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자리 비우는 일 없어야죠” 두터워진 KIA 뎁스, 타이거즈 주전 유격수도 긴장한다 [춘추 인터뷰]

허리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KIA 타이거즈 주전 유격수 박찬호가 17일 1군 선수단에 복귀한다. 부상으로 빠진 기간 후배들의 활약으로 팀이 선두로 올라서는 걸 지켜본 박찬호는 “다시는 자리를 비우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2024-04-17     배지헌 기자
KIA 유격수 박찬호가 돌아온다(사진=KIA)

 

[스포츠춘추=인천]

부상으로 빠진 동안 팀이 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후배 백업 선수들의 활약에 자극받은 주전 유격수는 “다시는 자리를 비우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IA 타이거즈 리드오프 겸 유격수 박찬호가 1군 복귀를 앞두고 있다. 몸에 맞는 볼 여파로 7일부터 엔트리에서 빠진 박찬호는 16일 1군 선수단에 합류해 훈련을 함께했다. 이범호 감독은 17일 경기 전 박찬호를 1군에 등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IA는 박찬호 외에도 나성범, 황대인, 임기영, 이의리 등 주전 선수만 5명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난주 6전 전승을 질주하며 단독 선두를 지켰다. 기존 선수들의 분발과 대체 선수들의 기대 이상 활약이 원동력이다. 허리 부상으로 빠진 박찬호의 빈자리는 백업 박민이 말끔하게 메꿨고, 다시 박민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퓨처스에서 올라온 홍종표가 공수에서 맹활약해 빈틈을 없앴다.

16일 인천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박찬호는 “내가 빠졌을 때 팀 성적이 좋은 건 이번이 처음인 듯싶다”면서 “TV로 경기를 보는데 팀이 계속 이기니까 기분이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도 “다들 너무 잘해서 조금은 부담스러운 상황에 오게 됐다. 내가 복귀한 뒤에 연승이 끊어지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후배 내야수들의 활약에 관해선 “긍정적인 현상이다. 전에도 인터뷰에서 후배들이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지금 나오는 선수마다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지워버릴 정도로 너무 잘해주고 있다”면서 “굉장히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범호 감독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 감독은 “홍종표 등 젊은 선수들이 퓨처스에서 잘 준비해서 올라왔다. 타석에서 안타도 나오고, 꾸준히 플레이하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백업)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주전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백업 선수들을 스타팅으로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주전 선수에게 휴식이 필요할 때 그 외 선수들을 믿고 기용할 수 있게 됐다”며 “선수단을 운영하는 폭이 넓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도영과 박찬호(사진=KIA)

박찬호의 공백을 메꾸는 데는 3루수 김도영도 큰 역할을 했다. 김도영은 4월 들어 타율 0.339에 5홈런 11타점 7도루로 맹활약하며 박찬호 대신 리드오프 역할을 수행했다. 

취재진과 만난 김도영은 “초반에 제가 안 좋을 때 찬호 형이 제 몫까지 다 해줬다. 또 찬호형이 오기 전까지 제가 어느 정도 찬호형 역할까지 수행하면서 팀이 1위를 하고 있다”며 “이제 찬호형도 돌아왔으니까, 팀이 1위를 계속할 수 있도록 더 큰 시너지를 내겠다. 저희 둘이 힘을 합하면 팀이 좀 더 편하게 1위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김도영은 “찬호형이 자기 자리가 없어지는 건 아닌가 약간 조급해하더라”면서 “저에게도 잘한다고 건방 떨지 말라며 낮춰주고, 못할 때는 빠져나올 방법을 알려주는 좋은 팀메이트다. 형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확실히 차이가 크다. 찬호형이 다시 와서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를 전해 들은 박찬호는 “제가 초조해한다고요?”라고 되물은 뒤 절친 사이에서나 오갈 만한 단어로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어 “지금 도영이 어깨가 너무 올라가서 좀 밟아줘야 할 것 같다. 지금은 하늘을 날아다는 것 같겠지만 너무 붕 뜨면 금방 떨어진다.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크게 웃어 보였다. 

박찬호는 “이번 기회를 통해 후배들의 성장을 느꼈다. 동기부여가 됐다”면서 “이제 후배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와서 나란 사람이 없어도 되겠구나, 내가 자리를 비우면 언제든지 대체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두터워진 팀의 뎁스에 관해 “바랐던 팀 방향이고,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며 반색한 박찬호는 “내가 지금 이렇게 주전 자리를 잡은 건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덕분이다. 다시는 자리를 비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