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영 3안타+벤자민 QS’ 투·타 흐름 찾은 KT, 불펜마저 살아나기 시작했다 [춘추 현장]

KT가 12일 홈 수원에서 열린 SSG전을 8대 3으로 승리했다.

2024-04-12     김종원 기자
KT 좌완 웨스 벤자민(사진=KT)

[스포츠춘추=수원]

전날 연장 혈투의 피로마저 잊어버린 것일까. KT 위즈가 홈 구장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투·타 고른 활약으로 기분 좋은 승리를 올렸다.

KT는 4월 12일 수원에서 SSG 랜더스와 맞붙어 8대 3 승리를 거뒀다. 앞서 9~11일 창원에서의 1승 2패 루징 시리즈는 물론이고 11일 연장 10회 승부 끝 패배(7-8)도 말끔히 극복한 하루였다. 홈 팬들 앞에 선 마법사 군단은 지친 내색 없이 좋은 경기력을 발휘해 이날 승리를 합작했다.

먼저 양 팀 타선은 1회부터 치열하게 상대편 마운드를 괴롭혔다. 선취 득점은 SSG 최정의 큼지막한 타구에서 나왔다. 이날 3번-3루수로 선발 출전한 최정은 1회 초 2사 KT 선발 웨스 벤자민이 초구에 던진 136km/h 체인지업을 때려 중앙 담장을 넘겼다. 최정의 올 시즌 6번째 홈런이다.

곧바로 공수교대 후 동점을 내면서 맞대응에 나선 KT다. 개막 후 지난 13경기에서 4홈런 타율 0.394 등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4번 타자 문상철은 1회 말 SSG 선발 로버트 더거 상대로 1타점 내야 안타로 1대 1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앞서 6일 창원 NC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3이닝 14실점 부진을 겪은 더거는 이날 역시 마운드에서 크게 흔들렸다. 이번엔 2회를 끝내지 못한 채로 교체된 점이 뼈아프다. 2회 말 선두타자 안치영의 내야안타가 수비 실책으로 이어지면서 일순간 3루까지 내줬고, 후속 정준영에겐 볼넷도 허용하고 만 것. 그 뒤 KT는 김상수의 시즌 마수걸이 홈런 및 역전 3점포가 터지면서 4대 1 리드를 잡았다.

SSG 벤치의 인내심은 거기까지였다. 2회 말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내려온 더거는 이날 최고 151km/h까지 던진 가운데 1이닝 동안 41구를 던져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4실점(4자책)에 그쳤다. 시즌 평균자책은 12.86에서 또 한 번 치솟아 14.40이 됐다.

3점 차로 앞선 KT는 그 뒤로도 추가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공포의 9번 타자’ 김상수의 방망이가 또 일을 냈다. 김상수는 4회 말 SSG 두 번째 투수 송영진 상대로 우익수 방면 2루타를 쳤고, 리드오프 천성호가 안타를 쳐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5대 1로 달아나는 점수가 났다. 김상수는 이날 2안타 1홈런 1볼넷 3타점 활약을 펼치면서 남다른 타격감을 뽐냈다.

KT 내야수 김상수(사진=KT)

마운드에서도 쾌속 순항을 보여준 KT다. 선발 벤자민은 경기 초 1실점을 딛고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갔다. 특히 4회 초엔 SSG 중심 타선 상대로 공 12개 삼자범퇴를 끌어내면서 경기의 흐름을 KT 쪽으로 굳히기도 했다. 다만 SSG 타자들도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았고, 6회 초엔 오태곤의 1타점 추격 적시타가 나오면서 점수는 5대 2로 좁혀졌다. 벤자민은 이날 최고 150km/h 속구를 앞세워 6이닝 동안 93구를 던져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지난 6일 잠실 LG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이기도 하다.

그런 벤자민이 내려간 후에도 SSG는 KT 등 뒤를 바짝 쫓아갔다. 7회 초 팀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상동이 안타와 볼넷을 연거푸 내주더니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큼지막한 타구 하나면 SSG의 역전도 충분히 그려볼 수 있던 상황. 하지만 SSG는 이때 추신수의 희생플라이로 단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치면서 아쉬운 잔루를 남겼다.

반대로 KT에선 최정,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연속으로 아웃 처리한 이상동의 ‘결자해지’ 본능이 빛난 순간이었다. 8회 초 마운드에 오른 KT 필승조 김민수도 첫 타자 한유섬에게 안타 출루를 허용하고도 내야 뜬공, 병살 아웃을 잡아 이닝을 실점 없이 마쳤다.

반면 7회, 8회 동안 희비가 크게 교차한 SSG 불펜이다. 7회 말엔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8회 말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 KT는 황재균, 안치영의 적시타가 차례대로 터지면서 5점 차 우위를 만들었다. SSG의 끈질긴 추격은 정규이닝 마지막인 9회 말까지도 계속됐다. 하지만 KT 잠수함 이채호는 잇따른 위기에도 경기를 끝까지 무실점으로 매조지하면서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이날 KT 불펜은 벤자민 뒤를 이어 3이닝 동안 1실점을 내주는 등 그동안 크게 불안했던 모습을 떨쳐낼 수 있었다.

12일 3안타 활약을 펼친 KT 외야수 안치영(사진=KT)

경기 뒤 이강철 KT 감독은 “선발 벤자민이 좋은 컨디션으로 스타트를 잘 끊었고, 위기 상황에서 불펜 투수들이 잘 이겨내며 승리할 수 있었다”면서 “특히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감독은 “또한 문상철의 동점타와 김상수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져왔고, 상대팀 에러를 득점으로 연결한 게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7번-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이날 우익수 수비까지 오간 안치영은 4타수 3안타 1타점 활약으로 팀 승리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KT는 최근 배정대, 김민혁 등 핵심 외야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기에 안치영의 책임감 역시 막중한 상황.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안치영은 이를 두고 “팀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고,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더 간절하게 뛰었다”고 했다. 또 안치영은 “두 형의 공백을 메꿔야 하는 입장에서 중압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것 또한 내가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고 가능한 한 즐기려고 노력 중”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마운드에서 QS 활약을 선보인 벤자민의 경우 속구(62구) 비중을 크게 높인 게 평소와 다른 점이었다. 이에 경기 종료 후 벤자민은 “오늘(12일) 속구가 너무 좋았다”“최근 팔 높이를 올린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지난 시즌 후반에도 팔 각도를 수정하고 경기력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오늘 제 투구에 점수를 매긴다면 75점이라고 생각해요. 1회, 6회에 안 좋은 투구가 나와 아쉽습니다. 불펜에 부담감을 준 것 같아 마음이 쓰였고, 결과적으로 팀이 승리할 수 있어 다행이고 만족스러워요.” 팀을 향한 벤자민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편 오는 13일 수원에서 열리는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SSG는 우완 언더핸드 박종훈을, KT는 우완 신인 원상현을 선발로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