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이 고민이죠” 타격 좋고 불펜 탄탄한데, 딱 하나 아쉬운 SSG [춘추 집중분석]
개막 후 타선, 불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SSG의 고민은 단연 선발진에 있다.
[스포츠춘추]
SSG 랜더스는 이숭용 신임 감독과 함께 시즌 초부터 순항 중에 있다. 개막 후 19경기에서 11승 8패 승률 0.579로 10개 구단 가운데 4위에 올랐다. 투·타 전력의 힘이다. 타선에선 한유섬(7홈런), 최정(6홈런) 거포 듀오가 리그 홈런 1, 2위를 달리고 있고, 뒷문에선 베테랑 고효준이 여전히 건재함을 뽐내고 예비역 조병현이 새 필승조로 거듭났다.
그런데 딱 한 가지가 아쉽다. 야구에선 너무나도 중요한 선발투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포키-스탯티즈’에 따르면 SSG의 현시점 선발진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총합은 0.57로 리그 최하위다. 이뿐만 아니라, 선발진 WPA(승리 확률 기여도)는 모두 합쳐 음수(-)다. -0.88로 이 또한 10위에 그치고 있다.
그중 김광현, 요에니스 엘리아스 둘은 가벼운 부상을 딛고 분전 중이다. 먼저 김광현은 4경기에 등판해 3승 0패 평균자책 2.75로 준수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발목 부상 후 4월 11일 복귀 등판에 나선 엘리아스는 키움 히어로즈 타선에 맞서 6.1이닝을 던져 10피안타(2피홈런) 1볼넷 5탈삼진 5실점(5자책)을 기록했다. 앞서 두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를 달성한 엘리아스였기에 다소 아쉬운 투구인 편이다.
이를 두고 그다음날 12일 수원 KT 위즈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숭용 SSG 감독은 “그날따라 볼이 너무 좋았다”면서도 “복귀 후 첫 등판 아니었나. 1회부터 속구를 150km/h 이상 던지니까 승부 욕심이 과했던 거 같다. 속구 위주 투구에 상대(키움) 타자들이 잘 대처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선수 본인도 경기 후반쯤에 투구 전략을 수정했고, 경기 후 투수 파트와 대화를 나누면서 ‘속구 자신감이 과했다’고 인정했다더라. 이번 계기를 통해 교훈을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상 중에도 몸 컨디션을 잘 맞춰서 돌아왔습니다. 피홈런의 경우 적극적인 승부 과정에서 결과론적인 측면이 있죠. 엘리아스는 걱정 없어요.” 이 감독의 믿음이다.
문제는 앞 두 선수를 제외하면 선발진의 안정감이 너무나도 부족하단 점이다. 특히 올 시즌 외국인 투수로 새롭게 합류한 우완 로버트 더거는 연일 아쉬운 모습을 면치 못하고 있다. 4차례 등판 가운데 단 15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14.40으로 극도의 부진에 빠진 것. 최근 두 경기에선 NC 다이노스, KT를 만나 모두 4회를 넘기지 못하면서 선발 투수로 제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6일 NC전은 강판 당시 더거가 눈물을 글썽인 게 화제를 끌었다. 그도 그럴 게 이날 더거는 3이닝 동안 14점을 내주는 등 고단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
이를 두고 이 감독은 12일 KT전에 앞서 “선수를 믿어야 한다”면서도 “프로는 결국 결과로 말해야 한다. 열심히 준비하는 건 다 마찬가지고, 중요한 건 그게 결과로 나와야 의미가 있다”고 더거를 향한 쓴소릴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더거는 KT 타선에 줄곧 고전하면서 2회를 넘기지 못하고 1이닝 4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차세대 좌완 에이스인 오원석도 아직은 다소 아쉬운 편이다. 개막 전 태극마크를 달고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에도 참여하는 등 기대를 모았지만, 선발 등판 3경기에서 0승 1패 평균자책 6.00에 그쳤다.
“1, 2선발(김광현, 엘리아스)는 견고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쉬운 건 3~5번째 선발투수들이죠. 여기서 조금만 더 분발해 준다면 경기를 편안하게 끌고 갈 수 있고, 승수도 더 쌓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SSG 사령탑이 강조한 대목이다.
이어 이 감독은 “모든 팀이 완전한 투·타 밸런스로 경기를 치르는 건 아니”라면서 “우리 SSG의 뎁스를 믿는다. 아직은 좀 더 단단해지는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의 바람대로 희망찬 대목이 조금씩 보인다. 13일 KT전에서 호투를 펼친 잠수함 투수 박종훈이 대표적이다. 이날 박종훈은 6이닝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1사구 5탈삼진 3실점(3자책) 투구로 시즌 마수걸이 QS와 승리투수를 동시에 달성한 바 있다. 지난해(18경기 평균자책 6.19)부터 이어진 부진이기에 의미가 남다른 역투다.
더 높은 곳을 노리기 위해선 선발진의 반등이 필요한 SSG다. 무엇보다, 3선발 역할을 맡아줘야 할 더거는 본인의 진가를 증명할 기회 및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일련의 부진 속에서 벤치의 인내심도 한계가 있는 건 당연하다. SSG 선발진이 달라지기 위해선 더거의 역할이 여러모로 중요해진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