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1선발이 누구야? 크로우-네일 난형난제 “선의의 경쟁” 시작됐다 [춘추 집중분석]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축한 KIA 타이거즈. 제임스 네일이 먼저 치고 나간 가운데, 윌 크로우도 빠르게 리그에 적응하면서 선의의 내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포츠춘추=대전]
1선발 뒤에 또 1선발이 나온다. 누가 진짜 에이스인지 좀처럼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KIA 타이거즈 제임스 네일과 윌 크로우가 선의의 내부 경쟁 속에 역대 최강의 외국인 원투펀치를 예고하고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부분 전문가가 KIA를 강력한 우승후보로 예상한 데는 강한 외국인 투수 듀오의 존재가 한몫했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 농사 실패로 가을야구 탈락의 아픔을 맛본 KIA 구단은 올겨울 그 어느 때보다 외국인 스카우트에 공을 들였다. 빅리그 구단 출신 코디네이터와 손잡고 외국인 선수 공급 루트를 새로 뚫었다. 외국인 영입 데드라인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량, 부상 이력, 성격까지 모든 변수를 꼼꼼하게 살폈다.
그 결과 KIA는 빅리그 풀타임 선발 출신 윌 크로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망주 출신 제임스 네일과 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크로우는 총액 100만 달러에 사인했고, 네일은 95만 달러에 유니폼을 입혔다. 화려한 경력과 빼어난 구위를 자랑하는 두 선수가 KBO리그 타자들을 압도하는 장면을 상상하긴 어렵지 않았다.
개막 초반엔 네일이 먼저 앞서나갔다. 네일은 첫 3경기에서 19이닝 동안 단 2점(1자책)만 내주고 볼넷 없이 삼진 23개를 잡는 역투로 3연승을 달렸다. 150km/h대 투심과 체인지업, 스위퍼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지난해 NC 에릭 페디급 임팩트를 남겼다. 영입 당시엔 2선발로 생각하고 데려왔지만 실제 활약은 1선발로 손색이 없었다.
상대적으로 크로우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됐지만 5점을 허용했고, 두 번째 등판 한화전에선 채 5회를 못 채우고 5실점으로 무너졌다. 지나친 정면승부 위주 피칭에 가운데 몰린 공이 난타당하며 계약 당시 1선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남겼다.
그러나 베테랑 포수 김태군은 “그냥 지켜보면 된다”며 크로우의 반등을 자신했다.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선수가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설명. 실제로 크로우는 세 번째 등판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삼성 타선을 5이닝 무실점으로 막고 2승째를 올렸고, 11일엔 챔피언 LG 강타선을 6이닝 2실점(무자책)으로 봉쇄했다.
이범호 KIA 감독도 크로우의 호투에 반가움을 감추지 않았다. 대전에서 만난 이 감독은 “점차 적응해 가는 것 같다. 빠른볼 위주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한국 타자들 스타일에도 조금씩 적응을 해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몇 년 만에 100구 이상 던졌는데도 별 이상 없이 잘 던져줬다. 상당히 좋은 피칭이었다”라고 칭찬했다.
일부 외국인 선수 가운데는 한국야구를 한 수 아래로 낮춰 보거나, 국내 지도자들의 조언에 귀를 막고 자기 스타일만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네일과 크로우는 코칭스태프와 구단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빠르게 KBO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KIA도 변화를 강요하기보단 선수가 스스로 깨닫고 느낄 때까지 인내심을 보였다.
이범호 감독은 “두 선수 다 성격이 좋고 팀에 잘 어울리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한국에 와서 잘하고자 하는 의욕도 상당하다”면서 “우리 리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본인들이 공부하고 분석한다. 우리 포수들과 분석팀을 믿고, 변화를 시도하면서 시즌을 치르고 있다”고 칭찬했다.
애초 1선발로 평가받았던 크로우에겐 네일의 활약이 적지 않은 자극이 됐을 터. 이에 관해 이 감독은 “그런 점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선의의 경쟁 정도지, 샘을 낸다거나 하는 관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두 선수가 미국 시절부터 친했던 사이다. 훈련하는 장소도 같고 공통점이 많았다. 상대가 던지는 날엔 응원도 해주고, 던지고 난 뒤에는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 감독이 전하는 크로우와 네일의 관계다.
네일과 크로우의 건강한 내부 경쟁 속에 KIA는 역대 가장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꿈꾼다. 아직 섣부른 감이 있지만 2009년 아퀼리노 로페즈와 구톰슨, 2017년 헥터 노에시와 팻딘 듀오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날카로운 ‘까마귀 발톱’을 앞세운 KIA가 올 시즌 다시 한번 큰 꿈을 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