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홈런’ 김선빈은 하루 휴식, ‘연타석 홈런’ 김도영은 3번 배치 [춘추 현장]
데뷔 후 최초로 2경기 연속 홈런을 친 김선빈이 하루 쉬어간다. 반면 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김도영은 3번 중심타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포츠춘추=인천]
최정의 홈런신기록 달성에 온통 관심이 쏠린 1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선 다른 의미에서의 홈런 기록이 나왔다. KIA 타이거즈 김선빈이 2008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김선빈은 16일 경기에서 시즌 1호이자 2022년 이후 첫 홈런을 치더니, 17일에도 또 홈런을 기록했다. 프로 데뷔 17년 만의 첫 2경기 연속 홈런. 이틀 연속 담장을 넘긴 김선빈을 본 양현종 등 KIA 동료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그대로 포착되기도 했다.
18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범호 KIA 감독도 “타자하면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제 김선빈이 2개를 치길래 저도 깜짝 놀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놀라긴 했지만 감독으로선 3경기, 4경기 계속해서 쳐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선빈도 연이틀 홈런을 칠 정도로 SSG 랜더스필드는 국내 최고의 홈런 공장이다. 17일 경기에선 김선빈 외에도 김도영이 7회와 9회 연타석 홈런포를 가동했다. 이번 시리즈 2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때린 김도영은 시즌 7홈런을 기록하며 단숨에 홈런왕 레이스 경쟁자로 올라섰다.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은 그만큼 좋은 능력을 갖춘 선수다. 경기 때 보면 나성범만큼 빠른 타구 스피드를 자랑하기 때문에, 타구만 띄울 수 있다면 2~30홈런을 충분히 칠 수 있는 타자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데뷔 초기엔 장타보다 단타와 도루에 특화된 선수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이범호 감독은 다르게 생각했다고. “타구를 띄우면 타구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더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웬만하면 타구를 띄우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48.2%였던 김도영의 뜬공 비율은 올 시즌 61.4%로 크게 증가했다. 뜬공타구가 홈런이 된 비율도 지난해 5.1%에서 올해 16.3%로 급상승했다.
김도영은 홈런 7개와 함께 도루도 8개를 기록 중이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50홈런 58도루를 기록할 기세. 이와 관련 이 감독은 부상 위험이 큰 도루를 조금 자제하더라도 타격과 장타 생산에 포커스를 맞출 것을 조언했다. 이 감독은 “지금의 방향성대로 좋은 스윙을 많이 하고, 뜬공을 친다는 기분으로 타격하면 올 시즌이 끝났을 때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은 성적이 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도영 이날 경기 3번타자로 중심타선에 포진한다. 박찬호(유)-최원준(중)-김도영(3)-최형우(지)-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이우성(1)-서건창(2)-한준수(포)-이창진(우)로 이어지는 라인업이다.
이 감독은 “SSG 선발 로버트 더거 상대로 가장 좋은 타순을 생각했다. 김도영의 앞에 빠르고 출루율 높은 타자 2명을 배치했다. 김도영이 워낙 인천에서 잘 치고, 컨디션이 좋으니까 투수가 김도영과 어려운 승부를 하면 최형우 앞에 더 좋은 찬스가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틀 연속 홈런을 친 김선빈은 이날 경기에선 벤치에서 대기한다. 이 감독은 “요즈음 다리의 오금(무릎 뒤 오목한 패인 부분) 쪽이 조금 안 좋다고 해서 어제 경기에서 일찍 교체했다”면서 “조금 전 체크했을 때는 괜찮다고 한다. 경기 후반이나 내일 경기엔 문제없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
한편 전날 KIA 윌 크로우의 공에 맞고 일찍 교체된 SSG 최정의 부상이 단순 타박이란 소식에 이범호 감독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6일 467홈런으로 이승엽과 역대 최다홈런 공동 1위에 오른 최정은 신기록을 앞둔 17일 1회 크로우의 강속구에 옆구리를 맞고 교체됐다. 당일 검진 결과는 좌측 갈비뼈 미세 골절로 알려져 우려를 자아냈으나, 이날 추가검진 결과 단순 타박이란 소견을 받았다.
이 감독은 “큰 기록이 걸려있는 가운데 그런 상황이 발생해서 우리로서도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었다. 경기 후 이숭용 감독과도 만나 사과했고, 최정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 감독 외에도 KIA의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최정의 부상을 걱정했다. 사구를 던진 윌 크로우는 경기후 취재진과 만나 사과를 전했고, 개인 SNS에도 사과의 메시지를 올렸다. 김선빈과 최형우 등 KIA 주축 선수들과 심재학 KIA 단장도 김재현 SSG 단장에게 연락을 취했고, 최준영 KIA 타이거즈 대표이사까지 민경삼 SSG 대표이사에게 전화로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최정의 부상이 단순 타박이란 소식에 “정말 다행이다. 그렇게 팀의 주축으로 팀을 이끄는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선 안 된다. 우리로서도 천만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최정을 비롯한 홈런타자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이 감독은 “홈런 타자들은 정말 대단한 게, 그렇게 몸쪽으로 많이 날아와서 맞는데도 다시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낸다”며 “아무래도 몸쪽으로 공이 오면 빠지게 되고 두려움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런 걸 감수하면서 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많이 맞아도 홈런을 치고자 타석에서 나설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하다”고 했다.