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외국인 에이스 담당 일진, KIA 안방마님의 호언장담 [춘추 이슈분석]
수많은 외국인 에이스와 호흡을 맞췄던 KIA 안방마님 김태군이 새 파트너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의 성공을 장담했다.
[스포츠춘추=수원]
KIA 타이거즈가 올해 우승후보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의 존재다. 빅리그 풀타임 선발 출신 윌 크로우와 유망주 출신 제임스 네일이 합류하면서 압도적인 1, 2선발을 보유하게 됐다. 10개 구단 가운데 제일 마지막에야 외국인 투수 구성을 완료했을 정도로, KIA 구단은 두 선수 영입에 신중했고 심혈을 기울였다.
각각 2경기씩을 치른 현재까지 평가는 네일은 별 다섯 개, 크로우는 별 두 개 반 정도다. 네일은 3일 열린 수원 KT 위즈 전에서 6이닝을 비자책 1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2승째를 올렸다. 데뷔전에 이은 2경기 연속 6이닝 1실점 쾌투. 1회에만 안타와 수비 실수로 1점을 내줬고 이후로는 매이닝 삼자범퇴 행진을 펼쳤다. 외야로 가는 타구는 거의 나오지 않았고, 대부분의 타자를 삼진 아니면 약한 땅볼과 팝업으로 처리했다.
특히 150km/h대 광속구와 투심 패스트볼에 역회전하는 체인지업, 미끄러지는 스위퍼 조합이 맹위를 떨쳤다. 네일의 속구는 구속은 물론 구위도 수준급이었다. 또 투심(체인지업)과 스위퍼가 비슷한 터널로 오다가 타자 앞에서 반대 방향으로 나뉘는 것도 타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김태군도 네일의 구위에 엄지를 세웠다. 김태군은 “다들 스위퍼가 좋아도 하는데, 결국엔 포심과 투심이 좋으니까 스위퍼가 더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유의 터널링에 대해선 “거의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온다. 워낙 투심이 좋은데 체인지업도 비슷하게 날아오고, 거기서 스위퍼가 오니까 타자 입장에선 몸에 맞을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며 “그게 이점이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데뷔전에 이어 이날도 투구 수 70구부터 맞아 나가는 장면이 나왔지만, 김태군은 “어떤 투수든 다 그렇지 않나”라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누구라도 70구 넘어가면 힘들어진다. 그게 워낙 부각이 돼서 그렇지,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된다”며 파트너를 감쌌다.
5회 마운드 방문에 대해선 “손의 악력이 떨어졌는지 체크하기 위해서였다”면서 “본인이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 초구부터 제일 잘 던질 수 있는 공을 던지자고 하고 그렇게 던졌다”고 밝혔다.
네일 역시 이날 투구내용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 후 “전체적인 피칭 내용은 나쁘지 않았고, 최대한 빠른 카운트를 잡으면서 경기를 풀어 나려고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경기 전 불펜 피칭 때부터 변화구 제구력이 괜찮아 초반 이닝부터 상대 팀 타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네일은 “배터리 김태군 선수와 호흡도 좋아 두 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이어 갈 수 있어 기쁘다”고 파트너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네일은 “오늘 경기에서 볼넷 없이 경기했던 것이 가장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두 경기뿐이라 개인 욕심보다는 매 경기 선발 투수로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싶고, 팀이 승리하는 과정에서 보탬이 되고 싶다”는 각오를 말했다.
한편 첫 경기 5.2이닝 5실점, 두 번째 등판에서 4.1이닝 5실점으로 다소 아쉬운 결과를 남긴 크로우에 대해 김태군은 “한 경기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네일은 무브먼트로 승부하는 선수고, 크로우는 힘으로 승부한다는 차이가 있다”며 “어차피 둘이 1, 2선발이고 시즌 30경기에 나가야 한다. 한 경기 결과에 왔다갔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태군은 “그냥 기다려주시면 된다”는 말로 크로우를 향한 믿음을 보였다. “아직 등판할 경기가 28번은 남아 있지 않나. 이제 1승 1패를 했을 뿐이다. 너무 기대가 크다 보니 실점한 게 크게 부각되는데, 그냥 기다려주시면 될 것 같다.”
크로우는 2경기에서 150km/h대 빠른 볼을 던졌지만, 공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얻어맞는 장면이 나왔다. 때로는 피해 가거나 유인하는 공도 필요한데, 힘으로 밀어붙이고 정면승부만 고집한다는 인상을 줬다.
이에 관해 김태군은 “선수가 직접 느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포수나 코치, 전력분석이 먼저 조언하기보다 선수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뛰던 곳과) 리그가 다르지 않나. 나도 아직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서 달라진 크로우를 기대했다.
KIA 안방마님의 외국인 투수들에 대한 믿음은 굳건하다. 김태군은 “당연하죠, 미국에 있다 왔는데요. 괜찮습니다”라는 말로 신뢰를 전했다. 수많은 외국인 에이스와 호흡을 맞췄던 베테랑 포수의 말이라 왠지 믿음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