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혁 끝내기 안타’ LG, 4시간 연장 혈전 끝 위닝시리즈 쟁취 [춘추 현장]
4시간 넘게 펼쳐진 잠실벌 혈투 끝 주인공은 LG 내야수 구본혁이었다.
[스포츠춘추=잠실]
LG 트윈스가 주중 3연전 위닝시리즈가 걸린 혈전에서 웃었다. 장장 4시간이 넘어가는 연장 혈투 끝에 일궈낸 승리다.
LG는 4월 4일 홈 잠실 구장에서 NC 다이노스 상대로 8대 7로 승리하면서 주중 시리즈 2승 1패에 성공했다. 이날 승부는 연장 11회 말에서야 내야수 구본혁의 끝내기 안타가 나오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먼저 LG의 경우 예기치 못한 ‘에이스’의 부진을 겪은 날이었다. 앞서 스프링캠프 때 연습경기 악연(3이닝 3실점)이 그대로 이어진 것일까. 개막 후 선발 2연승을 달렸던 좌완 디트릭 엔스는 이날 NC 상대로 4이닝 동안 9피안타 2볼넷 7실점하면서 다소 이른 시점에 강판당하고 말았다. 특히 2회 초엔 선두타자 서호철의 2루타부터 시작해 4연속 출루를 허용했고, 그 뒤엔 5점을 와르르 내주는 등 아쉬운 모습이 나왔다.
NC 마운드 역시 경기 초부터 LG 타선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LG는 NC 선발 김시훈 상대로 1회 말 3득점, 3회 말 2득점에 성공하면서 점수(5-7)를 2점 차로 좁혔다. 이날 김시훈은 2.1이닝 76구 6피안타 4볼넷 1탈삼진 5실점 부진 끝에 3회 말 도중 좌완 최성영으로 교체됐다.
LG의 추격은 계속됐다. 전날 결승타의 주인공 오스틴 딘의 방망이가 또 불을 내뿜은 것. 6회 말 2사 1루 상황, 타석에 들어선 오스틴은 NC 3번째 투수 김재열이 7구째 던진 127.3km/h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측 담장으로 넘겼다. 이날 7대 7 동점을 일궈낸 오스틴의 투런포이자 올 시즌 3호 홈런이었다.
양 팀은 7회부터 필승조를 가동해 불펜 싸움으로 제2막을 열었다. NC가 먼저 득점 기회를 잡았다. 7회 초 맷 데이비슨, 박건우의 연속 안타가 터진 가운데 NC가 무사 1, 2루에서 승부수를 꺼냈다. 이날 어깨 통증으로 선발에서 빠진 내야수 박민우를 대주자로 투입한 것. 박건우, 박민우 둘의 빠른 발을 앞세워 득점 확률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변수’가 생겼다. 이중도루 실패로 2루 주자 박민우가 베이스에서 지워진 것. 이후 LG는 베테랑 김진성을 투입해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등 저력을 발휘했다. NC도 류진욱-임정호 좌·우 불펜을 마운드에 올려 7, 8회를 실점 없이 마쳤다.
승부는 양 팀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도 판가름이 나질 않았다. LG는 9회 초 마무리 유영찬을 올렸고, 이내 유격수 오지환의 실책이 터지는 등 1사 만루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유영찬은 김형준, 김주원을 차례대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면서 이닝을 무실점으로 매조졌다. LG 또한 9회 말 NC 마무리 이용찬 상대로 1사 2루 득점 기회를 놓치면서 헛방을 친 건 마찬가지다.
이날 승패를 가른 주인공은 LG 내야수 구본혁이었다. 이용찬 후속으로 11회 말 마운드에 오른 NC 우완 이준호는 홍창기, 김현수 상대로 연거푸 볼넷을 내줬다. 이윽고 오스틴의 진루타로 상황은 1사 2, 3루가 됐고, 앞서 10회 초부터 3루수 수비로 교체 투입된 구본혁이 5구 승부 끝에 1루수와 우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절묘한 타구로 길고 길었던 경기를 끝냈다.
경기 종료 후 염경엽 LG 감독은 “엔스의 투구가 경기 초반부터 가운데로 계속 몰리면서 어려운 경기로 이어졌다”면서도 “불펜들이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줬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점수를 내면서 역전승을 일궈낸 야수들을 향한 칭찬도 잊지 않은 사령탑이다. “야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한 걸 칭찬하고 싶다”고 말한 염 감독은 “추격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스틴의 투런으로 경기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고, 11회 초엔 구본혁이 행운의 안타로 올 시즌 첫 연장 승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인 구본혁도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텍사스성 끝내기 안타에 멋쩍은 듯 웃으면서 “항상 꿈에 그리던 장면이 오늘 나왔다. 다만 멋있게 치고 싶었는데 말 그대로 ‘행운의 안타’가 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멋있게,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싶었어요. 먹힌 타구가 나와 큰일났다 싶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입니다.” 구본혁의 설명이다.
지난해 상무 피닉스 야구단에서 제대한 후 공·수에 걸쳐 큰 발전을 이뤘단 평가를 받는 구본혁이다. 이를 방증하듯 올 시즌 개막 후 8경기에서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면서 타율 0.385, 출루율 0.429, 장타율 0.462 등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이날 NC전에선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는 쾌거도 달성했다.
또 구본혁은 “당장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쟁쟁한 선배들 앞에서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시범경기 때부터 좋은 결과가 나왔고 그만큼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LG 벤치에서도 그런 구본혁을 신뢰했기에 대타 없이 11회 초 그대로 타석에 밀어붙였고, 끝내기가 나왔다.
“예전의 저였다면 이런 기회를 절대 못 받는 선수였겠죠? 지금의 구본혁은 정말 다릅니다. 자신 있어요.” ‘달라진’ 구본혁의 올 시즌이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