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100%의 김도영, ‘KBO 아쿠냐’가 여기 있습니다 [춘추 집중분석]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뜨거운 4월을 보내고 있다. 이달 들어 벌써 홈런만 7개. 1할대였던 타율도 어느새 3할대로 끌어올렸다.
[스포츠춘추]
“아직 물이 덜 오른 것 같은데요.”
16일 인천 원정 첫 경기를 앞두고 이범호 KIA 감독 김도영의 최근 활약에 관해 던진 농담이다. 이 감독은 “좀 나중에 봐도 잘 치고 있을 것 같다. 감독 입장에선 지금보다 더 잘 칠 수 있을 것 같다”며 타이거즈 3루수 후계자를 향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이를 전해 들은 김도영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저으며 “솔직히 지난주에 보여 드릴 건 다 보여 드렸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거기서 더 보여 드릴 건 없을 것 같은데…지난주만큼만 한다면 더 이상 좋을 게 없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이범호 감독이 옳았다. 김도영은 아직도 보여줄 게 더 남아있는 선수였다.
16일과 17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김도영은 홈런 3방을 터뜨리며 시리즈를 지배했다. 16일 경기에선 데뷔 첫 안타 상대인 김광현에게 솔로포를 날렸다. 17일엔 연타석 홈런 포함 3안타 5타점 4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7회엔 센터쪽 3점포를 터뜨렸고 9회엔 좌월 2점포를 선사했다. 3경기 연속 홈런이자, 4월 들어서만 7번째 홈런이다.
실패 빨리 잊는 법, 강약조절 요령 익힌 KBO 아쿠냐
올시즌 김도영의 활약을 지켜본 MLB 구단 스카우트는 “배럴 타구의 비율이 정말 높아졌다”며 감탄했다. 김도영을 광주동성고 시절부터 주목했고, KIA 입단을 선택했을 때 크게 아쉬워했던 이 스카우트는 “하드컨택으로 당겨치는 타구 비율이 높다”면서 김도영의 향상된 장타 생산력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올 시즌 김도영은 지난해보다 월등히 좋아진 타구스피드와 타구질을 보여준다. 타구 속도는 평균 10km/h 이상 빨라졌고, 땅볼비율 37.1%에 뜬공 비율이 61.4%로 마치 슬러거 같은 땅볼/뜬공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61.5%였던 당겨친 타구 비율도 올해는 69.8%다. 좌측은 물론 좌중간 방향으로 빠르고 강한 타구를 꾸준히 날려보내는 중이다.
김도영은 “작년까지는 포수와 싸웠다면, 이제는 투수와 싸운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생각을 단순하게 바꿨습니다. 저만의 존이 생기면서 나쁜 공에는 배트를 안 내게 됐어요. 타구 속도가 빨라진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시즌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빠르게 반전을 이뤄낸 점도 인상적이다. 3월까지만 해도 타율 0.154에 홈런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는 침체를 겪었다. 입단 첫해 초반이 연상되는 부진이 이어졌다. 그해 김도영은 ‘야구천재’ ‘제2의 이종범’ ‘슈퍼루키’라는 수식어의 압박 속에 전반기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초반엔 저도 ‘이렇게 2할 초반이나 치다가 끝나면 어쩌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김도영의 말이다.
그러나 4월 첫 경기에서 3안타를 치며 반등포인트를 만들었고, 5일 삼성전에선 시즌 첫 홈런포를 가동했다. 이후 LG와 3연전에서 불방망이를 휘둘러 시리즈 스윕을 이끌었고, 한화와 SSG전을 거치면서 어느새 타율을 3할대(0.302)까지 끌어올렸다.
이범호 감독은 부상으로 시즌 준비가 늦어진 게 초반 부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도영은 작년 11월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엄지 인대가 끊어져 겨우내 재활로 시간을 보냈다.
이 감독은 “한 달 정도 되면 충분히 (컨디션이) 올라올 거라고 생각은 했다”면서 “늦게 시작한 만큼 올라오는 것도 조금 늦을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시켰다. 본인은 안타가 안 나와서 답답했겠지만, 분명히 어느 시점에 가면 올라올 거라 생각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 내보냈다”고 밝혔다.
“이제는 컨디션이 다 올라왔고, 본인의 느낌이나 여러 면에서 상당히 만족스럽게 경기를 치르고 있다”고 말한 이 감독은 “지금부터는 김도영 선수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유지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김도영은 “코치님들, 전력분석 파트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멘탈에 관한 얘기를 계속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 했다”면서 “이렇게 올라온 데는 주변 사람들의 덕이 크다”고 말했다.
지나간 것을 빨리 잊고 현재에 집중하는 법을 익힌 게 반등의 비결이다. 경기 초반 실책을 해도, 삼진으로 물러나도 후속 플레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다. 김도영은 “좋았을 때는 좋았다고 말하고 바로 빠져나오는 데 신경 쓴다. 또 안 좋을 때도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얘기를 계속 나눈다”면서 “더그아웃에서 계속 대화하는 게 도움이 된다. 한 타석 한 타석 계속 좋아지는 비결이다”라고 말했다.
KIA 한 코치는 “강약을 조절하는 요령을 익힌 것도 잘하고 있는 비결”이라 했다. 이전에는 항상 모든 플레이를 100%로 했다면, 이제는 힘을 쓰고 집중해야 할 때에 전력을 다하고 그 외에는 힘을 빼는 법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김도영은 “내 존이 생긴 만큼, 앞으로는 기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가 크지 않게, 꾸준하게 시즌을 보낼 수 있다는 예감이 들어요. (코치님들이) 안 좋을 때는 볼넷으로 나가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어떤 의미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과제는 건강, 김도영도 “풀타임 출전이 최우선 목표” 강조
기자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김도영을 류현진, 노시환과 함께 MVP 후보로 지목한 바 있다. 당시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상만 없다면 KIA 김도영도 기대해볼 만한 이름이다. 지난해 건강할 때 김도영은 가공할 파괴력과 기동력으로 상대 투수-수비진에 큰 압박을 가했다. 만약 부상 없이 풀시즌을 뛸 수 있다면, 두 자릿수 홈런과 40개 이상의 도루를 동시에 해내는 ’KBO 아쿠냐‘가 기대된다.”
아직 한참 이른 시점이지만, 김도영은 타율 0.302에 7홈런 17타점 8도루 OPS 0.930으로 정말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가 연상되는 성적을 내고 있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50홈런-58도루를 기록할 페이스다. 입단 당시 쏟아진 ‘이종범의 후계자' 수식어가 더는 미디어 하이프로 보이지 않는다.
김도영 앞에 남은 과제는 건강이다. 김도영도 “풀타임을 뛰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부상 없이 풀시즌을 소화할 수만 있다면, 김도영은 매일밤 팬들에게 가장 짜릿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선수로 많은 것을 이뤄낼 것이다. 매일 밤 플레이를 보고 싶은 단 한 명의 선수가 있다면, 그건 바로 건강한 김도영이다.
이범호 감독의 말처럼, 김도영은 아직 물이 덜 올랐다. 그는 여전히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