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산다” 타이거즈 천재 내야수가 시련을 극복하는 법 [춘추 인터뷰]

초반 타격 부진, 부상, 그리고 수비 실책. KIA 타이거즈 천재 내야수 김도영이 세 가지 시련을 극복하고 팀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2024-04-13     배지헌 기자
KIA 김도영은 부상 불운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사진=KIA)

 

[스포츠춘추=대전]

시즌 초반 찾아온 시련을 이겨낸 김도영이 단단해졌다. 장타와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로 KIA 타이거즈의 선두 질주에 펄펄 끓는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다. 지나간 실패에 개의치 않고 더 좋은 활약으로 만회하는 모습은 강인한 ‘그릿(Grit)’을 보여준다.

김도영은 4월 들어 폭발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13일까지 10경기에서 44타수 15안타 3홈런 8타점 6도루에 타율 0.341로 ‘호타준족’이나 ‘다재다능’이란 말로는 모자란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초반 1할대였던 타율을 어느새 0.271까지 끌어올렸다.12일 한화전에선 결승 홈런 포함 멀티 히트와 2타점으로 팀의 4연승에 앞장섰다.

첫 3월 한 달간 타율 0.136으로 부진할 때만 해도, 데뷔 첫해인 2022년의 악몽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해 김도영은 ‘제2의 이종범’ ‘야구천재’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장했고 시범경기 맹타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개막 첫 5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쳤고, 첫 4월 한 달간 타율 0.179로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후반기 타율 0.283으로 반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올해도 시작이 좋지 않은 건 같았지만, 2년 전과 달리 빠르게 제 모습을 찾았다. 12일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도영은 “힘들긴 했지만 겪어야 할 시련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부진에서 배운 점이 많았다. 그 안에서도 좋은 걸 배웠다고 생각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부진의 늪에서 가라앉을 뻔한 김도영을 구한 건 선배들의 조언이었다. 김도영은 “선배님들이 제 야구 인생 끝까지 도움될 만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큰 플러스가 됐다. 선배님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특히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많이 뛰면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서건창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그는 “서건창 선배님 말씀이 굉장히 와 닿았다. 그렇게 뛰면서 실제로 타격감도 올라오고 야구 감각도 올라왔다. 내게 큰 힘이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12일 경기후 취재진과 만난 김도영(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김도영을 괴롭힌 시련 중엔 고질적인 부상 문제도 있다. 김도영은 지난해 두 차례 큰 부상을 겪었다. 시즌 개막 2경기 만에 발목 부상을 당해 6월까지 결장했고, 11월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 출전했다가?왼쪽 엄지 골절로 수술대에 올랐다.

안그래도 주전 야수들의 부상 이탈이 많은 KIA다.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들진 않을까. 김도영은 “주변에서 부상을 하도 많이 당하니까 약간 불안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햄스트링이나 종아리 부상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면서 “항상 몸 풀 때도 열심히 풀고, 경기 후엔 혼자 방에서 스트레칭도 한다. 부상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나가면 두려움보다는 ‘본능’이 김도영을 지배한다. 12일 경기에서도 적극적인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 도루에 성공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는 “경기를 치르면서 부상을 두려워하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경기장에서만큼은 ‘오늘만 산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수비 실책도 김도영이 극복해야 할 시련이다. 고교 시절 유격수였던 김도영은 프로에 와서 3루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3루는 유격수보다 타석과 거리가 가깝고 빠른 타구가 자주 날아오는 자리. 기습번트나 빗맞은 타구에 대비해 수비위치를 앞쪽으로 옮기면, 총알 같은 강습타구가 눈앞으로 날아온다. 김도영은 12일까지 실책 6개를 저질렀는데, 대부분 강습 타구를 잡으려다 포구에 실패한 실책이다.

이에 관해 김도영은 “3루수를 2년째 하고 있지만 해도 해도 어렵고 적응하기 쉽지 않다. 하다 보면 몸이 익숙해져서 순발력, 감각으로 커버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만든다고 되는 건 아니다”라면서 “하루하루 경험을 쌓고, 연습 때도 집중해서 하는 것 외엔 답이 없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점은, 김도영이 실책에도 위축되지 않고 더 좋은 플레이로 만회하고 있단 것이다. 12일에도 1회 실책으로 선취점을 내줬지만 3회 역전 홈런, 7회 추가 타점을 올리면서 만회했다. 

김도영은 “요즘 집중하는 부분 중 하나다. 만약 수비에서 에러가 나왔어도 바로 잊어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면서 “덕분에 오늘 결과도 괜찮았던 것 같다. 그런 노력 덕분에 (수비 실책이) 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좋은 타구를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도영이 제 모습을 찾은 KIA는 12승 4패로 리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는 “요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끝까지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면서 “야구는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뒤에 가면 분위기가 가라앉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그때를 대비해서 이길 수 있을 때 많이 이겨야 한다. 한 게임 한게임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도영은 20-20이나 3할 타율처럼 거창한 목표를 말하지 않았다. 그는 “요즘 부상 선수가 많아서,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하려는 목표 의식이 더 강해졌다”며 “올해는 꼭 1군에서 풀타임을 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