표팀이 구상했던 마운드 계획이기도 했다. 이날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류중일 감독이 “MLB 팀과 맞붙는 기회인 만큼 가능한 한 모든 선수가 출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한 까닭이다.
김택연에 이어 7회 말 2아웃 상황에 교체 투입된 황준서 역시 남다른 구위를 자랑했다. 황준서는 대타로 투입된 미겔 바르가스에게 총 4구를 던졌고, 91마일(146.5km/h) 속구로 헛스윙을 끌어내며 6회 초를 마무리했다. 국가대표 막내즈가 합작해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순간이었다.
경기 뒤 미디어 인터뷰에 참석한 김택연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처음 나서는 경기였다. 그래서 ‘피해가는 모습보단 내 공을 후회 없이 던지고 내려오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데뷔전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택연은 “오늘 경기 앞두고 긴장을 많이 했는데, 마운드에 오른 후론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면서 “상대 타자를 의식하지 않고 내 공에 집중한 게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류중일 감독도 환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두 신인을 향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택연, 황준서 둘 다 오늘(18일) 많은 관중 앞에서 MLB 선수들 상대로 자기 공을 꿋꿋하게 던졌어요. 참 기특하다고 생각합니다.” 류 감독의 말이다.
류 감독은 끝으로 “두 선수 모두 정말 잘해줬다”면서 “앞으로 KBO리그에서 어떤 선수로 성장할지 굉장히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힘줘 말했다.
2024년 3월 18일. 황준서, 김택연이 불과 열아홉 나이로 야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새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